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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완의 시론담론] 아카데미 4개 부문 석권 봉준호의 물음 ... 그저 치욕인가?

 

사실 ‘기생충’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이다.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그런 존재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이 ‘빈부격차와 계층갈등’을 그린 영화 ‘기생충’을 둘러싼 논평은 한국사회와 미국까지 야단법석이다.

 

오늘 조간 신문의 1면은 거의 봉준호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제 LA 할리우드에서 생중계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의 후보로 오른 ‘봉준호와 기생충’이 수상작으로 불려질 때마다 곧장 실시간으로 한국의 미디어는 극찬했고, 관련 글과 사진으로 도배되었다.

 

지난해 유럽영화를 평가하는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상’에 이어 영미권 영화를 빛나게 하는 오스카상 24개 부문중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특히 최고상이라 불리는 작품상을 영미권 외에서 받은 것은 92회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그런데 미국 언론들이 기생충에 대해 좀 과잉이라 할 만큼 다양히 조명했다. 할리우드 조차 시상식 이전부터 ‘기생충’을 열광하면서 “유럽의 ’황금종려상’보다 세계 최고의 권위 있는 아카데미상을 주어야 한다”는 단합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상식 전에 가진 기자단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는 로컬(영미권)상이 아니냐”고 일갈했고, 미국의 영화계 엘리트들은 오히려 봉감독의 호쾌하고 도전적인 인터뷰에 대해 ‘기분 나쁘다’는 표현 대신 마치 역설적인 덕담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아카데미상을 주자’고 합창을 했었다.

 

그들은 한세기 동안 영미권과 백색인종 중심으로 아카데미 시상이 이뤄져 온 ‘할리우드식 문화적 폐쇄성의 벽을 헐어 버리겠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과잉열기만 보면 ‘영화 세계를 뛰어넘어 미국의 정치사회적 배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시상식 후 “왜 화면을 영어자막으로 처리했느냐”고 묻는 할리우드 기자들에게 봉감독은 “언어의 차이는 1인치 자막의 장벽 정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글로벌한 기자들 조차 자신들이 사용하는 공용어 중심의 영어더빙을 요구한 것이다.

 

이같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4관왕으로 오스카 역사를 다시 쓴 한국 영화 ‘기생충’에 시기와 질투가 따라붙었다. 주요 외신이 일제히 ‘기생충’에 찬사를 쏟아낸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할리우드식 기분파들의 시상식’이라고도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3차례 이뤄진 아카데미상에서 24개 부분의 수상종목에 나오는 많은 수상 배우들은 마치 공화당과 트럼프를 공격하기로 마음 먹은 듯이 한목소리로 ‘정부와 시대를 풍자하는 험담발언’을 쏱아냈다.

 

아카데미의 중심인 할리우드는 LA로 미국으로 보면 변방이다. 미국의 정치지형도 ‘여촌야도 현상’이 강하다. 세계화에서 뒤떨어진 남부 농업지역과 공룡같은 산업화시대에서 한물 간 동부권은 공화당 일색인데 비해 흑인이 많이 살고 있는 워싱턴과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LA 등 대도시 지역 고학력 엘리트층은 거의 민주당 지지그룹이 많다.

 

그들은 기회가 되면 동부의 기득권층과 정치권을 비난하기 일쑤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온갖 인기를 누리는 배우들 조차 가진 자와 못가진 자들을 비교하면서 빈부와 계층갈등을 비판해왔다. 모든 인기배우들은 공화당의 백인중심적인 사고를 신랄하게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래야 대중인기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오래 전에 학습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황금종려상’으로 널리 알려진 ‘기생충’이야 말로 그들의 구미에 딱 맞는 영화였다. 한국에서도 10% 인구가 겪을 수도 있을 더러운 삶의 공간을 적나라하게 연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봉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 ‘괴물’은 한국인 1350만명을 열광하게 만들기도 했다.

 

 

‘괴물’의 소재는 한강에 인접해 있는 미군 주둔지인 용산기지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괴물이 생겨났다는 것을 상상시키면서 그 괴물이 가난한 동네의 사람들을 잡아 먹는 영화다. 가난한 동네의 송강호와 그의 가족들이 열연했다.

