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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의 시선] 사립유치원 사태와 공공성의 문제 ... 공공과 민간 비율의 적정

 

사립유치원의 국가지원금 유용 사태가 계속 논란거리다. 급기야 국정감사장에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세워졌을 정도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어서 정치인들도 한 목소리로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을 질타하고 있지만 막상 해당 유치원 운영자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며 집단저항에 나설 움직임도 보인다.

 

이미 유치원의 공공지원금에 대한 비리나 운영의 문제점 등은 어느 정도 밝혀졌고 정부의 대처도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이른바 ‘공공(公共)’에 관한 인식이다.

 

공공유치원과 사립유치원

 

어릴 적 우리들 대부분은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고, 아주 일부 친구들이 유치원에 다닌다는 것을 알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시절에도 유치원이라는 곳을 다녔으면 좋았겠지만 대부분이 가난했던 시절에 유치원은 사치였고 일종의 특권과도 같았기 때문에 언감생심이었다.

 

교육의 역사에서 유치원은 그리 오랜 과거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1840년에 독일의 교육자 프뢰벨이 처음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취학 이전 아동들에게 적절한 놀이와 교육을 시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유치원은 금새 전 유럽으로 퍼졌고, 한국에서도 일찍부터 도입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뜻있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먼저 설립하기 시작해서 명문 유치원이 되기도 하였고, 국가에서도 필요성을 중요시하여 지역별로 유치원을 설립하면서 국공립유치원이 되었다.

 

지금의 사립유치원의 문제는 이러한 역사와 현재의 유아교육 정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짐작할 수 있듯이 나라가 가난하고 어려우면 뜻있는 사람들에 의한 사립유치원이 만들어지게 되지만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에 다다랐는데도 국공립유치원의 양과 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와 교육담당자들의 책임방기이기 때문이다.

 

교육통계서비스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생은 70만4138명이고, 이 중에 국공립 유치원생은 약 24%, 사립 유치원생은 약 76%로 나온다. 세종시의 경우에 국공립 유치원생은 전체 유치원 아동의 94.7%를 차지해서 가장 높고, 제주도는 47.4퍼센트로 그나마 전체 중에서 다소 높은 편이다.

 

 

다른 나라들을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국공립 유치원 원아 수는 평균 67%(2015년 기준)인데 반해 한국의 경우에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은 아직도 지나치게 사립유치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유아교육에서 공교육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국가의 필요성은 높은데 공공 인프라가 부족하니까 사립유치원에 지원을 하면서 국가의 요구를 채우게 하는 방식인 셈이다.

 

공공 유치원 확대가 답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반대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사립유치원이 많고 국공립유치원이 적다는 게 꼭 문제가 있다고 봐야하는가? 그리고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고 그 수가 많아진다고 반드시 좋은 일일까? 이런 의문 속에서 우리는 공공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일하는 분야인 보건의료에서도 공공이라는 말은 많이 쓰인다. 공공의료원, 공공병상 등..... 오래도록 우리들은 한국의 공공의료가 너무 취약하니까 양적 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방공공의료원이나 공공 재활병원 설립을 늘리려는 노력을 조금씩은 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에서 공공의료 인프라는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데, 선진외국들은 80~90%가 공적 형태인 걸 보면 한참 뒤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선진외국처럼 공공병원이나 병상을 대폭 늘이면서 그들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해야 할까? 그렇다면 공공의 기준은 뭐고,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 것일까?

 

외국에서는 대부분 종합병원은 공공병원이 많아서 거의 무상의료 형태이고 동네의원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네의원들은 공공의료기관이 아니어도 주치의제도나 장애인 진료, 주민 건강관리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공공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공공병원이나 공공병상, 공공인력 등 공공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사적 영역에서의 공공성 추구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국에서는 공공의료란 표현을 쓰지 않고 ‘의료의 공공성’이라고 하면서 그 사회에서 보건의료의 공공성이 얼마나 차지하는가를 중요시 하고 있다. 굳이 모든 것을 공공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모두 공공화할 필요는 없다. 충분한 수준의 공공 유치원은 늘리되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지속하면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내용을 담보하게 하는 것이 유아 교육에 대한 공공성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교육이나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민간 차원의 역할(사적 영역)과 가치는 분명히 있으며 모두가 공적 관계로만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그것이 가지는 장점도 상당히 있기 때문이다.

 

흔히 진취성, 창조성, 경영 효율성 등은 사적 영역이 강하고, 보편적 보장성이나 표준화된 서비스는 공적 영역의 장점이다. 이 둘은 서로 경쟁하고 배우면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 인프라는 국가적 과제이거나 평등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구축되어지기에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높여야 한다. 보건의료에서도 공공의료는 더 많아져야 하고, 국공립유치원 수도 지금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여져야 한다. 그 수준은 나라별 환경과 문화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를 보면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공공유치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위에 언급했다시피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는 역제의를 하고 싶다. 무조건적인 공공 영역 확장이 아니라 공공성의 확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공공과 민간이 잘 어울리면서 시민들의 행복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무작정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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