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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한미 FTA 개정 협상 타결 이후 ... 미국의 지렛대 전략 경계

 

한국과 미국 간 현안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한국은 순진하고 미국은 지극히 계산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해서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미국이 잇달아 딴죽을 걸고 나서면서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3월 26일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를 발표한 이후 미국의 반응이 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만 해도 “위대한 합의”라고 치켜세우더니만, 하루 만에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한미 FTA와 환율을 연계하는 문제를 놓고 “(FTA) 하위 협의에 넣었다” “철강관세, 환율, FTA 개정이 독립적이지만 한미 통상관계를 정의한다”는 등 패키지로 협상했다고 주장했다.

 

USTR이나 백악관 통상 관계자의 환율 연계 주장은 FTA 개정 협상 결과에 대한 미국 내 평가가 그리 좋지 않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국내용 발언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계산도 했으리라. 강경 보호무역론자인 나바로 국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함께 철강 고율관세 부과와 한미 FTA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더 찜찜하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연계하고, 북한과의 협상 타결 이후로 한미 FTA 개정의 공식 완료를 미룰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북핵 해법을 놓고 한미 간 균열이 생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FTA를 지렛대로 삼자는 전략일 수도 있다.

 

상대방이 깜짝 놀랄 만한 엄포를 놓은 뒤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는 것은 트럼프 특유의 협상 기법이다. 미국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고한 뒤 이를 지렛대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추가 개방을 이끌어냈다.

 

미국이 환율과 북한 문제 등 다른 현안을 한미 FTA와 엮으려는 모양새를 보면서 우리가 협상 결과를 너무 빨리 발표하며 안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7차 회의까지 하고서도 결론내지 못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달리 협상 개시 3개월 만에 조기 타결 짓고,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차단한 점을 들어 자화자찬하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양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선언했을 뿐 최종 서명은 하지 않은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USTR과 원칙적 타결의 후속 조치로 개정 협정의 문안 작업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와 연계하지 않아도 협정 발효까진 상당 시일이 소요된다. 한국은 법률 검토 뒤 국회의 비준 동의를 남겨두고 있다. 미국도 의회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전에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협상 결과를 분석해야 하는데 이 작업만 해도 한달 정도 걸린다.

 

야구 경기가 9회말 스리아웃이 돼야 끝나듯 정부 간 협상은 최종 서명이 끝나고 발효돼야 완결된다. 통상교섭본부는 물론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조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돌발 변수를 가정해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환율 문제는 FTA와 별개임을 미국에 거듭 확인시켜야 마땅하다. 그리고 외환정책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사후 공개하는 방안 등을 놓고 우리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협의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등 통상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물밑 협상을 하면서 애꿎은 한국산 반도체를 흥정 대상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한국과 대만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는 대신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는 식으로 반시장적 야합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통상 협상은 힘이 지배하는 정글의 세계나 마찬가지다. 무역에 관한 한 동맹은 없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정부와 정치권, 산업계가 한 몸, ‘팀 코리아’ 전략으로 정신 바싹 차리고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내세운 ‘한반도 운전자론’에 입각한 협상력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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