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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덧없는 사생결단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패신저스(Passengers) (1)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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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28  10: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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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튼 틸덤(Morten Tyldum) 감독의 2017년 작품 ‘패신저스’는 장르나 구성면에서 꽤 독특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주로 공상과학 영화가 많지만, 패신저스는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공상과학 로맨스’쯤 될 것 같다. 공상과학이 앞서는지 로맨스가 앞서는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기에 따라 ‘타이타닉’의 우주 버전쯤 될 것 같기도 하다.

   
▲ 우리는 '작은 것'들에 길들여져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 ‘타이타닉’이 대서양 한가운데서 조난당한 여객선 ‘타이타닉호’ 안에서의 러브스토리라면, ‘패신저스’는 대서양쯤은 접시물로 느껴질 만큼 그야말로 칠흑 같은 ‘망망우주’에서 조난당한 호화 우주선 ‘아발론호’ 속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타이타닉에서는 승객 1500명이 모두 조난자인 데 반해, 패신저스의 설정은 좀 특이하다. 승객 5000명 가운데 두 남녀 주인공만이 조난을 당한다. 매도 같이 맞으면 덜 아픈 것처럼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포가 닥친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 법도 한데, 5000명의 승객들은 태평하게 동면기 속에서 잘 자고 있는 가운데 남녀 주인공만이 깨어나는 ‘조난’을 당한다. 아마도 이 상황은 타이타닉이 가라앉은 것보다 더 끔찍할 것도 같다.

언제쯤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썩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에 약 5000명의 승객을 태운 길이 1㎞짜리 우주선 아발론호가 60광년 떨어진 ‘홈스테드 II’라는 행성의 식민지를 향해 출발한다. 60광년 거리의 여행은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120년이 걸린단다. 승객들은 모두 동면기에 들어가 120년 동안 죽어 있다가 깨어나는 여행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동면기 오작동으로 주인공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이 출발한 지 30년 만에 혼자 깨어난다. 프레스턴은 황당하다. 90년이나 일찍 깨어나 버린 것이다. 동면기는 다시 가동되지 않는다. 다시 동면기를 가동하려고 혼자 별짓을 다해 봐도 소용없다. 본사에 문의해 보지만 지구 본사에 메시지가 도착하는 데만 15년이 걸리고, 회신을 받으려면 다시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 영화 '패신저스'는 우주에서 조난당한 아발론호 속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대학입시 전날 최후의 결전을 위해 일찍 잠들었는데 잠든 지 1시간 만에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꼴이다. 일생일대의 시험은 망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꼼짝없이 목적지인 홈스테드 II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주선에서 홀로 늙어 죽게 생겼다.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이나 행동 양식으로 보면 배경이 ‘먼 미래’가 아닌 ‘꽤 가까운 미래’ 같아 보이는데, 실제로 그렇게 가까운 미래에 이런 상황이 펼쳐질 것 같지는 않아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도착까지 120년이나 걸리는 거리라니 왕복으로 계산하면 240년이다.

10시간 비행도 암담하게 느껴져 도살장에 들어서는 기분으로 탑승하는데, 120년이라는 비행시간의 아발론호 탑승객들의 멘탈은 어떤 멘탈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15분 혹은 30분 단위로 시계를 보며 뛰어다니고, 인터넷 속도도 4G가 답답해서 5G로 바꾸는 우리로선 먹먹하고 무감각해지는 시간개념이다.

지구를 떠난 지 120년 만에 홈스테드 II에 도착해 동면기에서 깨어날 때쯤이면 지구에서 악수하고 포옹하며 작별한 사람들은 모두 이미 죽고 난 다음이다. 공항에서의 ‘bye bye’가 ‘임종’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 무엇이 중요한지 혼란스러울 때엔 우주의 시간과 크기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 패신저스가 보여주는 ‘시간’과 ‘공간’을 더듬어가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시공간과는 전혀 다른 차원임을 느끼게 된다. 문득 우리가 얼마나 ‘작은 것’들에 길들었는지 놀란다. 우주라는 공간을 생각하면 우리가 망망대해라 부르는 태평양도 그저 물 분자 하나도 채 안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빛의 속도로 1년이 걸린다는 ‘광년’이라는 시간과 거리를 생각하면 지구라는 티끌 한 점 속에서의 시간이라는 개념도 참으로 옹색하기 짝이 없다.

티끌만 한 공간 속에서, ‘찰나’에 불과한 시간 속에서, 모두들 ‘큰일 났다’고 아우성친다. 높고 낮음을 두고 사생결단하고, 크고 작음을 놓고 또 사생결단하며 다툰다. 무엇은 크고, 무엇은 작고, 무엇은 높고, 또 무엇은 낮게 보여 혼란스러울 때, 가끔은 우주의 시간과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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