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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251)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이외에 ‘장기’ 황제라 부를 수 있는 황제는 누구일까?

 

“심심할 때 장기를 내오시게. 사(士)와 상(象)이 되는 법을 배워 효과 있게 집안일을 처리하게. 졸(卒)은 앞으로 나가니 되돌아온다는 말 하지 마소. 반드시 곧바로 가는 차(車)를 배우고 마(馬)처럼 경사지게 가지 마소. 만약 다른 사람이 내 은정을 막아서면 나는 포(包)처럼 곧바로 때리리다.”(『계지아桂枝儿·영부팔권咏部八卷』)당唐 숙종(肅宗) 이형(李亨)은 장기에 열중을 넘어 몰두하였다. 그러면서도 사(士)나 상(象)을 배우지도 않았고 졸이나 차를 닮지도 아니하고 그저 비뚜로 가는 마만 배웠다.

 

전대의 폐해가 쌓여 천보지란(天寶之亂, 안사〔安史〕의 난)이 발생한다. 숙종과 총비 장량제(張良娣)는 군사를 거느리고 서북방향으로 피난하였다. 도망치는 와중에서도 숙종은 장기를 잊지 못했다. 산처럼 쌓인 전선의 군정 보고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저 장 씨와 장기를 두며 놀기에 바빴다. 승상 이밀(李泌)이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마외파(馬嵬坡)사건’(사병들이 들고 일어나 양국충〔杨國忠〕 등을 죽인 사건, 양귀비도 함께 죽었다)의 위기가 다시 한 번 더 발생할 수 있다고 권고했으나 숙종은 듣지 않았다.

 

귀와 눈을 다 막고 태감에게 금동으로 만든 장기를 ‘마른 목이(木耳)’로 목질 장기를 만들어 바꿔오라 명령하였다. 그렇게 해서 옆에서 모시는 병사들이 장기를 두는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하였다. 사람들은 그런 장기를 ‘보응(寶應)’장기라 불렀다. 동진 사안(謝安), 삼국시대 공명(孔明), 원말 유백온(劉伯温) 등이 문학작품 속에서 능히 “유악(帷幄)에서 장기를 두며 천리 밖의 마지막 승패를 결정짓는다”라고 했는데. 숙종도 그런 능력의 보유자였던 모양이다.

 

 

역사상 가장 황당한 죽음에 대해 알아보자. 동진(東晉) 효무제(孝武帝) 사마요(司馬矅)가 대표다.

 

효무제도 다른 여타 황제들과 마찬가지로 여색에 빠져 있었다. 하루 종일 비빈을 껴안고 술을 마셨다. 한 번은 술에 취하여 총비 장귀인(張貴人)과 말다툼했다. 여기서 주의하여야 할 것이 있다. 다툼, 그것도 말다툼을 했다는 점이다. 황제가 비를 질책한 것이 아니라 황제와 비가 말다툼을 하였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네가 저렇게 얘기하고, 욕도 하며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마지막에 효무제가 화가 났다. 술도 취했고 화도 치밀고. 울컥해서 소리를 질렀다. “짐은 더 이상 널 만나지 않을 거야! 비빈들이 그렇게 많은데, 짐은 다른 사람을 찾아갈 거야!” 말을 마치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나마 정신이 맑았던 장귀인의 궁리가 시작된다. 황제가 자신을 찾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간다고? 될 말이야?! 지금 나는 이렇게 젊고도 아름다운데 나를 찾지 않는다고?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장귀인은 이를 악물었다. 모진 마음을 먹고 궁녀들을 불렀다. 커다란 이불을 가지고 오게 한 후 아무 거리낌도 없이 단잠에 빠져든 효무제 머리를 덮어 숨을 못 쉬게 만들었다. 가련하고도 순진하였던 효무제는 입씨름하다 울컥해 내뱉은 말 때문에 오랜 기간 쌓아온 황제의 길을 가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역사상 가장 희한하게 죽은 군왕은 춘추시기 진국(晉國)의 국군(國君) 진경공(晉景公) 희(姬)라고 전해온다.

 

생사여탈의 대권을 장악하고 있던 일대의 군왕은 나이가 들자 잔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진국의 용한 점쟁이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는지, 일국의 군왕에게 올해 새 보리를 수확할 시기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공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해 새 보리를 수확할 때 군왕이 점쟁이를 불러와서는 밥사발을 들고 말했다 : 보거라. 네가 짐더러 새로운 보리를 먹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짐은 이처럼 팔팔하게 먹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네가 짐보다 먼저 죽어라. 누가 너더러 점을 잘못 치라 했더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점쟁이의 목을 베어버렸다.

