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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210)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처음은 잡담 수준이었는데 점차 광범위한 내용까지 얘기하게 되었다. 주은래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 고민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박일파 동지, 당신이 진기로예(晉冀魯豫, 산시성, 하북성, 산동성, 하남성)에서 유백승(劉伯承), 등소평과 함께 여러 해를 보냈는데, 그 두 명의 업무 처리능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박일파가 말했다. “업무를 하는데 둘의 호흡이 참 잘 맞습디다. 확실히 한 마음 한 뜻이요, 융합이 잘 되었죠.”

 

주은래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내가 묻는 것은 그들이 협력했느냐가 아니고, 그들의 업무 방법이 어땠냐는 것이요?”

 

박일파는 농담 반 진담 반, 유머러스하게 스마트하게 반문하였다. “총리님, 당신은 경험이 많으신 지도자잖소. 그리고 그들과 알고 지낸지가 오래되었고. 총리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좋지.” 주은래는 시원시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 또 문제를 그대로 내게 되돌려 보내는구먼.”

 

 

박일파도 웃었다. “방울을 풀려면 방울을 단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잖습니까. 저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질문한 사람이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주은래는 웃는 표정을 거두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내가 다년간 관찰한 결과, 그 둘의 업무 추진 방법이 각기 특색이 있어. 등소평 동지는 ‘큰일을 쉽게 처리’하고, 유백승 동지는 ‘작은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지요. 당신이 보기에는 어떻소?”

 

박일파는 고개를 계속 끄덕이며 말했다. “총리님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말로 개괄하는 게 정확하다고 봅니다. 그 둘이 업무를 진행하는데 그리도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역시 총리님 평가와 같은 점이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은래는 여전히 신중하게 생각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런 업무 추진 방법 중에 당신은 어느 쪽을 선호하시오?” 박일파가 선택해 대답하기도 전에 주은래는 깊이 생각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희망 사항으로 얘기하면 나는 등소평 동지가 ‘큰일을 쉽게 처리’하는 것이 더 마음에 들어. 그런데 실제 일을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는 나는 그렇게 못하는 거야. 나도 유백승 동지와 같아. 일을 처리하는데 ‘작은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지요. 이것은 아마도 내가 오랫동안 구체적인 실제 업무를 책임졌던 것과 관련이 있는가 싶기도 하고…….”

 

주은래 총리는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자신을 잘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쉽게 인정하였고. 그는 확실히 큰일을 쉽게 처리하지 못했다. 주은래의 외사비서인 진호(陳浩)는 그가 삼경이 되어도 잠자지 않고 오경이 되면 일어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정무에 바빠 너무 고되게 일을 하였다. 걱정이 되어서 총리에게 권했다. “총리님, 어떤 일들은 세밀하게 관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것도 관여하시고 저것도 챙기시고. 한 사람이 힘으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업무를 다 챙길 수 있겠습니까?”

 

주은래는 갑자기 사무용 탁자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 화를 내면서 탁자 위에 놓인 문건들을 집어 들고는 흔들며 말했다. “너 봐봐, 이런 일들을 내가 관여하지 않으면 되겠어?”

 

주은래는 문건을 내던져 버리고는 다른 문건 한 뭉치를 또 집어 들면서 말했다. “너 봐봐. 이 일들을 내가 관여하지 말라고. 그게 되겠어?”

 

연이어 또 세 번째로 쌓여있는 문건을 탁탁 치면서 말했다. “이것도 관여하지 말라고? 그건 안 되지!”

 

 

주은래는 피곤한 기색으로 답답하다는 듯이 탄식하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희가 어떻게 모른단 말이야? 그런대도 끝까지 내게 그렇게 말해!”

 

업무가 크건 작건 주은래는 손에 잡고 놓지를 못했다. 아니 놓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일리만기(日理萬機, 하루에 할 일이 만 가지나 된다는 뜻으로, 고대 제왕들이 일상적으로 처리하던 자질구레한 정무를 가리키는 말)’하는 것을 가지고 칭송하기를 즐긴다. 지도자들을 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를 읊조리면서 ‘일리만기’하신다며 추켜세운다.

 

너무 지나치면 결국은 소홀하게 되는 법이다. 일이 과하면 정확하게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일리만기’하면 그저 ‘재상’감 밖에 되지 못한다. ‘통솔자’만이 큰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담력과 기백이 있어야 전략을 세우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기세가 있어야 중대한 사건에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그저 ‘작은 일을 신중하게’ 할 때만이 비로소 ‘일리만기’가 생기는 게 아니던가. 이건 기본 상식이 아닌가?

 

주은래는 각 성과 시의 위원들에게 즐겨하였던 말이 있다. “당신들, 일이 생기면 직접 나를 찾아오시오. 직접 내 사무실로 전화하시오.”

 

주은래는 그의 비서들에게도 즐겨하였던 말이 있다. “너희, 일이 생기면 반드시 보고하도록 해. 내가 아무리 바빠도. 내 바쁜 걸 염려할 필요 없어. 난 일이 많은 게 좋아. 다 처리할 수 있어.”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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