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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없는 문과 대못질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헤이트풀 8 (3)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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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1  10: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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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란 안과 밖의 양면성을 지닌다.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 어수선하고 불온한 시기, 시절만큼이나 황량한 와이오밍의 겨울 벌판 위 외딴 여관에 서로에 대한 증오와 혐오로 가득한 8명이 눈보라를 피해 모여든다. 남군과 북군, 흑인과 백인, 범죄자와 현상금 사냥꾼 등 한곳에 모인 이 기묘한 조합만으로도 이미 타란티노식 불행한 결말이 예견 가능해진다.

이들의 ‘잘못된 만남’이 이뤄지는 미미네 여관 겸 잡화점에 기묘한 출입문이 등장한다. 어쩌면 이 출입문은 영화의 주연급은 아니어도 충분히 조연급은 될 만한 ‘출연진’으로 손색이 없다. 눈보라 정도가 아니라 눈폭풍이 몰아치는 벌판에서 허겁지겁 미미네 잡화점으로 돌진한 인물들은 문을 밀어도 보고 당겨도 보지만 열릴 기미가 없다.

문을 부술 듯 두들겨도 열어주는 사람이 없다. 단지 안에서 ‘문을 힘껏 차라’는 불친절한 안내가 돌아온다. 안내대로 발로 있는 힘껏 걷어차자 그제서야 문이 열린다. 문을 연다기보다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그렇게 문을 ‘부수고’ 들어서자 실내에는 여기저기 ‘선참자’들이 느긋하게 흩어져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절박한 ‘신참자’의 입실을 구경하고 있다. 미미네 잡화점의 이 기묘한 문은 문고리가 없다. 집안에 들어온 사람은 문 옆에 마련돼 있는 송판을 대고 못을 박아 문을 걸어 잠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 집안이 바람에 날아간다.

천신만고 끝에 잡화점으로 들어온 사람은 숨돌릴 틈도 없이 문에 송판을 두어 개 대고 망치질을 한다. 눈폭풍이 몰아치는 밖에는 여전히 마부가 남아있지만 관 뚜껑 못질하듯 문에 대못을 박는다. 잠시 후 온몸이 동태처럼 얼어버린 마부가 똑같은 ‘입실’의 과정을 반복한다.

   
▲ 눈보라를 피해 모여든 8명의 조합은 결말을 예상케 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먼저 들어온 사람 중 누구도 다음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주는 수고를 할 마음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그들을 향해 분노하고 이를 갈지만, 정작 자신도 다음 사람을 위한 배려 없이 문에 대못을 친다. 어느 누구도 문을 고치려는 생각이나 시도도 없이 눈폭풍 몰아치는 벌판 위 오두막집에서 기묘한 출입이 반복된다.

우리는 흔히 선과 악, 두 얼굴을 가진 인간의 운명적인 속성을 야누스(Janus)로 표현한다. 그러나 본래 야누스는 로마신화에서 ‘문의 신(神)’이다. ‘문’이란 안과 밖의 양면성을 지닌다. 한 면만 있다면 그것은 이미 문이 아니라 닫힌 벽일 뿐이다. 또한 들어오면 반드시 나가야 하고, 나가면 또한 반드시 들어오게 돼있는 것처럼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우주의 법칙을 품고 있다. 야누스 신은 로마의 첫번째 신이며, 한 해의 시작인 1월(January)의 이름도 Janus에서 시작됐다.

타란티노 감독이 영화 ‘헤이트풀 8’에서 그려내는 남과 북, 흑인과 백인 사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혐오와 증오의 기원(起源)을 미미네 잡화점의 망가진 기묘한 문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락한 실내에 먼저 들어온 자들은 눈폭풍 속에 남겨진 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자신이 열고 들어온 문에 못질을 해버린다. 밖에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결코 일어나 열어주지 않는다.

   
▲ 조국 장관의 자녀 문제로 '그들만의 리그'의 공정성과 '닫힌 문'논란이 시끄럽다. [사진=뉴시스]

인디언들을 내쫓고 미국땅을 먼저 차지한 백인들은 결코 흑인들을 위해 기꺼이 문을 열어주는 법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두번째 들어온 자들 역시 세번째로 들어오려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열어주지 않는 문을 억지로 부수고 들어온 사람이 집안에 있던 사람들과 살갑게 지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조국 장관의 자녀 문제로 또다시 우리 사회의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의 공정성과 ‘닫힌 문’의 논란이 시끄럽다. 황량한 벌판 위에서 눈폭풍 피할 곳은 미미네 잡화점 한 군데밖에 없는데 그 문은 망가져 열리지 않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열어주려 들지 않는다. 재주껏 알아서 들어오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눈폭풍을 피할 곳은 SKY캐슬밖에 없는 듯한데, 캐슬의 출입문이 기묘하게 망가져 있고, 안에서 기꺼이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재주껏 알아서 들어왔으니 너도 재주껏 알아서 들어오라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캐슬에 들어간 자들은 문에 대못을 치기 바쁘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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