 

봉 감독은 1969년 9월 14일생으로 대구 출신이다. 주민들이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피란민촌’으로 통하는 남산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의 눈에 가난과 가진 자들을 비교하는 의식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때 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강사생활을 했던 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국립영화제작소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이사간 뒤 연세대를 다녔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24세 때부터 영화계에 뛰어들어 각본를 주로 썼다. 이후 충무로에서 조연출을 맡아 많은 실패작을 만들어 낸뒤 2003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으로 대박을 쳤고, 2006년 ‘괴물’로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독립영화 수준인 영화를 만들어 왔던 그는 CJ엔터테이먼트의 대폭적인 도움을 받아 ‘도쿄’(2008)와 모성애를 그린 ‘마더’에 이어 장편영화인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특히 지난해 제72차 칸느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데 이어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제76회 골든 글로브상 등 각종 수상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드디어 아카데미 본상 무대를 휘저어 놓았다. 이런저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느날 갑자기 탄생한 영화감독이 아니다.

 

‘봉디테일’이란 별명까지 얻은 봉 감독은 각본부터 역할에 맞는 배우 선정, 감독에 이르기까지 20년 이상 깨알같은 기획과 제작과정을 거쳐 우수한 영화를 만들냈기 때문이다.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기생충’은 헐리우드에서도 상영이 가능한 영화로 인정됐다. 빈부격차 해소와 계층갈등 문제를 지적,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빈부격차의 양극화’란 주제는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얻은 것이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기생충'의 배경인 한국의 '반지하' 주택이 외신을 통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의 특파원들이 서울 달동네와 변두리 지역에 어렵사리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 단칸방을 찾아가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은 ‘기생충’소식을 전하면서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르포(현장)'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BBC는 "영화 기생충은 허구의 작품이지만 반지하는 그렇지 않다"며 "한국의 수도 서울에 있는 수만 명의 사람이 여기에서 산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포기사에는 “서울에서의 반지하는 수천 명의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면서 결코 실패자가 사는 곳이 아니라는 배경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BBC는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 등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 비상사태시 모든 저층 주택과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고 소개했다. 또 ”단순히 반지하 주택이 한국 건축의 우연이 아니라 '남북 갈등의 역사'가 원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이런 도시 주거지역의 반지하 주택공간의 경우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1980년대 주택 위기가 찾아오면서 정부는 이 공간을 거주 시설로 사실상 합법화시켰다.

 

BBC는 “일부 반지하 거주자들은 가난하다는 사회적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르포기사에 출연한 오모씨는 "한국은 멋진 차나 집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에 단지 반지하 주거공간은 가난을 상징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20대의 박모씨는 “영화처럼 반지하에 사는 가족의 몸에서 이른바 '지하' 냄새가 난다거나 그 가족까지 그같은 냄새를 맡도록 하고 싶지 않다"면서 ”영화를 본 뒤 수많은 향초를 태워 제습과 더불어 자신이 사는 반지하 주택을 새로 수리하고 꾸미는데 동기 부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기에 산다고 사람들이 나를 불쌍히 안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여자친구 심모씨는 "친구의 반지하 공간을 사랑한다"고도 했다. 이어 그녀는 “그러나 영원히 반지하에 살기 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역시 영국 공영방송인 BBC답게 한국의 반지하 주택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기생충’처럼 ‘한국인의 수준을 낮추어 보아서는 안된다’는 뉘앙스를 잊지 않았다.

 

'반지하'는 현실이지만 그 현실은 곧 미래로 가는 계단이기도 하다. 봉 감독 역시 처연한 소년기와 처절한 청년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명장으로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다. [제이누리=김선완 객원논설위원]

 

김선완은?=영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정치부·사회부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에듀라인(주) 대표이사. 한국리더십센터 영남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외국어대 통상경영학부와 경북과학대학 경영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 산학연구원 부원장, 대구·경북 지방자치학회 연구위원을 지냈다. 대구경북언론인회 사무총장과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에서 역량강화 분야 산업강사로 활동중이다. ‘마케팅의 이론과 실제’, ‘판매관리의 현대적 이해와 해석’, ‘리더와 리더십’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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