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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과 용천수가 혼입된 철새들의 안식처 ... 하도김승욱의 [제주역사나들이](42) ... 9차 종달리 탐방코스 (2)
김승욱  |  kswinn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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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3  0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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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철새도래지

   
▲ 철새

하도리 동쪽에서 종달리 서쪽에 걸쳐 위치한 철새도래지이다. 제주지형에서 보기드문 기수지역으로 바닷물과 용천수가 혼입되어 독특한 식생이 분포하고 새들의 먹이가 되는 생물들이 많아 이곳을 중간 기점으로하는 철새들의 안식처이다. 제주의 4군데 철새도래지 중 으뜸이다. 조류독감에 대비하여 방역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곳이다.

   
   
▲ 철새도래지 전경

이 곳 철새도래지의 기수지역 둘레는 약 3.7km이다. 30여종의 철새가 발견되며 멸종위기종인 황새도 드나들었다고 하나 지금은 볼 수 없다.

   
▲ 말

가을하늘 아래에서의 철새도래지 풍경은 기대이상이다. 감탄할 틈도 없이 멋진 풍경이 이어진다. 수북한 털을 머금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옆에선 질새라 억새가 고개를 든다. 갈대가 있음은 이곳이 민물을 머금은 습지라는 의미다. 제주들판을 온통 뒤덮는 억새도 이곳에선 물가에서 한발치 떨어져 가을 풍경에 덧칠을 하고 있다.

   
▲ 물가의 해오라기

원래 이곳 철새도래지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지형이었다. 예전엔 이곳을 용목잇개로 불렀으며 배들이 드나들던 용항포가 있었다. 탕탕물, 서느렁물등 맑은 용천수가 샘솟았던 곳이다.

용항포가 있었던 자리는 간척사업으로 매립되었는데 2003년에 농업기반공사가 이 곳 일대 8000여평을 평당 2만2000원의 헐값으로 민간에게 매각해 버렸다. 당시 주민들이 분통 터질 만한 사안이었다.

중앙지 1곳에만 매각공고를 내어 주민들이 알 수 없었고, 행정절차상 아무 문제없다는 이유만 들었다고 한다. 절대보존지구라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지만 양어장시설의 흔적인 듯 버려진 옛 건물이 방치되어 있어 풍경을 훼손하고 있다.

   
▲ 제방과 연결된 물길의 흔적

1959년 바닷길에 제방을 쌓고 바닷물의 유입을 막아 농경지로 활용하려했으나 지반이 약하고 해수유입등으로 농사에 적합하지 않아 습지인 지금의 철새도래지가 형성되었다.

   
▲ 갈대
   
▲ 도래지 수면에 떠있는 가을 구름
   
▲ 갈대와 억새

갈대는 습지에서 자라고 억새는 제주 들녁 어디에서나 자란다. 보통 갈대와 억새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의 사진을 보면 명확히 차이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둘다 가을을 대표한다.

'짝사랑'이라는 노래가 있다. 1936년도에 고복수가 부른 노래다.

'아 으악새 슬피 우니~'로 시작하는 유명한 노래이다. 가을을 노래했지만 일제시대 암울한 우리 현실을 잘 표현한 노래이다.

으악새가 무슨 새인지 궁금해 한다. 으악새는 새가 아니라 '억새'라고 한다. 억새의 경기도 방언이 으악새이다. 그래서 억새가 슬피운다고 시적인 가사를 붙였다고 생각했다. 그간 정설로 알았다. 그러나 반전이 있을 줄이야.

   
▲ 김승욱

정작 작사가는 이 노랫말을 지을때 '으악 으악'하는 새소리를 듣고 작사했다고 한다. 뻐꾹새, 뜸북새, 소쩍새 등등 울음소리로 이름을 가진 새들이 많다. 소리가 고약하지만 '으악 으악' 울어 으악새다. 꿩도 숫놈은 꿔~엉하고 운다.

으악새는 왜가리일 확률이 높다. 왜가리의 북한 사투리가 왁새이다. 혹자는 왜가리의 사투리가 으악새라고도 한다. 왜가리는 남부지방에선 텃새이기도 하지만 북쪽지역에선 가을에 남쪽지방으로 떠나는 철새다. 이쯤되면 왜가리의 승리가 확실하다. 이 노래의 2절에선 뜸부기가 슬피운다. 그래서 가을에 슬피우는 새를 작사가는 왜가리를 1절에, 뜸부기를 2절에 넣었다.

'아 왜가리 슬피우니~'하면 웃기지 않은가. 그래서 으악새가 맞다.

한가지 더. 억새는 강가에 살지 않는다. 1절 가사에 '강물도 출렁출렁...'이라는 표현이 있다. 강가에는 갈대가 산다. 그래서 으악새는 왜가리가 확실하다. 왜가리는 강가에서 서식하니 딱 맞아 떨어진다.

'짝사랑' 노래 자료를 찾다보니 으악새 만큼이나 혼동되는 사실을 발견했다. 작사가가 누구이냐는 것이다. 당초 노래는 고복수가 부른게 맞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닷컴'에선 작사가가 김능인이라고 한 자료도 있고 박영호라고한 자료도 있다. 출처가 같은 곳인데도 다르다.

   
▲ 작사가가 김능인으로 표기된 악보
   
▲ 작사가가 박영호로 표기된 레코드판

위 사진자료를 보면 1945년에 제작된 레코드판에 작사 박영호로 되어있다. 이 노래의 작사가는 박영호가 일단 맞다고 본다. 여기엔 사연이 있었다.

김능인(1911~1937)과 박영호(1911~1953)는 둘 다 일제시대에 활약한 대중가요 작사가이다. 물론 다른 작품활동도 했다. 박영호는 일제 말기 친일작품을 만들었고 1946년 월북한다. 해방 후 정부에선 1990년대에 해금될 때까지 문화계에 금지곡을 지정한다. 그 기준엔 월북작가들의 노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월북작가들의 노래는 아예 금지 되거나 작가를 바꾸어 표기하기도 하고 가사나 제목을 바꿔서 살아 남기도 했다.

박영호는 '번지없는 주막'을 작사한 사람이다. 그러면 '번지 없는 주막'과 '짝사랑'은 왜 금지곡이 안되었을까. '짝사랑'은 김능인이 작사한 것으로 바꾸었고, '번지 없는 주막'은 작사가가 '처녀림'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처녀림'은 박영호의 필명이다.

발걸음을 떼면서 노래 짝사랑이 절로 입에서 흥얼거려진다. 물론 앞 소절 뿐이지만.

하도 철새도래지의 갈대와 억새는 가을 풍경과 함께 몰랐던 사실 하나를 가르쳐 주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욱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오현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육군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삼성물산 주택부문에서 일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공부를 더 한 뒤 에이스케이 건축 대표이사를 거쳐 제주로 귀향, 현재 본향건축 대표를 맡고 있다. 제주대 건축공학과에서 건축시공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고향 제주의 벗들과 제주의 역사공부를 곁들여 돌담·밭담·자연의 숨결을 더듬고자 ‘역사나들이’ 기행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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