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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조커(3)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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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5  10: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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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서(Arthur)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뜬금없이’ 웃음이 터지는 기묘한 정신병을 앓는다. 아서를 학대한 어머니는 ‘그럼에도’ 아서에게 항상 예의 바르고 항상 웃기를 강요한다. 아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불안, 분노를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감추고 살아야 한다.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서로 어긋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주인공 남녀가 사랑하지만, 꿈 많은 여주인공은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세월이 흘러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고, 이번에는 여자가 청혼하지만 남자가 거절한다. 여주인공은 수습이 안 되는 이 ‘뻘쭘한’ 상황을 ‘어릿광대’라도 등장해서 수습해 줬으면 한다. ‘Send In the Clowns’의 노랫말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실제로 중세시대 뮤지컬에선 출연자들이 대사를 잊는 난감한 상황에 대비해 어릿광대를 대기시켰다고 한다.

이 ‘불후의 명곡’은 영화 초반에 한번 등장한다. 조커로 분장하고 아동병원 위문공연에 열중하던 아서는 품속 권총을 바닥에 흘리는 사고를 친다. 이 사고로 아서는 해고통보를 받는다. 아서는 막막한 심정으로 뉴욕시의 악명 높은 야간 지하철을 타고 귀갓길에 오른다. 그 열차에 월가의 ‘×가지 없는’ 젊은 증권맨 셋이 술에 취해 젊은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치근대며 희롱한다. 그 광경을 보는 아서의 웃음이 터진다. 병적이고 신경질적인 웃음이다.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아서의 ‘웃음보’는 분노하거나 긴장하면 어김없이 터진다.

젊은 여자에게 무안을 당한 증권맨들은 곧바로 만만한 아서에게 ‘Send In the Clowns’를 흥얼대면서 몰려들어 시비를 걸고 무지막지한 집단폭행을 가한다. 여자에게 치근대다 무안당한 뻘쭘한 상황을 어릿광대 분장을 한 아서가 수습해 줘야 할 텐데, 어릿광대까지 자신들을 조롱한다고 느껴서 더욱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 아서가 토크쇼 진행자를 살해하자 침묵하던 소외계층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이 ‘×가지 없는’ 증권맨들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책은 어릿광대도 총기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보편적 가능성’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대책 없이 집단폭행을 당하던 아서는 총을 꺼내 3명을 즉결처분해 버린다. 탐욕스러운 월가를 상징하는 증권맨들을 처단한 어릿광대 아서는 단숨에 소외계층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가진 자들과 정부에 분노한 소외계층들이 하나둘씩 ‘지하철 영웅’ 아서를 모방한 조커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선다.

영화의 마지막, 아서는 ‘조커’ 분장을 하고 유명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지하철에서 3명의 ‘×가지’ 없는 증권맨들을 살해한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밝히고, 토크쇼 진행자를 전국민이 화면으로 지켜보는 앞에서 ‘라이브’로 사살한다. TV로 거들먹대는 토크쇼 진행자를 향한 아서의 총격은 이 장면을 지켜본 뉴욕(고담시)의 소외된 민중들에게 이토 히로부미를 향한 안중근 의사의 총격만큼이나 후련함을 준다.

열광한 소외계층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스페인 목을 졸라버리고 4강에 올랐던 밤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마음속에 눌러뒀던 억울함과 분노, 좌절이 활화산처럼 한꺼번에 폭발한다. 차를 뒤집고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고, 평소에 점찍어 뒀던 ‘가진 자’들에게 총질을 한다.

경찰차로 호송되던 ‘영웅’ 아서는 ‘폭도’들에 의해 구출된다. 아서는 자동차 보닛 위에 올라 환호하는 폭도들에게 ‘슈퍼 빌런’의 탄생을 알리는 댄스를 선보인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르는 ‘Send in the Clowns’가 흐른다.

   
▲ 코로나19가 국난급으로 창궐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할 때다. [사진=뉴시스]

“Isn’t it rich?/Aren’t we a pair?/Me here at last on the ground/You in mid-air(어이없지 않은가?/우리는 원래 한쌍 아닌가?/내가 이제 땅에 내려오니/이제는 네가 허공에 떠 있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한쌍이지 적은 아닐 텐데, 그렇게 서로 어긋난다. ‘못 가진 자’가 ‘가진 자’의 손길이 필요할 때 가진 자는 그 손을 뿌리치고,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의 이해를 구할 때 이번에는 ‘못 가진 자’ 역시 ‘가진 자’의 손길을 걷어차 버리고 만다.

코로나19가 국난급으로 창궐한다. 모두가 한몸이 돼 위기를 넘고자 한다. 언젠가는 위기를 넘길 것이다. 위기를 넘는 과정에서 아마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고, 종국에는 회한에 가득 차서 ‘Send in the Clowns’를 부르는 일이 없기를 원한다. 이번에는 서로가 내미는 손을 서로가 잡아줬으면 좋겠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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