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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 마음속에 숨겨둔 ‘후계자’는 누구였을까?(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211)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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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8  0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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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중 한 명이 주은래의 업무 스타일을 토로한 적이 있다. 주은래가 업무가 과중해 이틀씩이나 눈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해서 그 비서가 권했다. “총리님, 최고 지도자 중에 총리님이 가장 바쁘십니다. 이런 서류는 등소평 동지에게 보이시는 게…….”

주은래는 태양혈 위에 청량유를 바르고 계속 서류를 보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난 총리야. 이런 구체적인 일들은 내가 좀 더 처리해야 해. 등소평이는 더 큰 일을 처리해야지. 정책을 결정하는 일을 하여야 하는 거야.”

주은래가 위의 말을 한 시기는 신중국이 들어선 후 환란을 겪던 해였다. 그때도 주은래는 등소평이 “큰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통솔 능력이 있는 인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주은래가 처리하였던 일 중 어떤 일은 부장, 국장조차 거들떠 볼 가치도 없는 자질구레한 일도 있었다. 주은래는 관여하기를 좋아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세밀하였고 성실하였다. 모택동이 그런 사실을 듣고서는 많은 사람 앞에서 감격해하며 말한 적이 있었다. “역시 우리 총리야. 위로는 국가의 대사로부터 아래로는 종업원이 하는 일까지 다 관심을 둔다니깐!”

인도네시아 수카르노(Sukarno) 대통령이 모택동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당신에게 주은래 총리가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소. 우리에게 주 총리가 없다는 것이 아쉽소.”

닉슨(Nixon)과 주은래가 만남을 가졌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주은래를 처음 만난 후 그의 업무 처리 방식을 보고 감탄하며 다음과 같이 토로한 적이 있다 :

주은래는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작은 일에 관주한다. 그런데 그 속에 푹 빠지지도 않지만 스스로 벗어날 수도 없다. 우리가 북경을 방문한 셋째 날, 초청을 받고 탁구 경기를 보러 갔다. 그 당시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우리는 그 다음 날 만리장성을 가기로 되어있었다. 주은래가 회의석상을 벗어나는 것을 보고 나는 휴식을 취하러 간 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주은래는 직접 사람들과 함께 만리장성으로 가는 길 위에 쌓인 눈을 치웠다고 한다. 이튿날, 눈이 내린 적이 없었다 싶을 정도로 말끔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나는 또 알게 되었다. 비행장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의장대도 주은래가 친히 선발했다고 한다. 의장대 사병들은 건장하였고 장대했으며 정결하게 제복을 갖추어 입고 있었다. 주은래 본인이 직접 악대를 선발해 연회석상에서 우리에게 음악을 연주해 주었다.

나는 그가 이전에 분명 나를 많이 연구했다고 믿었다.(사실도 그랬다) 그가 선택한 많은 곡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고 내 취임식장에서 연주한 「아름다운 아메리카」까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여행을 마친 후 국무장관 윌리엄 로저스(William Rogers)가 내게 알려줬는데, 그와 주은래가 회담하기 전, 젊은 아가씨가 들어오더니 신문 교료지를 주은래에게 주면서 보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것은 주은래가 이튿날 신문을 편집한 제1판이었다.

이렇듯 주은래는 모든 일은 작은 일부터 시작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어떠한 큰일도 모두 작은 일을 세밀하게 주의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분명 이치 있는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나무 하나하나를 보살피면서 큰 숲도 능히 볼 줄 알았다.

   

중국인들은 주은래를 “크거나 작거나, 일을 함에 있어 반드시 몸소 한다”,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고 견실하고 온당하게 한다”, “나라를 위하여 죽을 때까지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라고 칭송한다. 그러면서 중국인은 모두 제갈량(諸葛亮)을 떠올릴 터이다. 진시황이나 한무제, 당태종이나 송태조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한 개인에게 “큰일을 쉽게 처리”하는 능력과 “작은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는 두 가지 장점을 다 갖출 수는 없다. 그런데 어떤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두 가지 품성을 가진 인재가 다 있어야 한다.

