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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성탄화투판 ... 루돌프도 등판하나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20)] 똥광-비광 VS 국화쌍피-팔십격
강정태 객원기자  |  kjt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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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4  11: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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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총선무림입니다. 희룡공 진영, 제주 갑, 을, 서귀포 순서로 10여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상황, 대사 등은 상상력으로 꾸며낸 허구입니다. 오버액션도 빈번하게 사용했습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존인물도 등장시켰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십시오. 제주가 바뀌고, 한국이 바뀝니다. 4.15총선은 이미 시작됐습니다.[편집자 주] 
   

문 밖에서 캐럴이 들렸다. 무림 2019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제이누리방 인공지능(AI)기자가 황급히 도장문을 열었다. 사탕을 받으러 온 아이가 아니었다. 루돌프 복장을 한 원철검이 캐럴을 부르며 들어섰다.

“안개 낀 성탄비무날 산타 말하길, 원철검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 주렴.”

출전자가 또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AI기자가 CPU(중앙처리장치)에 불꽃이 튄 듯 억양이 어눌해졌다.

“아이고, 도대체 출전 무사가 몇이야. 썰매는 민주방인건 알겠는데 그 산타는 누구고∼.”

AI기자의 물음에 원철검이 신이 난 듯 말했다.

“난 오늘 비무대회 관전을 하러 왔다. 아직 출전여부 확답을 못하겠다. 내가 출전하게 된다면 끌려 나가는 것이다. 산타의 부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말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희룡공 독단에 맞서기 위해선 도의회무림 의원으론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 난 무현지존 팬클럽노사모방 북제주대표일꾼 출신이다. 이번 주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다.”

각자 화투 점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8인의 무사들이 허를 찔린 듯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길현훈장과 희수거사 눈빛이 더 매섭게 빛이 났다.

원철검은 지난 11월 23일 창일거사와 전격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문을 증폭시킨 바 있다. 이후 창일거사 후계자설이 나오기 시작한다.

정치무림 입문 전 원철검은 오랫동안 노동운동무공을 수련했다. 항운노조방, 한림읍노동조합협의방 창립 주도, 한국노총제주방 정치국장 등을 지내며 내공을 키웠다. 이후 제주무림의원 내리 3선을 지낸다.

AI기자가 잔뜩 목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리따운 목소리는 온데 간 데 없었다.

“빨리 빨리 진행하자.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 거야. 나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오늘은 성탄 이브잖아. 이러다간 총선비무 다 끝나도록 제주시 갑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나를 기다리는 제주시 을과 서귀포 무사들은 언제면 만나게 되나.”

AI기자가 비무 시작을 선언했다. 무사가 많아 나눠 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방, 자유한국방, 바른미래방과 정의방, 무소속으로 팀을 엮었다. 모두 3개 팀, 각 3인. 민주방만 원철검이 관전을 신청해 '맞고'였다. 특정방 입당이 뻔히 보이는 후보는 AI기자 재량으로 특정방에 배치시켰다. 그러고 나니 어느 누구도 광을 팔지 않아도 되는 황금분할이 됐다.

   

길현훈장 “광이 최고지” VS 희수거사 “피로 파이브고”

두툼한 방석을 앞에 두고 길현훈장, 희수거사가 마주 앉았다. 원철검은 루돌프 코를 여전히 단 채 멀찌감치 서서 관전했다. AI기자가 두루마기방을 펼쳤다.

‘열 받으면 무조건 진다.’

고스톱 명언이었다. 고도의 심리전, 실력보다도 신경전이 승부를 좌우하는 비무였다. 상대방의 열을 돋구는 게 최대관건이란 말이다. 원철검이 돋군 열은 아직 식지 않은 상황이었다. 초짜들의 혈투였다. 둘 다 패를 넓게 펼쳐 잡고 있었다. 타짜는 한 손에 패를 움켜지고 친다.

선(先)은 길현훈장이 됐다. 제이누리방은 무선전화를 통해 두 후보에게 첫 패와 두 번째 패를 물은 바 있다. 길현훈장이 먼저 답변을 보냈다.

