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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구좌맹주의 눈물, 그리고 승찬검의 부상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25)] ‘반로환동’ 영훈검의 사연
강정태 객원기자  |  kjt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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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18  13: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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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자욱한 연탄구이 삼겹살집이었다. 범상치 않은 풍모를 지닌 한 사내가 '혼술'을 하고 있었다. 속이 타는지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낯설어 하는 취객들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힐끔 힐끔 쳐다보며 수군댔다.

“고깃집에서 혼술이라니.”

하수는 시도할 생각조차 못하는 급수였다.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주화입마(走火入魔) 를 입은 무사가 한 둘이 아니다.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져야 해. 내겐 고독이 필요한 시간이지.”

작가 김정운과 모리 히로시의 책 제목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말이었다.

구좌맹주 경학검(54)이었다. 지난 제주도의회무림 비무대회에선 80.17%란 경이적인 득표를 얻은 무사다. 역대 제주시무림 최고기록. 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그였다. 송당리 청년회장, 구좌읍 연청회장, 우남거사(64) 보좌관 등을 지내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구좌를 장악한 그는 중원무림 3선의원인 우남거사의 뒤를 이을 무사는 자신 밖에 없다고 자신했었다.

그의 마음처럼 지글거리는 삼겹살을 뒤집으며 혼잣말을 했다.

“지난번 선거에선 80%가 넘는 득표를 하며 사랑을 받았지. 다시 도의원 하겠다고 하면 양심이 없는 거야. 다른 선거비무(총선비무)라면 몰라도.

우남거사의 불출전 입장을 최근 주변을 통해서 들었지.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를 받았어. 출전하지 않을 것이었으면 진작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혀야 했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나도 우남거사가 끝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무사의 도리를 지켰어. 우남거사가 출전입장을 굳히자 꿈을 접었었지.

구좌는 이미 내 손에서 정리가 됐고, 조천도 나에 대한 기대가 많아. 4년 후에도 내가 쓰임새가 있고, 주변 기대가 있으면 다시 고민을 할 것이야.”

경학검의 혼술은 이유가 있었다. 중원무림 3선의원인 우남거사. 무소속 출전설이 나오다 갑작스레 불출전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불출전 얘기가 나온 시점은 도의회무림 사퇴시한인 1월 16일을 넘긴 터였다. 현역 제주무림의원인 경학검으로선 땅을 치며 통곡할 일이었다. 구좌와 조천에 그토록 공을 들였거만, 총선비무 출전길이 막혀 버린 것이다.

같은 시각. 제주시 을 한 미용실이었다. 백발의 한 사내가 미용실 의자에 앉아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미용실 원장인 반야검이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반야심경을 읊기 시작했다. 270자. 반야계 여러 경전의 정수를 뽑아내 응축한 경전이었다. 반야검은 송악산을 지키는 엄마검객 모임 리더(5~7회 등장).

새하얗던 영훈검(51)의 머리카락이 검어지기 시작했다. 보톡스라도 맞은 듯 짙은 주름살도 펴졌다. 가르마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꿨다.

“반로환동(反老換童)입니다. 육체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죠. 아무리 연로한 무사일지라도 이 수련을 거치면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치아도 새로 나옵니다.”

   
▲ 오영훈 국회의원

눈을 번쩍 뜬 영훈검이 반야검에게 말했다.

“어린 나이에 도의회 무림에 출전할 때였어요. 그때는 자라나던 새치들이 오히려 제게 무게감을 더해 주었죠. 중량감의 상징이었던 흰머리지만, 국회무림의원이 되고 한번 임기를 마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죠.”

반야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훈검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 경선비무에선 신인 가점 20%를 승찬검(49)에게 준다고 합니다. 3선 우남거사를 누른 2016년 경선비무를 기억하시죠. 0.6%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겼죠. 20%면 조심해야 합니다. 잘 뭉치기로 유명한 세화고무림도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우남거사와 승찬검은 세화고무림 동문인 건 아시죠? 다시 한 번 뭉친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민주방에 남아 있는 우남거사 지지층도 승찬검에게 갈까 걱정이 됩니다. 둘 다 평대리 출신이잖아요.”

영훈검이 호탕하게 웃으며 반로환동 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경선기간 동안 약간의 내홍을 겪겠지만 경선에서 승리하고 내부적인 결속을 다져 재선에 성공할 겁니다. 제주무림인들은 지연.학연.혈연에 치우쳐 투표하지 않고 누가 제주무림을 위해 열심히 일할 무사인지를 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 강정태

민주방 경선비무는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영훈검과 승찬검의 맞대결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승부를 겨룬다.

또 같은 시각이었다. 승찬검이 제이누리도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승찬검이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설 때 우남거사에게 인사전화를 드렸습니다. 저에게 ‘열심히 해라. 뜻을 이루길 바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물론 형식적인 인사였습니다. 세화고무림 동문들도 알음알음 알아서 저에게 전화가 많이 옵니다."<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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