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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난(國難), 국회 책임도 없지 않다[양재찬의 프리즘] 코로나19 추경예산의 교훈
양재찬 대기자  |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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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4  15: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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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일부 의료진은 방호복도 없이 마스크만 쓴 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런 검역인력 및 의료장비 부족은 정부의 방역 예산을 심의.결정하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정부가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한 특별공급에 나섰다. ‘내일부터’, 또 ‘내일부터’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는 경제부총리의 장담은 공수표가 됐고, 새벽부터 나와 몇시간 줄을 서 기다려야 겨우 마스크 몇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코로나19 국내 발병이 한달을 지나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공항을 비롯한 현장 검역인력과 대구ㆍ경북지역 등 병원 의료진에도 과부하가 걸려 있다. 일부 의료진은 방호복도 없이 마스크만 쓴 채 환자를 치료하며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검역인력 및 의료장비 부족과 마스크 수급 불안은 정부의 방역 예산을 심의ㆍ결정하는 정치권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국회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2017년 이후 3년째 감염병 현장 검역인력 충원 예산을 삭감했다.

정부가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 2018년ㆍ2019년 예산안에서 검역인력 증원 예산을 국회에 제출하자 야당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며 전액 삭감하거나 일부만 증원하는 것으로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러고선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검역인력 부족 문제가 거론되자 여야는 네탓 공방을 했다.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마스크 보급 예산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는 2019년 예산안에서 129억원을 삭감해 반토막을 냈다. 2020년 예산에서도 정부가 요청한 마스크 지원비 574억원에서 114억원을 삭감해 통과시켰다.

그러고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산과 물량 부족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마스크 보급이 차질을 빚자 자유한국당은 ‘마스크 지원 예산을 삭감한 4+1협의체 탓’이라고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취약계층 마스크 보급예산마저 비정하게 삭감한 정당’이라고 되받았다.

코로나 국난(國難)이 장기전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감염병 극복과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아웅다웅하던 여야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함께했다.

정부는 코로나 추경 규모를 메르스 사태 수준 이상으로 편성할 방침이다. 메르스 추경은 총 11조6000억원 규모였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이 5조4000억원, 메르스 및 경기 대응 예산이 6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코로나 추경의 세출예산은 메르스 때(6조20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상황이 메르스 때보다 심각하고 엄중해서다. 정부는 ▲방역체계 고도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ㆍ소상공인 회복 지원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ㆍ고용안정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 추경 사업을 발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세출예산 편성의 기본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세출 규모를 정하기에 앞서 과연 얼마나 필요하고 효과가 있는 사업인지를 따지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연례화한 추경 편성으로 국가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어느 정도 부담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재정을 마구 뿌려대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정부는 우선 동원할 수 있는 잉여금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당장은 적자국채 발행이지만, 경기를 회복시켜 세입이 정상적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자 순기능이다.

국회 심의도 달라져야 한다. 방역 예산 심의처럼 합리적 근거와 정책 수요에 대한 면밀한 점검 없이 무조건 삭감하거나 총선에서 표를 겨냥해 지역 민원성 사업 예산을 끼워넣어선 안 된다.

추경을 편성할 때마다 정부나 정치권이 명심해야 할 것은 국민 세금인 재정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재정은 재난 극복이나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 정도에 그쳐야지 나라 전체의 경제성장을 좌우해선 곤란하다.

 

 

 

국회는 예산안 심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심의했고, 상임위원회 및 예산특별위 심의 통과 과정에서 누가 영향력을 미쳐서, 정부안이 어떻게 변경됐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예산 편성권을 쥔 만큼 편성 기준은 무엇이며 누구 제안인지를 표기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은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고, 선거를 통해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방역 예산 삭감 공방과 연례화한 추경 편성이 정부와 정치권에 부과하는 교훈이자 과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적어도 이 숙제만은 풀고 가자.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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