길현훈장이 난데없이 희룡공 얘기를 꺼내며 희수거사의 집중력을 흩뜨렸다. 심리전이었다. 대학무림서 정치비급서를 전공한 그였다. 실전경험은 약하지만, 비급서내공만큼은 제주무림엔 적수가 없다고 알려진 그였다.

“희룡공이 특정 방을 선택하고, 비무후보 가운데 누구와 손잡고 정치를 하게 될 지가 판세를 바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거이야.”

그러면서 그는 손에 든 똥쌍피로 똥광을 먹었다.

“광(光) 하나는 있어야 든든한 법이야. 내가 초-중-고-대학무림동문회, 시민무림방까지 총무와 회장을 맡은 게 몇 번이지 알아. 탄탄한 제주무림 네트워크는 내겐 광이야.”

이번엔 희수거사 차례였다. 그는 국화껍질로 국화쌍피를 먹으며 말했다. 열끗과 쌍피를 오고 갈 수 있는 패였다.

“난 서문시전(市廛) 상인이 아들이야. 언제나 피인 서민무림인 편에서 늘 함께 하려고 노력했지.”

잘만 모으면 파이브고까지 가능한 서민무림피였다. 일단 피로 점수가 나기 시작하면 무섭게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길현훈장은 비쌍피로 비광을 먹으며 말했다.

“내가 고스톱비무를 좀 해봐서 잘 아는데, 먹는 것도 순서가 있지. 지금 내가 무소속이어서 정방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지만, 정치권 빅뱅이 오면 달라질거야.”

광이면서도 존재감이 없는 비광일지라도 비쌍피와 만나면 판을 바꿀 패라고 설명하는 듯 했다.

희수거사는 팔광으로 바닥에 팔십격을 먹고는 말했다. 광박은 우선 면하고 고도리까지 노리는 수인 것 같았다.

“난 9번이나 실전 고스톱비무를 벌였어. 9전 4승 5패가 내 전적이지. 피박을 당하고 독박을 당해도 다시 일어났지. 타협하지 않고 고만 부르다 손해를 볼 때도 있었어. 기존 정방과 무소속 후보가 출전하는 다자구도 상황에서 누가 승리할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살얼음판이 될 것이야.”

희수거사의 표정은 비장했다. 죽어도 고를 부르겠다는 듯이.

길현훈장은 똥쌍피와 똥광에 이어 비쌍피와 비광, 희수거사는 국화껍질과 국화쌍피, 팔광과 팔십격을 먹은 상황이었다. AI가 휘장을 치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비공개로 진행한다. 내가 미리 얘기했듯이 상대의 첫 패와 두 번째 패를 보면 안다고 했다. 그의 운명을. 다음 패는 보나마나 뻔하다.”

“피와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

AI기자가 아리따운 목소리를 복원시킨 후 말했다.

“창일거사가 중대결심은 엊그제 한다고 했는데 연말로 미뤘어.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야. 그의 수하 신혁검이 말했듯 ‘2대 8 가르마’여서 아직 누구도 몰라. 창일거사 본인도 모를 수 있어.”

“중원에선 신상품 무사를 내 보낼 수도 있지. 경선비무를 나가리시키고 그냥 내리 꽂는 거야. 자유한국방 무사를 압도할 수 없다고 판단이 들 경우지.”

   
▲ 강정태

“만약 경선비무가 진행된다면 피 전쟁일 될 거야. 희수거사는 2,500여개의 피를 모았고, 원철검은 창일거사가 불출전하고 후계자로 지명받는다면 금세 수많은 피를 모을 수 있을 거야. 길현훈장은 창일거사의 거취를 보고 나서 민주방 피를 모을지를 결정하겠다고 했어.”

“고스톱비무 ‘경우의 수’는 참 오묘하고 저 밤하늘에 빛나는 별만큼 많지.”

말을 끝낸 AI기자가 대회 중단을 선언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모두들 자신의 계파로 돌아가라. 이제껏 힘들게 모은 피와 함께 축복의 시간을 보내라. 섣달 그믐날에 비무를 재개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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