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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령, 실재가 아닌 사람 마음이 외부로 투영된 모습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47) 미국과 한국 혼령, 정신문화 차이의 한 단면
이범룡 원장  |  medre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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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2  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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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한 말이겠지만, 서양과 동양 콕 집어 좁혀서 미국과 한국 정신문화는 많이 다르다. 오늘은 미국과 한국의 귀신에 대한 생각 차이를 개발소발 그리며 글쓰기 놀이를 하겠다.

요즘 애들은 중구난방 횡설수설 글쓰기하며 ‘의식의 흐름 기법이에요.’하던데, 그래, 그럼 나도 의식의 흐름 기법이다.

   
▲ 미국 망령, 구글에서

사람들은 망령이라고 하면 생전에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생각한다. 우리의 연구는 이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무언가 있다고 느껴지고 대기의 변화가 느껴지는 곳에 당신이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참가자들에게 이런 느낌을 불러일으킬 듯한 사람을 묘사해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참가자들은 ‘혐오스러운’, ‘난폭한’, ‘정신병을 앓는’ 같은 말을 사용하며 생전에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묘사했다. 악의 지속성은 공포와 일치할 뿐만 아니라 사후 세계의 지각과도 일치한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정상적인 사람)은 천국에 가지만 악한 사람(악한 마음)은 이 세상에 붙들려 있다고 생각한다.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중에서. 참고로 이 책 저자는 미국인이다.

귀신 또는 혼령은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주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 공통이다. 하지만, 한국은 악의 지속성을 의미하는 미국과는 달리 주로 ‘억울한’ ‘한이 맺힌’ ‘원망어린’ 같은 말로 주로 원혼(冤魂)을 묘사한다.

한국에도 몽달귀신이나 도깨비 등 남성상 유령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게 귀신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하는’ 머리 긴 여성상이다.

상사병을 앓다가 혹은 장가 못 가서 죽은 후 ‘못된 짓’을 일삼는 몽달귀신에 대한 두려움도 악의 지속성으로 표현되는 미국 망령과는 정감이 다르다. 어수룩한 데가 많고 어쩌면 순진한 아이 같기도 한 도깨비는 말할 나위도 없다.

   
▲ 한국 귀신, 구글에서

한국에선 ‘착한 사람은 천국에 가고 악한 사람은 이 세상에 붙들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래에 들어 한국도 기독교 문화가 확산되어 '죽은 다음에 이 세상에 붙들려 있지 말고 천국에 가기 운동’이 있지만, 동아시아권이 대게 그렇듯 오랫동안 한국은 삶과 죽음, 사람과 귀신, 이승과 저승을 명확하게 구분하지도 않았다.

굳이 윤회(輪回)의 유비를 빌리지 않더라도 돌고 돌며 서로 오갔다.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를 주도하는 종교 차이가 현재 정신문화적 차이에 지대한 영향을 줬을 게다.

   
▲ 무섭지, 무섭지? 뿔도 있고 눈도 하나 밖에 없어.
     어때, 무섭지? (이미지 출처: 구글)

귀신이든 혼령이든 망령이든 표현이야 어떻든지, 그건 실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외부로 투영된 거라는 견해가 있다. ‘견해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이유는 미국 경우 기독교인이 70%에 달하고 순수한 의미에서 ‘무신론자’는 무슬림이나 동성애자보다도 더 차별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노골적이진 않지만, 조금 과장하자면 불가촉천민 수준의 경계대상이다. 아무튼 혼령은 실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외부로 투영된 거라는 견해에서 보자면, 상대적으로 미국인은 마음속에 뚜렷이 구분되는 선과 악을 품은 셈이다. 천사와 사탄. 행복과 불행. 이로움과 해로움.

동아시아가 대게 그렇듯 한국인의 마음엔 전체론이 자리하고 있다. 선과 악은 같은 뿌리의 양면이요, 행복과 불행은 새옹지마 고사를 되새겨 볼 일이며, 이로움과 해로움은 서로를 부른다는 걸 왜 모르냐고 말한다.

한국은 이미 서양(특히, 미국)의 ‘문화적 식민지’라 쓸데없는 비교를 한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신문화의 가치가 있다손 치더라도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고 말이다.

   
▲ 이범룡 밝은정신과 원장.

에구, 그런 면이 전혀 없다곤 볼 수 없지만, 그건 “식민지 청년의 한을 불사르라. 반전 반핵 양키 고 홈”만큼이나 과격한 진단이다. 정신문화 유산은 겉보기 급격한 생활양식 변화만큼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 미국과 한국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귀신’ 혹은 ‘혼령’ 설문조사만 해봐도 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 게다.

...암튼 그렇게 치고 나오니 아침부터 내가 ‘꼰대놀이’하고 있었나하는 자괴감이 드네. 에잇, 그만하련다. 의식의 흐름 기법 혼령 이야기.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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