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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權府)와 신전(神殿)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헤이트풀 8 (7)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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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4  16: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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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이트풀 8’에는 흑인 현상금 사냥꾼 워렌 소령이 부적처럼 품속에 지니고 다니는 편지가 등장한다. 링컨 대통령이 그에게 보냈다는 편지다. 대통령이 육군 소령에게 보내는 공적인 편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흑인 소령에게 ‘친구’로서 사사로운 가정사를 들려주는 사신(私信)이라니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특별하다.

   
▲ 링컨은 미국 '연방'을 지켜낸 신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족이지만, 흑인노예 해방의 아버지쯤으로 알려진 링컨 대통령은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흑인들에게 그리 우호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연설을 통해 가감 없이 드러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참혹한 남북전쟁 와중에 전쟁이 잠시라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 그 ‘짬’을 이용해 잠깐 소홀했던 미국 인디언 소탕 작전을 열성적으로 수행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결코 ‘유색인종’들의 친구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현상금 사냥꾼인 흑인 워렌 소령은 자신이 링컨 대통령과 사사로운 집안 얘기까지 나눌 정도로 ‘특별한’ 사이임을 증명해 주는 대통령의 편지 한통을 어지간히 냄새 풍기고 다녔던 모양이다. 워렌 소령과 우연히 동행하게 된 또다른 현상금 사냥꾼인 존 루스도 그 소문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그가 워렌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링컨의 편지를 ‘친견(親見)’하고 싶어 안달한다.

타란티노 감독이 설정한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867년으로 돼 있는데, 링컨 대통령은 이미 1865년에 암살당한 이후다.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영웅의 아우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비롭다. 거의 신(神)의 반열에 오른다. 관우 장군이 그렇고 최영 장군이 그렇고, 케네디 대통령이 그렇다.

   
▲ 워렌 소령은 링컨 대통령의 편지(?)를 성물처럼 품고 다닌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워싱턴의 거대한 링컨기념관은 그 공식 명칭이 ‘링컨 기념 신전(Lincoln Memorial Shrine)’이다. 대통령 기념관을 시침 뚝 떼고, ‘신전神殿(shrine)’이라고 명명한 미국인들이 당황스럽다. 파르테논 신전을 닮은 그 어마어마한 석조신전 중앙에 거대한 링컨이 정말 제우스신처럼 앉아있다. 링컨은 미국 ‘연방’을 지켜낸 신이다.

워렌 소령이 품속에서 꺼내어 마치 성물(聖物)처럼 보여주는 링컨 대통령의 편지를 자못 경건한 자세로 읽은 존 루스는 거의 황홀경을 헤매다 현실로 돌아온 듯한 표정을 짓는다. 성모 마리아의 현신(現身)이라도 대한 듯하다. 그때까지 적대적이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흑인 워렌 소령에게 한순간 모든 경계를 해제하고 장벽을 허문다. 이쯤 되면 워렌 소령은 미국 대통령을 팔아먹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하나님을 팔아먹는 사이비 목사에 가깝다. 신과 개인적으로 잘 통하는 것 같은데 그를 어찌 감히 만만하게 볼 것인가.

영화의 마지막, 미미의 잡화점에서 워렌 소령과 백인 보안관은 현상수배범인 데이지를 구출하려는 악당들과 총격전 끝에 치명상을 입고도 데이지를 목매달아 과업을 완수한다. 과업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죽어가는 와중에 백인 보안관이 워렌 소령에게 마지막으로 ‘당신이 갖고 있는 링컨 대통령의 편지가 정말 진짜냐’고 묻는다. 그 진위 여부가 그에게는 버킷리스트 NO.1인 모양이다. 워렌 소령은 ‘그게 진짜일 리 있냐’고 킬킬대면서 죽어간다.

   
▲ 한 전직 장관의 문제에 국가의 명운이 걸린 듯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이 임명한 전직 장관 한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벌집을 들쑤신 듯하다. 일반 국민 중에서 13개 부처 장관 중 이름을 제대로 아는 장관이 드물 정도로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장관인데, 그 한명의 문제에 나라의 명운이 걸린 듯 들끓었던 것이 어리둥절하다.

그보다 더 어이없는 일은 그 와중에 그 전직 장관의 ‘5촌 조카’라는 사람의 문제까지 나라의 명운이 걸린 듯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 5촌 조카라는 사람이 워렌 소령이 링컨 대통령을 팔고 다닌 것처럼 장관을 팔고 다녔는지 사람들이 알아서 ‘기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알 길 없다.

그가 권력자의 이름을 팔고 다녔든 사람들이 알아서 기었든,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권력자의 5촌 조카까지 대단한 인물이 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의 권력의 아우라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인 듯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권부(權府)가 곧 신전(神殿)인가.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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