 

진경공이 밥공기를 들고 먹으려 할 때 갑자기 배가 이상하였다. 좌우에게 먼저 뒷간에 다녀올 테니 기다리라 얘기하고는 밥사발을 내려놓고 나갔다. 그런데 시종들이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게 아닌가. 밥은 다 식었는데도 군왕이 오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찾아 나섰으나 궁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뒷간에서 진경공을 찾아냈다. 알고 보니 똥통에 빠져 이미 붕어하신 게 아니가……. 후인들은 중국에서 최초로 화장실에 빠져 순국한 제왕이라 칭송(?)하고 있다.

 

문필이 간결하기로 유명한 『좌전左傳』에서는 몇 마디 말로 그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먹으려고 하자 배가 더부룩해 측간에 갔다가 빠져 죽었다(將食,漲,如厠,陷而卒).”

 

다른 행태를 보자. 어리석고 판단력도 없는 것을 무어라 하면 좋을까? 자신의 힘만을 너무 믿어 앞뒤를 가리지 않는 것은 또 무어라 할까? 그런 류의 인물들이 중국역사에는 종종 보인다. 그런 류에 속한 인물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황제가 한 명 있다. 바로 진무왕(秦武王) 영탕(嬴蕩)이다.

 

사실 영탕은 전도양양한 젊은이였다. 17세에 즉위하니 앞길이 창창하고 진나라도 국력이 최강이었으니 제후국들이 모두 두려워했다. 모든 것을 갖추었으나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다른 사람들과 힘겨루기를 너무 즐겼다는 점이다. 좀 괜찮다 싶은 것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커다란 물건이 있으면 끝내 힘을 겨뤄야했다. 23세 때의 일이다. 밖에 나서보니 어떤 집에 낙양의 대정(大鼎)이 놓여있는 게 아닌가. 대역사 맹(孟) 씨가 와야만 들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도 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결국 진짜로 들었다. 그러나 버티지 못했다. 대정이 떨어지면서 다리를 으스러뜨려 버렸다. 당시의 의료 수준으로써는 손 쓸 방도가 없었는지 이틀도 되기 전에 낙양에서 숨을 거뒀다.

 

 

이외에 앞뒤를 못 가린 인물 중 두 번째로 꼽을만한 자가 한 명 더 있다. 제왕은 아니지만 귀한 용종, 한나라 무제의 아들인 광릉왕(廣陵王) 유서(劉胥)다. 그 역시 종자가 좋았는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실팍하고 남다른 용력을 지녔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가 희한한 쪽에만 관심을 뒀다는 점이다. 그가 좋아한 것은 미녀도 아니었고 서화도 아니었다. 그저 ‘곰’과 힘을 겨루는 데만 집중하였다.

 

자신의 봉지에 곰의 정원을 만들어서는 갈색 곰, 회색 곰, 흑곰, 말레이곰, 백곰 등 곰이라는 곰은 망라해 모아놓고 길렀다고 전해온다. 아무튼 유서는 하루 종일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곰과 대적할 것인가만 궁리하였다. 그것을 위하여 스승까지 초빙했다고도 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곰의 우리에 들어가 곰과 힘겨루기를 하였다. 영웅이라고? 그러나 영웅도 실수하는 법. 어느 날 유서는 대단한 곰과 맞닥뜨렸던 모양이다. 싸움을 벌이다 결국 힘센 곰의 발에 맞아 세상을 떴다.

 

보시라, 위풍당당하기 그지없었으며 뛰어난 재지를 타고 났다고 평가 받는 한 무제가 어찌 그런 아들을 낳았는지……. 영탕과 유서 둘 중, 누가 더 기이한가? 유서가 더하면 더했다 싶지 않은가?

 

이런 역사 기록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몇 가지를 거울로 삼을 수 있겠다. 다음은 중국학자의 우스갯소리다 : 첫째, 젊은 부부끼리 말다툼을 하더라도 홧김에 상대를 화나게 하는 말을 하지 말자. 둘째, 점쟁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들으라. 듣고 싶지 않거들랑 아예 점을 보지 말고. 그게 무엇이 그리 용하겠는가. 셋째, 역도는 위험한 운동이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거들랑 절대 무거운 것은 들지 말자. 넷째, 사람은 결코 맨손으로 야수를 이길 수 없다. 반달곰이야 말해 무엇 하랴. 생사가 달리지 않았거들랑 절대 거드럭거리지 말자. 다섯째, 어쩌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른다. 화장실에 갈 때랑 절대 서두르지 말자.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설도 잘해야 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하리니.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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