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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 막아주는 방풍시설 ... 흑룡만리 밭담길김승욱의 [제주역사나들이](31) ... 6차 김녕리 탐방코스 (3편)
김승욱  |  kswinn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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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6  10: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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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른빌레

   
▲ 조른 빌레 전경

용암이 넓게 퍼진 후 식어서 생긴 암반지대를 제주어로 빌레라고 한다. 제주에선 김녕, 월정지역에 특히 이 빌레 지형이 많은데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이 이 척박한 땅에 피와 땀을 흘리며 초인적인 노력으로 빌레를 깨고, 뒹구는 돌들을 골라내어 경작지를 일구어 냈다.

도저히 깰 수 없는 빌레는 밭의 경계로, 골라낸 돌들은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시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돌담으로 이루어진 흑룡만리의 밭담길이 이곳 김녕일대에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가혹한 자연환경에 맞서 살아남고자 한 우리 제주조상들의 삶의 절박함과 강인함이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김녕 밭담길

   
   

돌담으로 이어진 끝나지 않을 듯한 흑룡만리길. 제주 선인들의 삶과 체취를 느끼면서 마냥 걸어본다.

 

 

 

 

 
▲ 김승욱

김녕리와 월정리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위에 위치한다. 마을 밑에 거문오름에서 발한 용암이 흘러서 생긴 여러갈래의 동굴이 있고 그 위에 빌레지대가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빌레지대를 일구어 ‘빌레(암반)왓(밭)’을 만들었다.

이런 빌레왓은 지층이 얇고 흙의 점성이 떨어져 바람에도 잘 날린다. 또 땅을 파면 흙보다 돌이 더 많이 나왔다. 비가 오면 어렵사리 일군 밭의 흙이 쓸려 내려가버리기 일쑤였다. 이러한 황무지를 지금의 경작지로 만든 건 오랜 세월의 결코 간단치 않은 삶의 결과물이다. 지금 걷는 이 길이 보이는 아름다움 그 이상인 이유이다.

김녕 밭담길은 풍광으로만 다가가기엔 더 이상의 극단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느끼게 한다.

   
▲ 빌레로 뿌리가 깊지 못해 태풍 솔릭에 쓰러진 나무

곶자왈 지대처럼 표토가 얇아 나무가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옆으로 뻗어 생장하기 때문에 큰바람에 나무가 쉽게 쓰러진다.

   
▲ 진빌레길 이정표

김녕 밭담길에서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비포장 도로로 들어설 때 쯤 진빌레로 들어서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러나 이 이정표대로 가면 길이 잡목과 우거진 수풀로 인해 들어갈 수가 없다. 이 역시 관리의 아쉬움이 남는다.

   
▲ 김녕과 월정사이의 해안가

진빌레길을 못 들어가고 그냥 이어진 비포장도로를 가다보면 풍력발전기를 지나 조간대의 풍경이 펼쳐지며 김녕의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제주에선 밭과 바다의 경계는 없다. 바다를 등지고 서 있으면 밭이요 밭을 등지고 서 있으면 바다가 눈에 들어 오기 때문이다.

■용암언덕(투물러스 지형)

   
   
▲ 용암언덕

점성이 낮은 용암이 천천히 흐르다가 앞선 용암이 바다를 만나 식으면서 뒤에 따라오는 용암의 길을 막는다. 막힌 용암들은 뒤엉키면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다가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어 육각형의 주상 절리를 만들기도 하고, 거북이 등같이 갈라지면서 식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생긴 암반 지형을 투물러스(tumulus)라고 한다. 김녕해안에서 이렇게 용암의 교통정체로 인해 부풀어진 바위지형들을 볼 수 있는데 이 곳이 대표적인 곳이다. 가히 세계 지질공원으로 제주가 선정될 수 있는 이유이다. 자연은 자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각자의 자리를 지켜온 결과 오늘 날의 모습이 갖추어진거라고 생각한다.

■김녕 환해장성

   
▲ 환해장성

제주의 환해장성은 그간 설명을 많이해서 생략한다.

김녕의 환해장성도 꽤 긴구간에서 담의 형태로 남아 있다. 복원된 구간도 있고 오래전 모습인곳도 있다. 지금의 남아 있는 모습을 볼 때 과연 과거에 방어시설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관리들의 생색내기용 닥달에 어쩔 수 없이 동원된 민초들이 괜한 고생을 하며 쌓은 형식적 방어시설은 아니었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어쨋든 파란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 어우러진 장성의 돌담은 제주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 환해장성 근처 조간대

썰물 때 고여있는 물 속은 어릴적 신나는 놀이터요 자연학습장이었다. 지금도 조간대에 물이 고여있는 것을 보면 자연스레 동심으로 돌아가 그 속에 어떤 생명들이 바쁘게 숨쉬며 돌아다니는지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지금도 작은 물고기, 깅이(게), 고동(보말), 갯강구등이 제 살길을 찾아 부지런히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자연의 해양 수족관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럭산

   
▲ 두럭산의 희미한 모습

두럭산은 산이라는 명칭에 무색한 암초(여)이다.

음력 3월 보름때만 일년에 한번 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설문대 할망이 한라산과 성산에 두 발을 딛고 이 곳 두럭산을 빨래판 삼아 빨래를 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한라산과 성산, 산방산, 성읍의 영주산과 더불어 제주의 5대산이라고 한다. 해학적인 얘기지만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한다.

   
▲ 두럭산 근처 올레코스에 있는 조형물

■성세기 해변(김녕해수욕장)

   
▲ 동쪽에서 바라본 성세기 해변
   
▲ 김녕해수욕장

거대한 용암 암반위에 패각류의 가루가 쌓여 이루어진 해안이다. 김녕해수욕장으로도 불리며 수심이 얕고 완만하여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산책로와 캠핑시설, 물놀이 및 해양레져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다.​

   
▲ 김녕 어울림 센터

김녕 어울림 센터로 다시 돌아오면 코스가 끝난다. 약 13km 구간이며 넉넉히 네시간 정도 소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욱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오현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육군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삼성물산 주택부문에서 일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공부를 더 한 뒤 에이스케이 건축 대표이사를 거쳐 제주로 귀향, 현재 본향건축 대표를 맡고 있다. 제주대 건축공학과에서 건축시공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고향 제주의 벗들과 제주의 역사공부를 곁들여 돌담·밭담·자연의 숨결을 더듬고자 ‘역사나들이’ 기행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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