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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격돌하는 정치판 ... 위기인가? 기회인가?

 

100원이다. 부직포 3중 구조, 감염차단 필터를 단 수술용 덴탈 마스크다. 하늘색이 하얀색 천을 은은하게 감싼다. 그 느낌은 아기뺨을 부비는 것처럼 보드랍다. 사용기한은 2022년 5월 9일.

 

지난해 말 제주시 오등동 의료용품 도매점에서 세 박스 샀다. 50매에 5000원. 코를 안전하게 감싸주는 철심이 내 몸처럼 자연스레 장착된다. 닭감기(AI) 때문이 아니었다. 먼지가 많은 양계장 일에 마스크는 꼭 필요한 존재다.

 

아직 넉넉하게 들어 있는 마스크 박스를 본다. 3주 정도는 아내와 쓰기엔 충분하다. 문제는 성인용. 초등학교 입학이 미뤄진 8살 딸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 아들에겐 아내가 매일 깨끗하게 빨아서 씌운다. 어린이용은 두 장 밖에 없어서다. 아이들은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풍문에 그나마 안도한다.

 

요전 일이 생각났다. 딸아이 어린이집 졸업식이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썼다. 미처 마스크를 쓰지 못한 한 아빠는 연신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초롱초롱 눈망울로 우리를 쳐다보던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졸업노래를 불렀다. 우린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마스크 한 장을 꺼내 들고 이리저리 들여다본다. 궁금했다. 자본과 기술의 결합체인 반도체도 아닌, 다국적 자본이 독점 공급하는 타미플루도 아닌, 그냥 마스크였다.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왔다. 내가 조합원인 농협 하나로마트였다. 번호표 배부시간 오전 9시 30분, 선착순 100명이었다. 다시 내 마스크 박스를 봤다. 내가 지난해에 충분하게 샀더라면 우리 동네 어르신 100명에게 1만원으로 예쁨을 받을 수 있었다는 철없는 생각을 한다.

 

정치생존을 앞둔 선거판에선 마스크 하나로 격돌한다. 한 표보다 마스크 한 장이 소중한 시국이다. 여당에선 야당의 예산 발목, 야당에선 정부의 방역시스템의 부실을 꺼내 들며 싸운다.

 

코로나는 그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인 것 같았다. 결과는 예측불허다. 여당에선 코로나 확진 환자 급증이 투명한 방역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공한다. 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성급하게 코로나 종식 선언을 하며 사태를 키웠다고 맞선다.

 

아직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른다. 진정성보다는 의도가 짙게 배여 있는 게 보인다. 그들의 정치생명 연장 여부는 누가 봐도 선명하다.

 

다시 마스크 얘기다. 나는 내가 일하는 양계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한 장이라도 아껴야 했다. 양계장 먼지보다는 내 아내에게 양보하는 게 우리 가족의 불안을 던다.

 

갑작스레 코로나가 문제인지, 마스크가 문제인지 분간이 안됐다. 마스크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본다. 코로나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본다.

 

어제 썼던 마스크를 빨아 쓴 국민들이 이렇게 외칠지 모른다.

 

"이게 나라냐." / 귀농인 강정태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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