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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개발의 조련사' 맥그린치를 만나다[창간 2주년 특별기획] 격동의 현장-남기고 싶은 이야기(제2화)
양영철 교수가 전하는 '제주근대화의 선구자' 맥그린치 신부 (3)
양영철  |  yongchul@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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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18  15: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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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현장-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제이누리> 창간 2주년을 맞아 제1화-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에 이어 제2화를 선보입니다. 제2화의 주인공은 '파란 눈의 개척자', '제주근대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성이시돌 목장의 P. J. 맥그린치 신부입니다. 제주축산을 넘어 한국축산, 근대화의 시초 역을 다진 80중반 노구의 서양 신부가 60년 동안 제주에서 일군 꿈을 양영철 제주대 교수의 집필로 매주 월요일 풀어냅니다. 제1화-신구범 전 제주지사에 이은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개발은 누가 하고 그 개발로 돈은 누가 벌까? 지역개발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다. 요새 우리는 중국의 거대자본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게도 외자유치에 혈안이면서 왜 걱정을 할까? 중국자본이 제주를 개발하답시고 이리 저리 파헤치고 나선 정작 개발로 얻은 이익은 중국으로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그랬다. 지금껏 제주에 육지의 대자본이 들어와 이리저리 들쑤셨지만 생긴 이익은 고스란히 대기업의 몫으로 제주 밖으로 빠져나갔다. 40곳에 가까운 골프장 중 오직 하나만 제주도 출신이 소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많은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한라산을 비롯한 중산간이 망가지고, 심지어 노루도 살 곳이 사라져 해안 저지대로, 심지어 도시로 내쫓긴다. 굶주린 노루가 민가로 주민과 충돌이 빚어지기 시작하고 드디어 ‘평화의 섬’에서 ‘평화의 상징’인 노루를 총으로 사살할 수 있는 자유를 사냥꾼에게 주는 이율배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요약하면 지역개발의 최선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자원을 가지고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 되면 개발이익은 자연히 지역주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된다.

   
▲ 면양으로 쓸 양을 구입, 축사로 옮기던 장면이다.
한국전쟁의 전란의 와중에 제주에 당도한 맥그린치 신부가 만난 제주도는 바로 그 지역의 자원을 논할 계제가 아니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자본도, 기술도, 자원도, 주민도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에게서 제주는 재탄생을 시작했다. 그가 주도를 하는게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지역개발의 조련사로서 혜성처럼 등장한 그의 일화다.

그는 우선 개발을 주도하는 주민들을 일깨우기 시작한다. 물론 어려웠다. 주민들은 삶의 고단과 고난에 찌들어 있었고, 스스로 나서기 보다 그저 저승의 조상에게만 기댔다. 땡전 한 푼 손에 쥐지 않은 처지일지라도 ‘조상의 묫자리가 좋지 않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옮겼다. 4~5일 굿판을 벌이는 것도 일쑤였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막상 시작하려 하면 ‘안된다’는 식의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순임이란 처녀가 있었다. 그 시절 맥그린치 신부의 귀에 우연히 들려온 얘기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일자리가 있는 부산의 공장으로 갔다가 물통에 빠져 죽었다는 것이다. 고향을 등지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맥그린치에게 떠올랐다.

마침 우연히 놀러갔던 성산일출봉에서 70마리 양을 키우는 노인을 만났다. 일본이들이 일제 하에서 키우다 패망하자 키우던 양을 넘겨주고 간 것이었다. “양을 키울 만하냐”고 물으니 “키우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돈이 별로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하난 알았다. 양을 제주에서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맥그린치 신부는 부지런한 처녀들이 많은 제주이기에 양털만 생산하면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양을 키워서 그 털로 한국에서 명품을 만들었던 한림수직이다. 그러나 그 일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처음에는 제주에서 양을 키울 수 없다고 주민들은 반대했다. 똑똑한 일본사람들도 실패했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고 반대가 거셌다.

   
▲ 한림수직 여성들이 양털을 손질하는 장면이다.
그래도 밀어붙였다. 성산일출봉 노인에게서 양을 30마리 사서 키우기 시작했다. 옛날의 물레를 손질하고 재조립해서 실을 짜서 옷을 만들었다. 물론 실패의 연속이었다. 실 꿰는 한림여성들의 솜씨가 그랬고, 양모로 만든 옷의 특성을 주민들이 알리 만무했다. 게다가 옷을 만들어도 내다 팔 곳이 마땅찮았다.

한국에서도 고급, 그것도 고관대작의 부인이나 다닌다는 서울 명동의 조선호텔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호텔 로비 한켠에 조그만 점포 하나만 내달라”고 그리 통사정했다. 당시로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지라 그들에게라도 양모로 짠 옷을 팔아볼 요량이었다. 주한 외교사절이나 천주교 인맥을 총동원했다. 마뜩치 않은 얼굴로 대하던 호텔의 총지배인이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호텔 한 구석을 내줬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외국인들은 그저 본체 만체 하는데 한국의 부인들이 가게를 들르기 시작했다. 그것도 결혼을 앞둔 딸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름 돈 깨나 있는, 힘 좀 쓰는 이들의 아내란 생각이 들었다. 점포의 문을 열고 며칠 뒤 4~5명 선이던 손님은 한달여가 지나자 거의 10배 수준으로 불었다. 한림수직이 만든 의류는 돌연 한국 최고의 혼수품으로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슬슬 한림 주민들이 눈빛도 달라져 가기 시작했다. <글=양영철/ 4편으로 이어집니다>

   
▲ 한림수직 여성들이 당시 양털을 씻는 장면이다.

   
 

맥그린치 신부는? = 1928년 남아일랜드의 레터켄에서 태어났다.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로 1954년 제주로 부임한 후 지금까지 60년간 제주근대화·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성당을 세운 뒤 수직물회사를 만들고, 4H클럽을 만들어 청년들을 교육했다. 신용협동조합을 창립, 경제적 자립의 토대를 만들었고, 양과 돼지 사육으로 시작된 성이시돌 목장은 제주축산업의 기초가 됐다. 농업기술연수원을 설립하고 우유·치즈·배합사료공장을 처음 제주에 만든 것도 그다. 그는 그 수익금으로 양로원·요양원·병원·호스피스복지원과 어린이집·유치원을 세워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 그 공로로 5·16민족상, 막사이사이상, 대한민국 석탑산업 훈장 등을 받았고 1973년 명예 제주도민이 돼 ‘임피제’라는 한국명을 쓰기 시작했다.

 

   
 
양영철 교수는?

=제주대 행정학과를 나와 서울대와 건국대에서 행정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은 “내생적 지역개발에 관한 연구 .” 맥그린치 신부의 제주근대화 모델을 이론적으로 살핀 저술이다. 현재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및 제2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선말 ‘의녀’로 불리는 김만덕 기념사업회 기획총괄위원장이면서 ‘나비박사’로 알려진 석주명 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자치경찰 탄생의 이론적 산파 역을 한 게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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