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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26)] 잘못된 판단이 고착화되는 '앵커링 효과'

 

조배죽들은 예전에 총독이 집권하는 동안에 자리를 잡았다. 그후 지도자가 바뀌었지만 피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지위가 향상된 기득권 세력이 되어있다. 그들은 과거와 같이 선심성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꼬질꼬질하게 끗발을 부리던 시절이 그리워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한 장짜리 문서에 토나 달면서 시간을 보내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옛날이 좋았다!”는 푸념이 나온다. 그들은 하지도 말고 말지도 말고 뭉개며 시간을 보내고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선거를 앞두고 프로빈스에서는 총독이 다시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누가 발탁된다는 소문이 이미 공공연하게 전해지고 떠나야 할 사람들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일부는 이미 선거전략을 짜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정책과 관련되는 자료들이 전달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진다.

 

김철수는 소문에 관심이 없이 그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하면 그만이다. “내가 나의 일을 열심히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조배죽에게 둘러 쌓였다면 사정이 다르다. 일에만 몰두하는 김철수에게 상급자는 자료를 요구하면서 자주 호출하게 된다.

 

이런 김철수에게 우경선(迂婛漩)이 “너무 열심히 허지 맙서게(하지 마세요). 기분 나쁘게!”라며 시비를 걸듯이 염장을 지른다. 열심히 일을 하니 기분이 나쁘다는 그의 말에는 공공의 이익과는 별개로 현재 지도자는 못마땅하니 대충 하라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내 위치가 되어보면 알거우다(알겁니다.)!”라며 독재정권의 2인자처럼 상투적으로 뱉어내는 말에는 “당신의 위치가 뭐냐?” 물어보고 싶었지만 말을 섞을 가치를 느끼지 못하였다. 자신을 합리화하는 방편에 불과하다.

 

다시 돋는 고질병 '편가르기'

 

편가르기는 단순한 분류방식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파란 눈을 가진 학생들은 갈색 눈을 가진 학생들보다 우수하다”라고 칭찬을 하였더니, 눈동자의 색깔이 다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학생들끼리 편이 갈려 서로 끊임없이 대립하더라는 실험결과가 있었다.

 

이 실험결과는 눈동자 색깔이 다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편으로 나누어지고 자기편(ingroup)은 반대편(outgroup)에 대하여 서로 증오하고 대립하고 반목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우수하다'는 칭찬을 받으면 반대편으로부터 집요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반대편에게 '무능하다'는 핀잔을 준다면 같은 효과가 나온다.

 

우경선은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파악하여 자신이 마음대로 평가를 하고 지연과 혈연, 학연 혹은 종교와 같은 관계로 분류하는 취미를 가졌다. 반대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민원을 은근슬쩍 미루어버리기도 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자신이 특별히 혜택을 베풀었다고 선심을 쓰듯이 관리하는 능력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는 이후 상대편 경쟁자와 같은 종교와 학연이라는 이유로 핍박하는 자료로 쓰여 진다. 김철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서 반대파로 분류될 이유가 없다. 조배죽들은 끝없이 김철수의 약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지만 좀처럼 잡힐 일이 나타나질 않는다. 그러다가 머지않아 그들로부터 다시 집중적인 타격을 받아 치명상을 입을 빌미를 잡혀 버린다.

 

선거는 '정책의 창(policy window)'이 열리는 기회다. 지역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하여 대안을 제시하여 공약으로 표현되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실무자나 과장이 전결처리하면 알맞은 일회성 민원 사무나 실현이 불가능한 공약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많은 폐단이 나타나는 분야는 선심성 보조금이다.

 

잘못된 공약이라 할지라도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당선되면 무지막지하게 밀어 붙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법이고 규정이고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게 해서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이고 선량한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는 일이 허다하게 나타났다.

 

우경선은 총독이 다시 들어서면 한자리를 맡아 김철수에게도 혜택을 베풀어 주겠다는 심경을 털어 놓았다. 자신은 원래부터 총독의 편이니 김철수에게는 자신에게 줄을 서라는 얘기다. 주워들은 어설픈 논리로 프로빈스를 연방 국가의 주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며 국제자유도시 완성은 총독이 적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김철수는 '알아먹는 수준이라야 설명이라도 하지‼' 생각을 하면서도 표현하지는 못하고 달콤한 유혹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느낌을 받은 우경선의 표정이 금방 어두워졌다. 프로빈스의 고질병인 '편 가르기'가 시작되었다.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엥커링 효과는 배가 한 곳에 닻(엥커)을 내려 버리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를 못하듯이 사람의 인식이 그 상태에서 고정되어 버린다는 뜻이다. 크게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닻을 올리지 못하면 그 사고는 고착된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

 

공무원들이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혀 마련된 정책은 오랜 기간을 정체된 상태에서 머물게 된다.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은 오랜 기간이 지난 후 감사에서 지적되고 나서야 바로 잡히게 된다. 그 이전까지는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전가된다. 앵커링 효과는 이런 관료주의 현상에 잘 어울린다.

 

연방국가의 주(州) 수준으로 자치를 하겠다는 발상은 가까운 시일 내에 목표가 보이지 않는 매우 불투명한 미래에 프로빈스의 운명을 맡겨 버린 것이다. 연방국가에서 주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국가 단위에 가까우며 그 국가의 연합을 연방국가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주(State)와 독일의 란트(Land)는 '지방(local)' 이 아니라 '국가(state)'라는 뜻이다.

 

연방국가에서 지방자치는 연방과 주의 관계가 아니라 주와 지방의 관계이며 지방자치는 연방의 권한이 아니라 주의 전속관할 권한에 해당한다.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나 독일연방공화국(Federal Republic of Germany)에는 연방 헌법과 법률 이외에 각 주마다 헌법이 따로 제정되며, 지방자치에 관해서는 헌법의 규정과 법률과 제도가 주마다 따로 규정되어 각각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잘못된 판단으로 엉뚱한 자리에서 앵커를 내려버린 바람에 배는 오랫동안 제자리에서 머물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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