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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날씨이야기(36) 기후변화로 붕괴한 세계 최초의 아카드 제국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생한 최초의 문명은 기원전 5000년경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시작됐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경계에 위치해있어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습지 지역에서 문명이 탄생했다. 때문에 다른 문명과 달리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민물과 바닷물의 신이 여러 신들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다.

 

인근에 위치한 이집트의 나일 문명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다. 그런데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 전혀 다르다. 이집트의 경우 주변이 사막지대라 외적이 쉽게 침략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의 탁 트인 평야지대는 누구든지, 어떤 군대든지 자유롭게 침략할 수 있었다. 때문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외적의 침략과 정복에 시달리는 험난한 역사를 겪어야 했다.

 

또 나일강은 물의 양에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은 매년 수량의 변동이 극심했다. 농사를 지속적으로 짓기에 믿을 만한 수자원이 되지 못했으며, 강이 범람할 때마다 강줄기는 자주 바뀌었다.

 

또한 날씨의 영향도 컸다. 낮에는 40℃를 오르내리고 밤에는 영하권까지 떨어지는 황야 기후에서 물은 생존에 절대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강 하류의 습지였다. 이곳에서는 가뭄이 들어도 물을 구할 수 있고 농사도 지을 수 있었다.

 

한편 기원전 235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낳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에 ‘아카드(Akkad)’라 불리는 도시국가가 세워졌다. 아카드 제국은 중앙집권통치를 위해 도로를 건설한 최초의 제국이다.

 

도로를 따라 정기적인 우편 서비스가 이뤄졌고 토지 조사도 했던 것으로 기록돼있다. 하지만 급부상한 만큼 번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국가는 150여 년만 유지된 후 어느 날 갑자기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멸망했다.

 

이러한 멸망은 역사가들에게 미스터리였다. 일부 사가들은 이란 고원에서 침입해온 구티족(Guti)에 의해 멸망했다고 봤으며, 다른 고고학자들은 인구의 과대 증가, 변방에서의 반란, 유목민의 침입, 무능력한 관리 등이 이유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아카드 제국의 멸망 원인을 주장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1993년 고고학자, 지질학자, 토양과학자로 이뤄진 미국과 프랑스 공동 연구팀이 연구에 나섰다. 연구팀은 폐허가 된 아카드 제국의 도시에서 채취한 토양의 수분을 최첨단 과학기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으로부터 4200년 전 건조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약 300년 동안 지속됐음을 밝혀냈다.

 

아카드 제국은 기후 건조화로 말라붙어 버린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곡창지대는 가뭄으로 사라졌다. 기후 건조화는 중동지역 전체를 황폐화시켰다. 사람들이 물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가면서 도시와 대부분의 촌락은 버려졌다.

 

특히 사람들이 갑자기 남부지방으로 이동했다는 글이 토기에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가뭄이 먼저 북부지방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북부 사람들이 남쪽으로 이동하자 남부 도시들은 인구가 2~3배 증가했고 이로 인해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면서 아카드 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기후학자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멸망에는 가뭄 외에 기온저하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화분 분석에 따르면 기온도 차차 내려가 평균기온이 2℃나 낮아졌는데 이는 농작물의 생장에 치명적이다.

 

결국 고대인들은 가뭄과 기온 저하로 농경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 대가뭄은 지난 1만년 사이에 일어난 극적인 기후학적 사건이며, 기후변화가 인간의 생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고학자인 예일대 하비 웨이스 교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멸망은 급격한 기후변화가 한 문명이 멸망하는데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건조화로 시작해 기온저하로 끝을 맺었다.

 

건조화의 진행에 따라 농경지대는 차차 소멸해 완전히 없어졌다. 메소포타미아 강변의 관개농업 지대도 줄어드는 강수량으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러한 건조화는 염분 증가를 가져왔다. 염분이 농지를 황폐화시키면서 이 지역을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 만들어 버린 것.

 

메소포타미아 문명뿐만 아니라 나일 문명, 인더스 문명도 건조화와 가뭄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들 문명을 보면 유사한 공식이 있는데 기후 최적기인 후빙기 고온기에 농경이 발달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건조화가 발생하면서 인구의 이동이 이뤄진다.

 

이들은 거대한 강 유역으로 물려들어 문명을 이룩하며, 농업과 관개 기술의 발달은 나무의 대량 소비를 가져온다. 삼림이 감소하면서 사막화가 시작되고 시간이 갈수록 사막화는 더욱 가속된다. 이는 관개시설 재료의 부족을 가져오고 여기에 염분에 의한 농지의 불모화가 진행된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갈 수밖에 없고 결국 문명은 멸망한다는 스토리다.

 

이런 기후변화 공식이 세계 최초의 제국이었던 아카드 제국을 역사의 뒤편으로 날려버렸다. 기후변화로 인해 붕괴한 최초의 제국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고서 말이다. <온케이웨더>

 

반기성은?

 

=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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