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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충성하라' ... 그렇지 않다면 사형선고?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어 퓨 굿맨(2)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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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1  09: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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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병대의 모토는 ‘Semper Fidelis’다. 모든 개인은 조직에 ‘항상 충성하라’는 말이다. 충성 앞에 ‘항상’이라는 말이 붙으면 불온하다. 조직이 무슨 짓을 하든 무조건 충성하라는 말이 된다. 영화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에서 산티아고 일병은 ‘항상 충성하라’는 해병대 모토를 위반해 공공의 적이 된다. ‘항상 충성하라’의 숨은 뜻은 ‘그렇지 않다면 사형선고’일지 모른다.

   
▲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도 암묵적으로 '항상 충성하기'를 강요하고, 누군가 거부하면 바로 '코드 레드'를 내린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어 퓨 굿맨’은 미국의 ‘귀신 잡는 해병대’에서 벌어진 불행한 사건을 다룬다. 해병대가 귀신까지 잡았다 하면 그 결과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귀신을 때려잡기 위해 인간이길 포기하고 귀신이 돼야 하는 과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 해병대의 긍지와 자부심도 만만치 않지만, 세계 최강 미국 해병대의 기개는 그야말로 기고만장이다. 미국 해병대 찬가는 어마어마하다. “멕시코 몬테주마의 궁전에서부터 리비아 트리폴리 해안까지 우리가 점령했노라 … 너희들 육군과 해군 병사들이 죽어서 천국에 간다면, 천국에서도 우리가 너희들이 지나갈 길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고 노래한다. 1800년대 초반만 해도 멕시코에 깨지고 걸핏하면 지중해에서 해적들에게 능멸을 당하던 나라가 미국이었다.

군사력이 신통치 않았던 미국은 자국 선박이 납치당하면 해적들이 부르는 대로 몸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어 당시 전세계 해적들은 미국 선박을 ‘호구’로 여겼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결사대처럼 목숨을 던져 멕시코에 진격하고 해적들과 그들의 뒤를 봐주던 아랍 토후들을 응징해 세계 최강 미국의 초석을 다진 집단이 미국 해병대다.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 미국 해병대의 모토는 'Semper Fidelis(항상 충성하라)'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어느 한 집단이 갖는 긍지와 자부심이 문제 될 것은 전혀 없겠지만, 많은 경우 한 집단이 간직한 ‘어 퓨 굿맨’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은 선민(選民) 의식과 예외 의식(exceptionalism) 그리고 외부세계에 대한 배타적이고 안하무인의 우월의식으로 변질된다는 것이 함정이다. 우리의 이웃들은 모두 ‘주적(主敵)’이거나 방사능 아니면 미세먼지를 뿜어대는 ‘준적(準敵)’들뿐이지만 캐나다ㆍ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국의 이웃들은 모두 ‘친구’들이다. 대단히 부러운 나라다.

그런 미국에게 유일한 최전방이 있다면 손톱 밑에 가시 같은 쿠바뿐이다. 그 손톱 밑 가시가 덧나지 않게 관리하기 위해 미국은 쿠바에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해병 정신’의 화신과도 같은 제섭(Jessup) 대령이 지휘하는 해병대를 주둔시킨다.

카스트로가 김정일이나 김정은처럼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노라고 핵미사일을 주물럭거리지 않는 다음에야 쿠바의 관타나모 해군기지에서 해병대가 할 일이란 사실 별로 없다. 외부의 위협이 없는 집단의 내부단결을 유지한다는 것은 항상 ‘문제’다. 미사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뜬금없이 총질이라도 해줬으면 좋으련만 카스트로는 야속하리만치 얌전하기만 하다.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발생한다. 관타나모 해병기지에서 가장 ‘해병대스러운’ 도슨 상병이 쿠바 철책선을 향해 괜히 총질을 한다. 아마도 쿠바를 도발해서 한바탕 해병대스러운 활극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해병대스럽지 못해 ‘왕따’를 당하던 산티아고 일병은 타 부대 전출을 요구하면서 전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도슨 상병의 ‘불법적인’ 총질을 고발하겠다고 지휘부를 협박한다.

   
▲ 미국에 유일한 최전방이 있다면 손톱 밑 가시 같은 쿠바뿐이다. [사진=뉴시스]

미 해병대의 모토는 ‘Semper Fidelis(항상 충성하라)’로 정해져 있다. 모든 개인은 조직에 항상 충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성 앞에 ‘항상’이 붙으면 조직이 어떤 일을 하든지 무조건 충성하라는 말이 된다. 산티아고 일병은 ‘항상 충성하라’는 해병대의 모토를 위반해 공공의 적이 된다.

제섭 사령관은 산티아고 일병에게 은밀한 명령인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동한다. 전 부대에 하달된 코드 레드는 한마디로 파문이다. 산티아고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선언이다. 죽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은 곧 ‘죽여도 좋다’는 말이다. 조직에 무조건 충성하지 않는 개인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Semper Fidelis’라는 살벌한 모토를 간직한 곳이 어디 미국의 해병대뿐일까.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도 암묵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조직에 무조건 ‘항상 충성하기’를 강요하고, 누군가 그것을 거부하면 바로 코드 레드가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아니던가.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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