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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15)...이런 현실이 답답하다

 

                                                           살인범이 한 달 이상 잡히지 않자 피해자 유족들이 현상금 5억원을 걸었다. 제주 올레길 피해자의 남동생은 누나를 죽인 살인범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에 처해지면 법원 앞에서 분신자살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울산 자매살인사건 범인에 대해선 부모와 친구들이 지난달부터 전국을 돌며 사형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남편ㆍ누나ㆍ자식을 무참히 살해한 자를 용서할 수 없다.” 살인범을 못 잡는 경찰, 살인범에게 응당한 죗값을 묻지 않는 사법부를 앉아서 볼 수만 없다.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피 끓는 분노가 느껴진다. 똑같은 심정일 순 없겠지만 깊은 공감을 느낀다.

 

    이젠 흉악범 응징에 가족이 직접 나서는 시대다.
 지난 8월 어느 날 오후 10시, 50대 부부가 용인 한 전원마을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 2명의 기습을 받았다. 남편은 둔기에 여러 차례 맞아 13일 만에 숨졌다. 외딴 곳이라 목격자도 없었고 비가 와서 부인은 범인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가족들은 계획적 범행으로 단정 지었다. 남편은 부동산업을 하면서 최근 여러 명과 다툼을 겪었다.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가 하면 집에서 기르던 개가 끔찍하게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억울하고 분해서 살 수가 없어요. 제발 좀 잡아줘요”(피해자 노모). 누가 내 남편, 내 아들을 죽인 것일까. 가족들은 집을 포함해 전 재산을 내놓더라도 살인범을 잡아야겠다는 각오다.

 

 지난 18일 서울고법이 수원 엽기살인사건의 범인 오원춘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사회성과 유대관계가 결여된 채 살아왔고,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지 않았고, 인육 사용 동기가 분명치 않은 점으로 볼 때 원심 형량(사형)이 무겁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올레길서 변을 당한 피살자의 동생이 ‘끔찍한 선언’을 했다. 원하는 판결(사형)이 나오지 않으면 자신이 공개 자살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가 이 선언을 여과없이 전했다.

 

 국회도 사법부에 압력을 넣었다. 한 의원은 “법원이 사회적 여론을 의식해 판결해도 안되지만 국민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무관심하거나 반해서 일반국민 의식과 괴리가 생기는 판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울산에선 “자매를 죽인 범인을 죽여달라”고 2만5000여 명이 서명했다. 두 딸을 잃은 부모는 자식의 친구 등 30명으로부터 사형 촉구 탄원서도 받았다. 재판부에 사형 촉구 서명서와 함께 제출하기 위해서다. 부모는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를 없애기 위해 잔혹한 살인범에게 사형 선고를 촉구하는 취지”라고 했다.

 

 

  고려 경종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선대 왕인 광종이 죽자, 아버지(광종) 때 많은 공신이 무고로 죽는 걸 목격한 아들(경종)은 특이한 법을 선포했다. 이른바 복수법이다. “억울함이 쌓인 사람들의 분노를 모두 풀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 경종은 개인이 직접 복수하는 걸 허용했다.

 

 관청에 소(訴)를 올려 재판을 받을 필요 없이, (광종대에) 모함했던 나쁜 놈을 찾아가 죽여버려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법은 왕족들까지 무차별 복수를 당하고서야 폐지됐다.

 

 조선시대 신하와 유생들이 왕에게 특정인에 대해 극형에 처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중대한 반역 혐의가 대부분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어떡해야 흉악한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 피해자가 직접 ‘응징’에 나서서 본보기를 보여줘야만 하나? 이런 현실을 보는 게 답답하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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