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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한다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20)] 부러진 화살 ... 조배죽들의 자폭
조시중  |  joe-micha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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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20  13: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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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대부' 캡처' 이미지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서는 마피아라는 범죄조직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주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었으나 범죄조직으로 진화하였다. 지역마다 패밀리(family)라는 조직을 갖추고 '돈(Don)'이나 '대부(Godfather)'라 불리는 두목(boss)이 있다. '돈'은 조직원들이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여야 하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 조직의 일부는 미국으로 진출하여 범죄조직을 만들어 마피아로 불려지고,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범죄조직을 마피아라 부르기도 하며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피아에 대하여 '특정한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기 위하여 내부 공모자들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유지되는 조직'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조직폭력배의 두목을 “형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절대적인 복종의 대상이라는 점은 마피아와 같다. 최근에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관피아’와 같이 인맥과 직책을 이용해 부적절한 권한을 휘두르는 집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품 시장에서는 품질이 우수한 상품이 열등한 상품을 제거한다. 그러나 화폐 시장에서는 그 반대현상이 나타나는데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라는 그레샴의 법칙이 말해 준다. 이 법칙에 의하면 소재가치가 높은 화폐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재가치가 낮은 화폐만 시장에서 유통하게 된다. 즉, 시장에서는 좋은 돈은 사라지고 나쁜 돈만 유통된다는 뜻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우주태(于酒殆)는 회식 장소에서 연수원의 강의에서 배운 듯 “인간관계론이 뭔지 알아?” 라면서 직원들에게 새겨 들으라는 듯 했다. 그러나 우주태가 말하는 인간관계는 오늘도 마시고 내일도 마시는 ‘너와 내가 술 먹는 관계’ 혹은 ‘부하가 상사에게 술 대접하는 관계’로 설명을 한다. 김철수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듣기만 할 뿐이다.

인간관계론은 미국의 경영학 이론으로 회사의 조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배려하였을 경우에 가장 능률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실험 결과이다. 프로빈스에서 유행하듯이 매일 술을 퍼먹는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술을 많이 마시면 이를 '인간성이 좋다‼'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 중독자로 취급받는 선진국과 차이가 있다.

우주태는 저녁 식사와 반주로는 양에 차질 않았는지 2차를 간다하여 따라 나섰다. 그러나 양주를 한두잔 마신 우주태는 곧바로 눈을 감고 졸아 버렸다. 주변을 아랑곳 하지 않고 코 고는 소리도 요란하다. 그렇지만 조배죽 나으리께서 주무시는데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한 시간이 지나서 종업원이 집으로 모시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깨웠다.

우주태는 졸았던 눈을 부라리며 “살펴 가세요‼”라고 인사하는 종업원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요?” 라며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려 들었다.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종업원에게 우주태가 소리를 질러댔다. “당장 주인 나오라고 해‼”

우주태의 욕구불만은 술집 주인이 부랴부랴 튀어나와 자신을 받들어 모시면서 아양을 떨지 않았다는 이유다. 김철수가 보기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우주태는 이런저런 잘못이라며 종업원에게 위생검사 하듯이 시시콜콜 따져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주태가 재미있어 보이기도 한다. 수많은 술자리 경험이 없으면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술집 주인이 있으나 없으나 술맛은 차이가 없을텐데도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프로빈스의 다른 관리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이 습관은 우주태가 프로빈스에서 권세가 높은 실세 조배죽이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받들어 모셔 달라는 투정에서 나온다. 김철수는 우주태를 겨우 진정시켜 밖으로 모셨으나 “나를 뭘로 보고 말이야‼”라는 투정을 이어갔다. 욕구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듯하다.

출장을 가는 길에 우주태는 공항 발권 카운터에서 “내가 누군지 알아요?”라고 과시를 해야 적성이 풀렸다. 다른 기관의 민원실에서도 “내가 누군지 알아요?”라며 거만을 떠는 우주태에게 “당신이 누군데?”라며 직원이 반문하자 우주태는 머쓱하였다. 벼락출세하다보니 인성이 덜 갖추어진 조배죽들의 행태다. 김철수는 키득키득 웃어줄 수밖에 없다.

부러진 화살(Broken Arrow)

적군이 아군 진지를 돌파 당하여 전멸될 절대적인 위기에 놓여 있을 때에는 현장 지휘관이 아군의 진지에 집중 포격을 하여 주도록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잘못 판단하는 경우에는 아군의 집중 포격으로 아군이 전멸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냉철한 판단이 절대 필요하다. 이 작전을 부러진 화살이라 한다. 아무나 함부로 써서는 아니 된다.

조배죽들은 자폭이나 다름 없는 큰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먹여 선거에서 승리할 작전을 세웠는데 그만 잘못된 수를 쓰고 말았다. 법원의 판결로 총독은 6년만에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충성경쟁에 눈이 먼 조배죽들의 조급한 판단으로 총독으로 하여금 떠나도록 만들어 버린게 아닌가 싶다. 활도 부러졌고 화살도 부러져 버렸다. 이제는 쓸 것이 없다. 조배죽들은 애초부터 머리를 쓰질 말아야 했다.

김철수는 총독에게 충성을 다하던 조배죽들은 총독의 뒤를 따라 같이 떠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생각은 틀렸다. 그들은 전성시대를 거치며 승진하거나 좋은 자리에서 이미 두터운 기득권을 탄탄하게 형성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권력 대신에 권리를 추구하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것은 약간이라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는 유한하되 행정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6년은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간이다. 다른 지역이 6년을 앞서 나가는 사이에 프로빈스가 6년을 퇴보하였다면 12년을 뒤처지는 것이 된다. 소중한 시간에 조배죽들은 사또 놀이를 즐기면서 야비하게 모함하는 방법을 익혔다. 국제 사기꾼에게 농락을 당하거나 허접한 대외정책을 추진하여 망신을 자초하였다. 칭찬받을 만한 정사(政事)는 보여줄게 없다. 무고한 동료들의 인생을 무자비하게 절단시켜 버렸지만 미안한 기색조차도 없다.

 

 

 
▲ 조시중

누군가는 일을 저지르고 떠난 사회에서 후임자는 그 일을 수습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게걸스럽게 먹다 남겨진 찌꺼기를 뒤치다꺼리하는 설거지를 하여야 한다. 설거지를 하는 후임자는 “많이도 쳐먹고 설거지도 안하고 가버렸네‼”라는 푸념이 나오게 된다.

김철수는 조배죽 전성기 6년 동안 깊은 함정과 지뢰밭을 건너왔으나 온갖 상처로 얼룩이 졌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회복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면서 시대에 맞추어 변신하고 있는 조배죽들의 색다른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조배죽이 아닌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그들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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