일찍이 노간부가 토로한 적이 있다. “아이고. 어떤 일들은 등소평이는 상관하지도 않아. 정말 손을 놓고 관여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려.” 등소평이 ‘큰일을 쉽게 처리’하는 경우를 직접 목도한 노간부는 한 두 명이 아니었다. “담소하는 사이 포악한 오랑캐는 완전히 사라졌노라”(소식蘇軾『염노교念奴嬌·적벽회고赤壁懷古』)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무슨 말인가? 어려운 일도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말이다.

사실 그런 업무 처리 방식은 “통솔 능력이 있는 인재”가 갖추어야할 뛰어난 품격이다. 만약 등소평이 그러한 기질이 없었다면 어찌 모택동의 뒤를 이어 중국역사를 바꿀 수 있었겠는가? 어찌 중국의 운명을 바꾼 위대한 거인이 될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주은래의 고상한 인품은 결코 “통솔 능력이 있는 인재”였느냐 아니었느냐에 있지 않다면,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일을 했을까? 무슨 공헌을 했으며,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

   

모택동이 연안(延安)에서 중경(重慶)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때 진시황, 한무제, 당태종, 송태조와 일대천교 칭기즈칸 모두 “함께 사라졌으니(俱往矣)”(「심원춘沁園春·설雪」)라며 사를 읊고 있을 때, 주은래는 진시황과 한무제를 버리고 그저 장량(張良)의 묘와 무후사(武侯祠)만 바라보고 있었다.

모택동이 모스코바에서 스탈린과 담판을 벌이면서 흥미진진하게 피터대제와 나폴레옹을 읽고 있을 때, 스탈린이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당신은 안 되오. 그런 구체적인 일은 분명하게 얘기하지 못하오. 당신, 주은래를 오라고 하여서 얘기하라고…….”

다음은 모택동의 「심원춘沁園春·설雪」이다. 한번 읽어보시라.

   

北國風光,千里氷封,萬里雪飄.望長城內外,惟余莽莽;大河上下,頓失滔滔.山舞銀蛇,原馳蠟象,欲與天公試比高.須晴日,看紅裝素裹,分外妖嬈.(북국풍광,천리빙봉,만리설표.망장성내외,유여망망;대하상하,돈실도도.산무은사,원치랍상,욕여천공시비고.수청일,간홍장소과,분외요요.)

江山如此多嬌,引無數英雄競折腰.惜秦皇漢武,略輸文采;唐宗宋祖,稍遜風騷.一代天驕.成吉思汗,只識彎弓射大雕.俱往矣,數風流人物,還看今朝.(강산여차다교,인무수영웅경절요.석진황한무,략수문채;당종송조,초손풍소.일대천교.성길사한,지식만궁사대조.구왕의,수풍류인물,환간금조.)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북국의 풍광, 천리에 얼음 덮이고 만 리에 눈 날리누나. 바라보나니, 만리장성 안팎, 가물거림만 남겨져 있고 ; 황하의 위아래로 도도한 물결의 기세 잃어버렸구나. 산은 은뱀마냥 춤추고 고원은 코끼리처럼 줄달음치며 하늘과 더불어 높이를 비기려 하는구나! 날 개이기 기다려 바라보니, 붉은 단장 소복차림 유난히 아름다워라.

강산이 이렇듯 아름다울진대 수많은 영웅들 다투어 허리를 굽혔더라. 애석하게도 진시황 한무제는 문재가 좀 모자랐고 ; 당태종 송태조는 시재가 좀 무디었으니. 일대천교 칭기즈칸은 그저 활 당겨 독수리 쏠 줄밖에 몰랐어라. 함께 사라졌나니, 진정한 풍류인물을 세려면 역시 오늘을 보아야 하리라!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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