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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문명의 흥망, 기후조건이 갈랐다반기성의 날씨이야기(31) 자연의 위력 앞에 파라오.태양신.죽음의 신도 무력했다
반기성 기상전문위원  |  wxbahn@kweath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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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6  09: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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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 기원전 3000년경 국가가 세워졌는데 역사는 이 나라를 ‘고왕국’이라고 부른다. 고왕국은 더운 계절과 서늘한 계절이 반복되는 온화한 기후에서 급속히 발전했고 특히 미술 공예품 생산이 증가했다.

이집트는 부를 축적하며 강력한 나라로 성장했다. 메네스라 불리는 강력한 통치자가 통일을 이룬지 600년도 지나기 전에 제4왕조의 왕들은 풍부한 재정으로 장대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군을 만들었다. 이집트 고왕국의 화려한 영광이었다.

기원전 2000년경 날씨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온화했던 기후가 찌는 듯한 무더위로 바뀌었다. 강폭은 차츰 좁아지고 풀 대신 관목이나 모래가 들어섰다. 삼림도 모래 바람이 불어 대는 황야로 변했다. 새도 짐승도 물고기도 없어졌다. 아프리카 북부지방이 지금의 사하라 사막과 황야지대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농업생산성이 악화되자 사회체제 역시 급속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면서 고왕국의 이집트인은 각지로 흩어졌다. 일부는 북쪽으로 향해 지중해 연안에 도달해 현지인과 함께 베르베르 문화를 창조했다. 일부는 남쪽으로 옮겨가면서 아프리카 대륙 중앙으로 들어가 원주민과 섞여들었다.

이집트 고왕국 사람들의 이동을 불러온 더운 기후는 기원전 2000년 이후에 아프리카의 역사가 두 방향으로 갈라진 이유를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집트의 강력한 파라오도, 빛을 가져오는 태양신 ‘라’도, 나일강의 범람을 가져오는 죽음의 신 ‘오시리스’도 기후변화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그저 무력할 뿐이었다. 나일 문명의 흥망을 결정지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신들이 아니라 기후조건이었던 것이다.

석판이나 석주(石柱)에 새긴 고대 이집트의 기록에서 기원전 2180~2130년경, 기원전 2000~1950년경, 그리고 다시 약 200년 후에 큰 기근(흉년으로 먹을 양식이 모자라 굶주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이러한 기근은 사막으로부터 남풍이 불고 나일강의 수위가 낮아진 것, 즉 매년 홍수가 일어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 더욱이 기원전 2200년경과 1800년경에 동쪽에서 외부인이 이집트를 칩입해 이집트의 고왕국과 중왕국(기원전 2040년부터 1782년)이 멸망했다.

고대 이집트 문화는 더운 계절과 서늘한 계절이 반복되는 기후에서 급속히 발전했다. 나일강 유역에는 인간이 정착하기에 좋은 토지가 넓게 퍼져있어서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었다. 지중해 쪽으로 돌출한 나일강 삼각주 지역은 주기적인 범람으로 그 면적이 점점 더 늘어났다.

그러나 중왕국 성립 무렵인 기원전 2000년 이후부터 나일강 일대의 기온이 급속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나일강 상류에서 수분 증발이 심해지면서 강의 수량도 크게 감소했다. 서늘한 기후가 불러왔던 계절적 강우현상이 중단되면서 나일강의 범람도 멈춰버렸다. 갑자기 관개공사를 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농업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변한 기온 상승을 이기기 위해 동굴을 팠다. 그 속에 물을 넣어두고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나일 계곡에서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아무도 살 수 없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물을 얻기 위해서는 수십 미터 깊이로 우물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계가 있었다.

   
▲ 반기성 기상전문위원

나일 문명의 흥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결국 기후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빙하기가 물러난 이후의 따뜻한 기후가 나일강 일대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계절적인 서늘한 기후의 반복은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을 가져와 농업생산성을 크게 증대시켰다. 강력한 왕권국가가 탄생하고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이런 농업 발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왕국 시기에 이르면서 나일강 일대의 기후가 변했다. 온화했던 기후가 찌는 듯한 더위로 바뀌면서 나일강의 범람도 멈췄다. 더운 기후와 강수량의 감소는 농업의 파탄을 초래했고 농업의 붕괴는 왕조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기후 때문에 문명이 탄생하고 문명이 붕괴한 것이다. <온케이웨더>

반기성은?

=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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