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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 방파 100인의 장두가 나섰던 소환운동의 추억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9)] “태환노사 마른 표 다시 살아나나”
강정태  |  kjt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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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8  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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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무공은 어서수다. 이건 무공인가, 폰인가”

아이언맨이 한 손을 치켜들자 방청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황홀한 레드 컬러, 날렵한 실루엣, 고성능 폰의 아이덴티를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었다. 인공지능 아이언고를 내장해 시간을 거꾸로 재생하는 4D 증강현실이 가능하다고 했다. 2D에 그친 반야검의 백투더패스트(Back to the Past)무공의 한계를 극복한 폰이었다. 이틀 밤을 새며 벼락치기로 만든 아이언폰이었다.

아이언맨이 화면을 가볍게 터치하자 장엄한 배경음악이 짙은 안개처럼 토론비무장에 깔렸다.

“서럽다 뉘 말하는가 흐르는 강물을/ 꿈이라 뉘 말하는가 되살아 오는 세월을/ 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

시대를 울린 명곡 ‘마른 표(票) 다시 살아나’였다. 치환가객과 동지였던 제주언론무림인 성철검자가 곡명을 지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무림 1987년, 3600초에 달하는 이한열 열사 추모앨범을 제작할 때였다. 당시 성철검자는 총괄PD. 치환가객과의 막걸리집 독대자리에서 즉석으로 작명한 것. 취중작명이었던 셈이다.

아이언맨이 애잔하게 읊조렸다.

“무림 2009년 5월 6일 오전 10시 30분이어수다. 강정마을무림회, 제주무림기지범대위 등 총 35개 방파와 100인의 장두가 주민소환운동본부방을 결성했주 마씸”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던 그가 갑자기 볼륨을 업 한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로 외쳤다.

“제주무림 최대 광고주는 제주도청이어수다.”

아이언맨의 내레이션이 끝나자마다 4D 증가현실이 실행됐다.

일그러진 언론무림 영상이 빙글빙글 돌더니 갈기갈기 찢겨졌다.

민주당파와 차기 유력 주자 무림캠프 관계자들이 주민소환운동본부방에 들어서는 장면이 나오자 방청석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극도로 경계를 하는 듯 했다. 소환운동 진행과정과 계획을 묻고 있었다.

그들이 사라진 후 민주당파 평당원 200여명의 명의로 투표 참여 호소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이 전개됐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 비릿한 땀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주민소환 투표장 풍경이었다.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동장, 리장, 통장, 반장이 손에 손을 잡고 운기조식을 하며 투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투표장을 향하던 검객들이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 팽팽한 살떨림이 잔물결처럼 오고 가며 일렁거렸다. 말이 필요 없었다.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한 검객이 투표장을 힐끗 쳐다본 후 고개를 떨궜다.

쿵쾅거리는 심장박동 소리, 비릿한 땀 냄새, 침울한 표정을 짓던 검객들의 모습도 사라지자 아이언맨이 담담하게 말했다.

“태환노사는 투표불참 전략을 구사해서 마씸. 5만1000여명의 유효서명으로 주민소환 투표가 진행되수다. 투표율은 11%였구예. 비록 실패했지만 견고한 권력구조에 파열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수게. 경허난 태환 노사는 지지도 하락으로 차기 비무대회 출마를 포기 해수다.”

아이언맨은 민노총 제주방의 대표책사.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평가다. 고등무림시절엔 노는데 빠져 꼴찌 수준을 맴돌다 고3이 돼서야 벼락치기로 비급서 공부에 몰두한다. 이듬해 그는 국민무림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다. 중국무림 정통코스로 들어 선 듯 했지만 그의 운명은 금세 바뀐다.

무림대학 시절 그는 IS(International Socialist, 국제사회주의자) 지하조직원이었다. 조직은 그를 단숨에 알아봤다. 그는 전투조에 배치된다. 혼돈에 휩싸였던 그 시절, 전투조는 말 그대로 선봉대였다. 일회용 마스크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 대신 쇠파이프를 들고 그는 선봉에 섰다.

무림 2006년 5.31지방무림선거 당시 민주노동당파 후보 지원을 위해 제주무림에 복귀한 뒤, 민주노동방 상근검객을 거쳐 민노총 제주방에 자리를 잡는다.

두주불사형. 취권(醉拳)으로 고수 반열에 올랐다. 언제나 무표정은 적에게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속내를 좀처럼 알기 힘들어서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똥고집 초식. 강단 세기로 유명한, 환경무공 고수인 그의 아내 진영낭자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한다. 성질나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얘기다.

   

다시 토론비무회장. ‘피잉’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호크아이가 쏜 화살이 벽에 꽂혔다.

“몰래카메라가 있었군요. 올해 초에 주민소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수다. 국회에 계류중이랜 마씸. 투표율이 33%가 안돼도 깔 수 있다고 햄수다.”

1차 토론비무가 끝난 후 두 번째 밤이 찾아온 날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달이 사라진 밤만 되면 희룡공 진영에 나타나는 정체 모를 자객이었다. 소중한 것이 들어있는지 양손으로 가슴팍을 꼭 감싸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옷깃을 풀고 얇은 서류봉투를 꺼냈다.

“이건 뭔가?”

   
▲ 강정태

봉투를 건네받은 이가 한껏 내리깐 무게 잡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수교체로 출전한 ‘넘버 2’였다. 이전 넘버 2가 운기조식에 실패해 내상을 입자 희룡공이 전격적으로 교체했다는 소문도 있다. 맹주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되는 법. 냉혹한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욱 냉혹해져야 했다.

“비책이옵니다.”

그는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봉투 안에서 A4 한 장짜리 문서를 꺼냈다. 자객은 충심이 뚝뚝 넘쳐흐르는 눈빛으로 넘버2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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