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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세월 '4.3특별법' ... 이제 현실을 바꾸게 하라[특별법 제정 20주년] 진상규명ㆍ명예회복 여전히 숙제
4.3수형인 공소기각 판결로 탄력 ... 연내 통과 솔솔
고원상 기자  |  kws86@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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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21  09: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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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4.3특별법이 제정된지 올해로 20년.

하지만 아직도 4.3특별법은 ‘해원(解寃)’과 ‘상생(相生)’이라는 명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4.3유족들의 눈물 역시 닦아내지 못하고 있다.

4.3특별법이 ‘개정’이란 궤도로 진입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지난 1년 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제주지방법원이 4.3재심청구에 대해 내린 공소기각 판결이 4.3특별법 개정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연내 개정'에 다시 힘이 붙고 있다.

제주4.3특별법이 걸어온 길과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 1999년 12월, 국회통과 ... 4.3특별법, 세상 속으로 = 4.3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4.3 진상규명은 요원한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4.3 진상규명을 외쳤지만 50년 이상 그 외침은 빛을 보지 못했다.

4.3에 대한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처음 나온 것은 1960년 4.19혁명 이후였다. 당시 희생자 유가족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집단적으로 표출하면서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그해 5월에는 제주대 학생들이 ‘4.3사건 진상규명 동지회’를 구성,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4.3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벌이기 시작했다. 당시 남제주군 모슬포에서는 희생자 유가족 등이 집회를 열어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 시절 제주출신 국회의원들도 4.3에 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를 받아들여 국회차원에서도 진상조사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속절없이 중단됐다. 5.16 쿠데타와 함께 묻히고 말았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1961년 6월22일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공포했다. 이후 이 법률을 적용해 4.3 희생자 유족들을 재판에 회부했다. 나아가 4.3과 관련된 기록물들을 폐기하기도 했다.

결국 4.3과 관련된 논의는 금기되다시피 했다.

금기시된 '4.3'이 다시 부활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후반이다. 1989년 제주 시민사회단체가 ‘4월제 공동준비위원회’를 결성, 제1회 ‘제주항쟁 추모제’를 제주시민회관에서 열었다. 그해 5월10일에는 ‘제주4.3연구소’가 발족했다.

   
▲ 1997년 4‧3범국민위 결성식에 참석한 주요인사들.

1991년 4월에는 처음으로 유족들이 주체가 된 4.3사건 위령제가 봉행됐다. 1993년 3월에는 제주도의회에 4.3특별위원회가 설치・운영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96년 3월에는 민선 1기 신구범 제주지사가 정부에 4.3 진상규명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4.3관련 활동을 했던 이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8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에서 4.3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1999년에는 새정치국민회의 추미애 의원과 한나라당 변정일 의원 등 214명의 공동발의로 4.3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 4‧3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제주출신 양정규, 현경대 의원 등과 함께 헌화‧분향하고 있는 추미애 의원.

이 4.3 특별법은 그해 12월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다음해인 2000년 1월11일에는 청와대에서 진상규명 운동에 앞장서 온 유족과 시민단체 8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주4.3특별법 제정 서명식이 있었다. 특별법은 김대중 대통령의 사인으로 그해 1월12일 공포됐다.

◇아직은 미완성 … 4.3 특별법 = 20년간 4.3특별법은 4.3의 명예회복과 진상조사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4.3유족의 염원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 대표는 “현재의 4.3특별법이 만들어지던 20년 전에는 당시 희생자가 10만명인지, 5만명인지, 아니면 3만명인지 등의 주장이 난무하던 때”라며 “희생자들에 대한 실상과 실태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것이 현재의 특별법”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20년 전엔 유익하고 필요한 법률이었다. 하지만 그 후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4.3진상조사보고서는 2003년 발간됐다. 특별법 공포 후 불과 3년이다. 실질적인 조사는 2년 남짓이었다. 진상조사 부분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양 대표는 “추가적인 진상규명을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희생자의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 진상조사가 부족해 명예회복도 안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4.3유족회 오임종 회장대행 역시 현재 4.3특별법이 가지고 있는 미비점을 ‘진상규명’으로 꼽았다.

오 회장대행은 “20년 전의 특별법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관한 법인데 진상규명보다는 명예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대행은 또 4.3수형생존자들에 대해 “이를 해결하려면 형을 무효화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며 4.3특별법 개정을 통한 71년 전 불법 군사재판의 해결을 강조했다.

오 회장대행은 “법무부 쪽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입법부가 사법부의 일을 관여하는 것이라며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17일 18명의 4.3수형생존자들에 대한 제주지법의 공소기각 판결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회장대행은 배・보상과 관련해서도 “대통령령으로라도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을 해야 한다”며 “이 부분에서 개정안이 진척을 못 보이는 것은 국회보다는 중앙정부의 문제다. 기획재정부에서 재원 마련에 대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년의 4.3특별법, 미래는? = 그동안의 문제점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에 어느 정도 반영이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유족들과 논의해 발의한 개정안이다. 2017년 12월19일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1년이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가공권력의 잘못으로 희생당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 트라우마 센터 건립,  4.3 당시 군사재판의 무효화를 통한 수형인들의 명예회복, 추가 진상조사, 가족기록부 정정 특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4.3특별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특별위원회는 “4.3특벌법이 제정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며 “그 자리에는 엄동설한에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았던 제주도민과 선배 도의원들이 있었다. 저희 위원회는 당시 도민과 유족의 열망, 선배의원들의 뜻을 가슴 깊이 새겨 넣겠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4.3 특별법이 있어 4.3은 대한민국의 역사로 당당히 자리잡았다”며 “이제 새 시대에 맞는 옷으로 바꿔입어야 한다. 4.3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3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4.3특별위는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내겠다.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써 내려갈 수 있도록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오 의원의 경우는 개정안의 연내처리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가 18명의 4.3수형생존자들이 제기한 4.3재심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한 이후 수형생존자들은 제주지방법원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통해 이날 법원의 선고에 대한 소감을 털어 놓고 있다. 18명의 수형생존자들 중 한 명이 김평국 할머니가 소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또 지난 17일 4.3수형생존자들의 재심 판결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오면서 특별법 개정에 대한 논의 촉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4.3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다시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도 지역구 국회의원 3명 역시 “4.3특별법 논의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의회는 또 4.3수형생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결의안을 통해서도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18일 4.3수형생존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이번 재판을 계기로 4.3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노력이 가속화돼야 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4.3에 대한 완전한 진상규명과 함께 국회에 제출된 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4.3특별법이 과연 언제, 어떤 얼굴로 변신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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