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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아브라카다브라!' 주문 ... 소망과 믿음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그린 북(Green Book) (1)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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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4  11: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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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패럴리(Peter Farrelly) 감독의 ‘그린 북’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ㆍ각본상ㆍ조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0만 달러(약 239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든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3억 달러 (약 3578억원) 이상을 벌어들였으니 평단과 관객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성공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 '그린 북'은 미국의 영원한 스캔들이자 흑역사의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린 북’은 미국의 영원한 스캔들이자 흑역사라 할 수 있는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다.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대부분의 영화가 칙칙하거나 우울한 경우가 많은 반면, 이 영화는 어두운 주제를 ‘버디 무비’와 ‘로드 무비’라는 형식을 빌려 경쾌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돈 셜리(Don Shirley)’ 박사는 ‘비록’ 흑인이지만 명문대학교의 사회학 박사이자 클래식 재즈 피아니스트다. 미국 북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인종차별이 강고한 남부 지역으로 연주 투어를 떠나게 된 셜리 박사가 보디가드 겸 운전사를 물색하면서, 주인공 ‘토니(Tony)’와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된다.

토니 발레롱가(Tony Vallelonga)라는 본명보다는 ‘떠버리 토니(Tony Lip)’라는 별호로 통하는 주인공 토니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뉴욕 대형 나이트클럽의 수완 좋은 관리인이다. 알기 쉽게 우리네 식으로 표현하자면 ‘술집 기도’라 하겠다.

온갖 손님들이 술과 여자에 반쯤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돼 있는 클럽에서 눈치껏 온갖 상황을 처리하는 데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다. 눈치도 빠르고 뒤지지 않는 말발과 ‘구라’로 무장된 임기응변에도 능하다. 이도 저도 통하지 않을 때에는 무력으로 상황을 수습할 만한 주먹도 갖추고 있다. 셜리 박사가 원하는 재능을 완벽하게 갖췄다.

정장을 빼입은 흑인이 ‘감히’ 캐딜락 뒷좌석에 거만하게 몸을 묻은 채 앉아 있고, 백인이 흑인 ‘주인’을 모시고 운전을 시작한다. 1960년대 미국의 시대적 배경으로는 참으로 도발적이고 기묘한 동행이다. 당연히 그들의 여정에는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마침내 피부색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다.

미국 사회가 앓고 있는 난치병이나 불치병에 가까운 인종차별이라는 질병이 영화 속에서처럼 흑인과 백인의 우연한 ‘동행’을 통해 이토록 쉽게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동화’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기적과 같은 ‘예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영화가 보편적이고 사실적인 인종차별의 현장을 다루지 않았다고 비난할 마음은 없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로 세상을 인식하기도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변하기도 한다.

인종 간의 장벽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또한 그렇게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세상은 정말 그렇게 변하기도 한다. 너무 눈에 보이는 대로만 세상을 인식하는 것도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 보이는 대로만 생각한다면 세상은 영원히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을 인간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간주하고 그 치료의 꿈조차 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원히 불치병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백인 떠버리 토니와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우정을 일반화할 수 없는 동화 속 기적이나 캄캄한 밤을 밝히기엔 아무 의미 없는 ‘작은 불꽃’ 하나쯤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세상은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우리에겐 한민족의 70년에 걸친 남북 간 대결과 증오가 불치병처럼 존재한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인종차별처럼 거의 불치병으로 보이는 한민족의 70년에 걸친 남북 간 대결과 증오의 칠흑같은 밤에 모처럼 희망의 ‘작은 불꽃’이 일어난다. 혹자는 그 불꽃에 새 시대 여명(黎明)의 희망을 품고, 혹자는 그 희망을 그저 부질없는 망상으로 조롱해 마지않는다.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사의 유명한 주문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는 ‘너의 불꽃을 세상 끝까지 퍼트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아브렉 아드 하브라(abr eq ad habr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데렐라에게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어주는 요정의 마법 주문 ‘비비디바비디부(bibbidi bobbidi boo)’ 역시 ‘소망하면 이뤄진다’는 히브리어라고 한다.

우리 모두 마음속에 희망을 품고 작은 불꽃으로 나눠 세상 구석구석까지 나른다면 세상이 밝아오는 마법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퍼트리지 않는다면 모처럼의 작은 불꽃은 이내 사그라지고 세상은 여전히 암흑 속에 머물 뿐이다. 마법의 비밀은 의외로 간단하다. 마법의 비밀은 바로 소망과 믿음이다. 우리 모두 마법사가 될 수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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