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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의 잔재 ... 치우고 없애는게 답인가?[발행인시평]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와 5.16도로, 그리고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양성철 발행.편집인  |  j1950@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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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5  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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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총독부 [사진=서울시사편찬위원회]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였다. 1993년 2월 말 취임한 YS의 뇌리엔 군사독재 종식과 역사 정통성 확립이 가장 큰 그의 과제였다. 그는 ‘역사 바로세우기’란 간판을 내밀어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제압하고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그들은 곧바로 ‘12·12 반란의 수괴이자 내란음모의 주역’으로 낙인 찍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역사 바로세우기’가 한창이던 그해 초가을 한 언론사의 입사시험을 봤다. 필기전형중 하나인 논술의 논제는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와 철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난감한 주제였다. 민족정기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보면 경복궁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일제강점기 건축물은 마땅히 철거돼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논리도 만만찮았다. “치욕스런 역사의 현장은 철거가 아니라 보존·존치해 후대의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논리다.

조선총독부에서 해방 직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미 군정청, 이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중앙청으로 쓰이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던 건물은 결국 YS정부에서 비운을 맞았다. YS 정부는 이후 여러 준비과정을 거쳐 1995년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건물을 해체·철거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건축사적 가치와 더불어 국치(國恥)의 표상인 그 건물은 그렇게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다만 총독부 건물의 첨탑 등 건축물 일부 잔해가 지금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으로 옮겨져 제국주의 일본의 한 단면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사회주의 혁명의 도도한 물결을 이끌었던 레닌과 스탈린 동상 역시 사회주의 몰락의 수모를 비껴가진 못했다. 1989년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더불어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의 깃발을 올렸던 레닌의 동상은 민중에 의해 쓰러뜨려지며 동상 목부위가 부러지는 비운을 겪었고, 여기에 독재자란 엄습한 기운까지 가미됐던 스탈린의 동상은 그의 고향 그루지야에서도 수난을 겪었다. 하지만 성난 민중에 의해 이리저리 만신창이가 된 동상일지언정 러시아 곳곳에 세워졌던 그 동상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사라지진 않았다. 곳곳마다 박물관이든 아니면 특정지점에 상처가 날 만큼 난 동상을 그대로 두고 있다. 후세에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기 위한 역사적 유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5.16도로 표지석(왼쪽)과 제주도청 앞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오른쪽)

제주도민들이 익히 잘 아는 한라산 제1횡단도로가 있다. 국도 제11호선 또는 지방도 1131호선이란 이름이 있지만 익숙한 이름은 ‘5·16도로’다. 그러나 이 도로의 명칭은 그동안 숱한 논란을 거쳤다. 이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던 이 도로는 1962년3월 기공식을 거쳐 현재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한라산 일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 길은 7년3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1969년 10월1일 개통됐다. 1961년 군사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공사에는 당시 정치깡패 등의 활동을 하다 구금신세였던 이들이 주류인 국토건설단이 동원되기도 했다. 물론 군사작전하듯 펼쳐진 공사에 인명피해까지 났다. ‘군사독재의 잔재’라는 이유로 그래서 5·16도로란 명칭을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그 이름을 쓴 표지석은 일부의 손에 의해 수차례 페인트 훼손 등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 길은 누구나 5·16도로라고 부르는게 대세다. 물론 그 이름 덕에 관광객들의 질문에 답할 스토리로 자리잡아 어찌 보면 제주에선 ‘역사 콘텐츠’다.

제주도청 별관 앞에 자리잡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 표지석이 지난 21일 40년만에 철거됐다. 도청 민원실 앞 공원의 한 비자나무 아래 있었던 표지석이다. 한자로 ‘기념식수 대통령 전두환 1980.11.4’이라는 문구가 음각돼 있다.

한때 20년 가까이 제주도청을 출입하던 기자였다. 늘상 보아왔던 표지석인데 제주도는 이 표지석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기록상으론 도청 민원실 앞 공원엔 역대 제주도지사의 기념식수와 표지석만 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가 통행하며 본 표지석을 기록만 뒤지는 공무원들은 몰랐다는 소리가 된다.

친절하게 시민의 제보로 제주KBS가 이 사실을 보도했고, 그 보도를 근거로 제주도청은 표지석을 철거했다. 그 철거사실을 알리는 한 언론은 사실관계를 알리는 스트레이트 기사 말미에 철거한 표지석을 “도청 창고에 처박아 놓았다”는 표현을 썼다. 언론이 견지해야 할 냉정을 잃고 감정을 뒤섞어 놓은 것이다.

   
▲ 양성철/제이누리 발행.편집인

잘못된 역사이고 지우고 싶은 역사라면 폐기하고 철거하고 해체하고 부수고 이름을 바꾸는 것만이 능사일까? 조선조 임금이 청나라에 무릎을 꿇고 조아렸던 사실을 알리는 삼전도비는 지금도 어엿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치욕스런 우리 선조의 역사다. 하지만 그 역사를 잊지 않았기에 우린 외세에 짓밟히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다시 일어섰다. 권력의 오만방자를 그대로 드러냈던 패악의 역사는 잊혀지기보단 뚜렷한 기억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군사반란의 주역이 대통령의 이름을 얻어 심은 나무와 표지석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알려줘야 할 역사다. 그 흔적이 있어야 밟고라도 지나갈 것 아닌가? 숨겨서도 치워서도 없애서도 안될 대한민국 현대사의 산 자료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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