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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든 편견 오리엔탈리즘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4)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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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4  11: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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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작 ‘킹덤 오브 헤븐’은 거장의 명성이나 엄청나게 투입된 제작비에 비해 흥행 성적은 거의 ‘폭망’에 가까운 영화다. 감독이나 제작사가 흥행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왜 영화의 메시지를 고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듯도 하다.

   
▲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의 부정적인 측면만 비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 대전투를 따라간다. 세계 영화시장의 대부분이 기독교 국가라는 점과 9·11 테러 이후 기독교 세계가 이슬람교에 갖는 엄청난 적개심을 감안했다면, 당연히 기독교 세력을 ‘빛의 자식들(Son of Lightness)’로, 이슬람 세력을 ‘어둠의 자식들(Son of Darkness)’로 그려야 한다. 적어도 흥행을 고려한다면 그랬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런 편한 ‘흥행공식’을 거부했다. 그의 뚝심이 놀랍고 존경스럽다. 아마도 스콧 감독 정도의 세계적 거장이었기에 제작사의 ‘징징거림’도 눌러버리고 이 정도 ‘도발적’인 시각을 담아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킹덤 오브 헤븐’은 서구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거부한다.

오리엔탈리즘은 본래의 뜻과 달리 서구 세계가 동양 세계에 덧씌운 부정적인 편견을 통칭한다. 오리엔탈리즘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슬람교도로는 거의 유일하게 미국에서 학문적 성취를 이룬 미국 사회의 대표적 반체제 지성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동양 세계를 식민 지배하던 서구 세력은 동양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추려서 그것이 곧 동양이라고 교육한다. 심지어 서구 사회에 만연한 퇴폐까지도 모두 동양에서 들어온 것으로 가르친다. 당연히 동양을 가보지도 못하고, 동양인을 경험하지도 못한 서양인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동양의 이미지를 간직하게 된다.

   
▲ 서구 세력을 난폭하고 사악하게 그린 '킹덤 오브 헤븐'은 서구에서 흥행 참패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더 큰 문제는 서양의 시각으로 교육받는 동양인들도 스스로를 서구에 비해 열등하고 무엇인가 잘못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인들만 대하면 공연히 주눅 드는 서구중심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여기서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리들리 스콧 감독이 그려낸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교 세력이 정면충돌한 1187년 ‘하틴 전투’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오리엔탈리즘의 문법과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상당히 벗어난다. 서구는 열등하고 난폭하며 사악하고, 동양(이슬람교)은 인간의 존엄을 알고 평화를 추구하며, 상대를 존중할 줄도 안다.

누구든지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것을 접하면 당혹스럽고 유쾌하지 못하다. 한센병에 걸려 철가면을 쓴 예루살렘의 보두앵 국왕 혼자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할 뿐, 그를 둘러싼 영주들은 너절하고 사악하며 권력을 위한 간계를 짜내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백성과 병사들이 모두 죽어나도 상관없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살라딘이 보낸 외교사절을 그 자리에서 목을 잘라, 살라딘에게 답서 대신 사신의 목을 보내는 야만성을 보인다. 살라딘의 누이를 생포해 처형해 버리기도 한다.

반면, 시리아 배우의 연기가 대단히 인상적인 이슬람교 최고의 전쟁영웅이자 왕(술탄)인 살라딘은 근본적으로 평화주의자이며, 적에게도 배려와 아량을 베풀 줄 안다. 대단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평화’를 입에 달고 산다. ‘이슬람(Islam)’이라는 말 자체가 ‘평화(salam)’라는 말에서 나온 것처럼, 이슬람은 말 그대로 평화를 원하는 자들로 그려진다.

살라딘은 비록 적장이지만 한센병으로 죽어가면서도 말을 타고 나온 예루살렘의 보두앵 국왕에게 연민에 가득 찬 눈길로 자신의 주치의를 보내주겠다고 제안한다. 당시 이슬람의 의학이 압도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 코로나19라는 환란 속에 어김없이 잘못된 오리엔탈리즘이 고개를 내민다. [사진=뉴시스]

제아무리 평화주의자인 살라딘이라도 누이를 욕보이고 처형한 예루살렘을 용서할 수는 없다. 결국 ‘전범’ 샤티옹과 보두앵에 이어 예루살렘의 왕위에 오른 뤼지앵을 생포한다. 그는 생포한 ‘원수’들에게 아이스 셔벗(ice sherbet)을 권하는 관대함을 보인다. 샤티옹은 그 자리에서 처형하지만,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며 뤼지앵은 살려보내는 절제도 보인다. 반면 샤티옹과 뤼지앵은 끝까지 천하고 야비하다. 예루살렘 성에 입성한 살라딘은 궁전에 들어가 쓰러진 십자가상을 손수 다시 세워놓아 주는 관용과 인정의 정신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들이 오리엔탈리즘을 신봉하는 서구인들에게 편했을 리 없겠다. 당연히 서구 영화시장에서 흥행에 참패하고 중동국가에서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빈약한 중동시장이 미국시장에서의 폭망한 흥행 성적을 메워줄 순 없는 노릇이다. 더욱 딱한 일은 한국은 분명 동양이면서도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 날을 세우며 이슬람을 미화한 이 영화가 불편해선지 ‘킹덤 오브 헤븐’의 국내 흥행은 크게 실패한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전세계에서 창궐하고 있다. 이 환란의 와중에도 어김없이 잘못된 오리엔탈리즘이 고개를 내민다. ‘더럽고, 사악하고, 나쁜 것은 모두 동양에서 온다’는 서구인들의 뿌리 깊은 편견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거나 그곳에 거주하는 동양인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을 가하고 침을 뱉는 ‘야만성’을 발휘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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