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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시냅스'(synapse)를 바꾼다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27) 감각의 그림자를 가지고 뇌가 만들어낸 현실
이범룡 원장  |  medre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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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3  10: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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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현실 자체가 뇌의 해석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현실이란 우리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그림자를 가지고 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우리가 서로를 ‘완벽히’ 알아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각자 다른 뇌를 가졌기 때문이라고도 하고요. 저 옛날 플라톤부터 데카르트, 칸트, 사르트르 등등 수많은 철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한없이 확장해서 철학의 불을 품어왔지 않습니까.

가소성(plasticity)이란 물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외력에 의해 형태가 변한 물체가 외력이 없어져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 물질의 성질이며 탄력성 한계를 넘는 힘이 작용할 때 나타난다.’고 설명하는군요. ‘물기가 있는 찰흙에 외부의 힘을 가하여 여러 형태로 변형시킨 뒤, 더 이상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아도 점토는 변형된 그대로의 모양을 유지한다. 추가로 힘을 가하지 않는 이상 변형된 형태가 영구적으로 유지된다. 이러한 찰흙의 특성과 같은 성질을 가소성이라고 한다.’고요.

정리하면 가소성은 탄력성 한계를 넘는 외부 자극에 의해 구조 변화를 일으키고 변화된 모습을 유지하는 성질이네요. 다 아는 이야기긴 하겠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신경계 역시 가소성이 크다는 겁니다. “야야.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서’ 안 돼” 물론 신경계는 생애 이른 시기에 더 쉽게 구조 변화가 일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어른이 돼도 가소성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뇌는 중추신경계입니다.

   
▲ 신경세포를 뉴런(neuron)이라고 합니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를 시냅스(synapse)라고 하는데 신경세포 간에 대화를 하는 장소지요. 세포 몸체에서 여러 돌기들이 보이는데요. 돌기 끝 말단은 다시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요. 신호를 전달하는 축삭돌기 쪽은 시냅스전 말단, 신호를 전달받는 수상돌기 쪽은 시냅스후 말단이라고 합니다.

『기억을 찾아서』저자이자 위대한 생물학자 에릭 캔델(Eric R, Kandel. 오스트리아 출생. 1929~)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다른 경험을 하므로 각 개인의 뇌 구조는 유일무이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심지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도 삶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뇌가 다르다고 말입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예를 들더군요. 모차르트가 위대한 것은 훌륭한 유전자 덕도 있겠지만 더 유연한 뇌를 가졌던 어린 시절에 음악 솜씨를 익혔기 때문이라고요. 자의든 타의든 혹독할 정도로 강하게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음감, 창작, 연주 등 음악에 관련한 뇌신경세포 기능은 물론 구조 변화가 생기지요.

시냅스(synapse) 부위에서 말이죠, 해부학적 변화입니다. 가령 모차르트 뇌 부검을 한다면 다른 가족이나 친척들과 어떻게 뇌 구조가 확연히 다른지, 어떤 영역이 얼마만큼 확장됐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 수많은 시냅스전, 시냅스후 말단 가운데 하나만 모형화한 그림입니다. 소근소근. 무슨 대화를 하고 있을까요?

긍정적 경험이든 부정적 경험이든 경험에 따라 뇌가 구조적으로 바뀐다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경험이란 게 거기서 거기지 뭐가 크게 바뀌겠어? 맞아요. 어른이 돼서 적당한 자극으로 반복되는 습관과 같은 ‘거기서 거기’ 경험으론 큰 변화가 없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강렬한 경험과 이어지는 복기와 통찰은 뇌를 크게 바꿔놔서 그 전과는 '세상이 달라지고' 다르게 살게 된다는 거지요. 사변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습적인 부분이 강조돼서 그렇지만, 신경생리학자들이 동물실험(경험), 이후 행동변화와 행동변화를 이끄는 뇌피질 변화 연구를 통해 입증했어요.

문학에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용어가 있더군요.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용어만 보면 그저 그런, 거기서 거기 형식이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표현해서 독자의 주의를 단박에 환기시키는 것 같아요. 한 동안 잊지 못할 강렬한 경험이 되겠죠.

   
▲ 이범룡 밝은정신과 원장.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겠습니다만, 전공의 시절 제 선생님이 정신치료는 친구 간의 고민 상담과는 전혀 다른 형식과 방식을 택하는 중요한 이유를 말씀하셨던 게 생각나네요. "난생 처음", 뒤따르는 훈습(working through). 지금은 정신치료도 하지 않으면서 글쓰기 배가 또 산으로 갑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말하는 넌?” 할까봐 여기까지 하렵니다. 네? 여기까지 하겠다는데 뭘 또 붙잡고 물어요. 저요? 나중에, 언젠가는 하면서 오늘도 그저 그런, 거기서 거기 일상을 살고 있지요.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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