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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7)] 희룡공 마음은 갈대 ... 송악산 개발은?

한 사나이가 검을 치켜들고 바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검이 햇빛을 퉁기며 번뜩인 순간이었다.

 

바람을 베었다. 둘로 쪼개진 바람이 아슬아슬하게 송악산을 빗겨났다. 바람은 쉴 새 없이 맹렬한 기세로 몰아쳤다.

 

그는 지친 기색도 없이 검을 휘두르며 송악산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눈이 동그래진 아이들이 공중부양놀이를 멈췄다.

 

치타낭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 검객은 누구죠?"

 

반야검이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역날검 쓰는 영웅검이야. 20년 동안 빨간 날만 되면 송악산에서 수련해서 이 동네선 모르는 사람이 없어.”

 

제주환경운동연합방 사무처장이었다. 재야무림에선 중진급. 제주대학무림에서 범 PD(민중민주) 연합조직인 ‘참자(참여자치학생연대방)’와 인문대 지하조직인 ‘수리’ 풍물패에서 수련을 했다.

 

그 시절부터 그는 동료 수련생들의 부러움과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인물이었다. 수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구애를 보냈던 것. 그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일은 아직도 회자된다.

 

“비급서 수련만 매진하겠습니다.”

 

대학무림 졸업 이후엔 환경무공 하나만을 수련했다. 2000년 사이버여론조작무공사건 당시엔 당대 환경무사 상배검자 밑에서 수련을 했다. 상배검자는 그 시절 H자객이 던진 비수가 온 몸에 박혀 내상을 입은 인물. 그 밑에서 수련을 하던 그는 ‘풀 한 포기도 베지 않겠다’며 역날검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역날검의 원래 명칭은 역인도(さかばとう, 사카바토). ‘바람의 검심’에서 히무라켄신이 쓰면서 유명해진 검이다. 칼날이 반대쪽에 있는 게 특징. 사람을 베지 않겠다는 맹세가 담긴 검이다.

 

더 이상 벨 바람이 사라진 후였다. 영웅검이 엄마검객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곳에 ‘뉴오션타운’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뉴오션타운은 중국무림 신해원이 송악산과 맞닿은 곳에 464실 호텔과 휴양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투자금은 3700억금. 규모는 19만1950㎡(5만8167평). 송악산 밖 개발이란 주장과 송악산의 경사면을 헤짚는 ‘산자락 자르기식 개발’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여기에 경관자원 사유화 논란도 더해진다.

 

치타낭자가 김밥 한 줄을 영웅검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럼 월풀욕조서 거품수련하면서 이 장관을 볼 수 있다는 얘기네요. 일 년 묵은 내상도 싹 치유될 것 같아요.”

 

엄마검객들의 질책 가득한 시선이 치타낭자에게 모아졌다. 치타낭자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보세요. 별다방 빼곤 파리만 날리고 있잖아요. 마늘밭도 지천인데 올해도 마늘 값이 폭락했다고 하네요. 먹고는 살아야죠. 혹시 알아요. 뉴오션운타운 들어오면 이 동네도 살아날지.”

 

김밥 한 줄을 한 입에 털어 넣은 영웅검이 목멘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오천년 동안 내공을 쌓아온 송악산 환경무공이 무너진다는 말입니다.”

 

 

치타낭자와 영웅검의 논쟁이 격해질 조짐이 보이자 안나낭자가 끼어들었다.

 

“희룡공이 지난번 제주맹주선출 비무에서 얘기했잖아요. 송악산 개발을 반대한다고요. 지금 제주맹주가 희룡공인데 결과야 뻔하지 않겠어요.”

 

반야검이 고개를 저으며 안나낭자를 바라봤다.

 

“당시 희룡공 캠프에선 대림공자 송악산 땅투기 의혹 내막을 밝히라고 공격했잖아.”

 

안나낭자가 무릎을 쳤다.

 

“이제야 연결이 되네요. 대림공자 송악산 땅투기 의혹을 키워 표를 빼앗아 오고, 환경무공 애정도 부각시키며 지지표도 확장시키는 일석이조 비무초식이었군요.”

 

영웅검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뉴오션타운 허가권은 제주맹주 재량행위예요. 요전엔 애월읍 상가리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희룡공 재량으로 중단시킨 사례도 있어요. 환경영향평가까지 통과됐지만 도의회무림 상정을 하지 않았죠. 희룡공의 지금 마음은 뉴오션타운 허가를 내준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어요. 희룡공 마음은 갈대거든요.”

 

반야검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영웅검을 쳐다보면 말했다.

 

“힘 없는 무림인 만 명이 쓴 혈서도 소용없는 세상이어요. 뜬금없고 구차한 이야기 같지만 아직 끝이 아니에요. 중원무림으로 영전된 재호거사 다들 아시죠? 송악산녹색연대 결성해서 송악산 개발 반대에 앞장섰죠.”

 

제주 3대 거부(巨富)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알려진 재호거사는 제주대학무림 훈장(訓長)을 지낸 인물. 무림 2004년에 공동대표를 맡으며 송악산녹색연대 결성을 주도한다. 창립멤버는 상범-승석-용진-성직-학모(호칭 제외)였다.

 

이후 재호거사는 무림 2013년 2월엔 ‘심천회(心天會)’ 결성에 참여한다. 18대 중원무림 지존좌 도전에 패배한 재인지존의 차기를 노린 자문그룹이었다. 무림 2017년 8월 11일엔 재인지존 직속 국가균형발전원회 장두에 임명됐다. 중원무림서열은 장관급.

 

반야검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 알아요. 재호거사가 갈대처럼 흔들리는 희룡공 마음을 잡아줄지. 희룡공의 장모가 재호거사에겐 고모라는 소문도 있어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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