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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문제해결의 열쇠를 얻는다?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37) 의식과 이성이 작동하는 자각몽
이범룡 원장  |  medre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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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2  09: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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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 우리가 모르는 마음의 세계가 있다. 꿈은 그 세계로 가는 왕도이다. (사진출처:구글)
아침잠에서 깨기 전 자각몽을 꾸는 경우가 종종 있죠. 경험해 보셨어요? 꿈을 꾸는 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중간단계 말이에요.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아요. 지금 보고 경험하는 이게 꿈이라는 걸 자각한다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꿈의 내용을 통제할 수 있죠. 꿈 내용이 뭔가 이상하면 중간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요. 때론 등장인물 교체나 내용 교정도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조금 길게 꾼다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부분적으로 감독처럼 영화 한 편 제작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길게 꾸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이제 깨려고 하거나, 계속 꾸려는데 알람이 울리는 순간 자각몽은 깨지는 거죠.

지난 달 독서모임은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한나 모니어, 문예출판사)였는데, 자각몽 이야기가 나왔죠. 친구K는 그런 이상한 현상도 다 있냐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친구L도 저처럼 자각몽 경험이 있다더군요. 그 책에서 한나 모니어는 자각몽을 통해 이기는 법을 훈련하는 운동선수 예도 들었어요. 자각몽을 꾸려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자각몽이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죠.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마음의 탄생』(출판사 크레센도)에서 자기는 자각몽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발명했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마음의 탄생』 책도 마찬가지였지만, 자각몽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책으로 묶어낼 것인지 정리하기도 하고, 다양한 문제에 대한 유용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는 겁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언제나 그런 과정을 거친데요.

그는 잠을 자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개발했다는데요. 수십 년 동안 자신을 위해 갈고 닦은 기술이고, 이 기술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미묘한 방법을 터득했다는군요. 대략 이렇습니다.

먼저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고민해야 할 문제를 결정합니다. 어떤 문제든 상관없습니다. 수학문제, 발명과 관련한 풀리지 않는 문제, 사업전략문제, 심지어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도 좋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몇 분 동안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노력은 오히려 창조적인 문제해결을 방해할 뿐이죠. 그냥 거기에 대해 생각하려고만 노력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나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해법은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까? 그런 다음 잠이 듭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잠재의식 속 마음이 이 문제에 대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게 만듭니다.
--『마음의 탄생』부제: 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는가? (레이 커즈와일, 출판사 크레센도) 중에서

   
 
매번 성공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상태에서 자각몽을 꿀 수 있다는 겁니다. 이제 자각몽 상태라는 게 ‘자각’이 되면, 곧바로 눈을 뜨지 않고 그 상태를 지속한다는군요. 자각몽 상태에서 창조적인 문제해결의 열쇠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요.

보통 꿈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보통 꿈에서는 아이디어가 타당한지 평가하는 이성적인 능력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각몽에서는 전날 밤 자신에게 할당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꿈 속 생각에 접근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밤사이 떠오른 새로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과 이성이 작동하는 상태라는 겁니다.

자신이 낮 동안의 제약으로 작동하는 벗어버리기 힘든 부담이나 직업적인 가리개(가령 ‘신호처리 문제를 그런 식으로 풀면 안 돼’ 또는 ‘언어학에서는 그런 규칙을 사용해서는 안 돼’)를 벗어던지고 떠올린 해법 중에 어떤 것이 타당한지 판단할 수 있다고요.

제가 경험한 몇 번의 자각몽은 다 우연히 왔던 겁니다. 자각몽을 불러내는 나름의 방법도 없고요. 어떤 문제에 대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 같은 것도 당연히 없었죠. 그러다보니 끽해야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멋지게 이루거나 인정욕구를 제대로 채우는 등 그때그때 꿈에 나오는 주제에 맞춰 시시하게 ‘소망 성취’하는 게 전부였어요.

근데요.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상쾌하고 신나요. 억지로 쥐어짜는 공상과는 하늘과 땅 차이에요. 비교할 수 없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흐르며 내가 원하는 데로 소망성취를 할 수 있는 게 자각몽입니다.

   
▲ 이범룡 밝은정신과 원장.
프로이트는 잠을 자면 우리의 이성적인 마음 속 검열 장치들이 느슨해진다고 했죠. 꿈은 그 틈을 타서 평소 사회적, 문화적 금기에 의해 무의식에 억압됐던 것들이 나타나는 거라고요. 그래도 직접 드러나지 않아요. 꿈에서조차 은유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거죠. 아무튼 은유로나마 소망 성취하는 거라고요.

애당초 “금기”란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되는, 생각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소망'이라서 그런 걸까요? 제 모습을 온연히 드러내면 잠에서 깨버리거든요. 인공지능 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말하는 꿈에도 프로이트의 꿈 메타포가 있어 덧붙여 봤습니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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