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맑음동두천 9.7℃
  • 맑음강릉 15.3℃
  • 맑음서울 13.4℃
  • 맑음대전 13.4℃
  • 맑음대구 13.4℃
  • 맑음울산 11.6℃
  • 맑음광주 14.3℃
  • 맑음부산 16.8℃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9.5℃
  • 맑음강화 11.5℃
  • 맑음보은 10.0℃
  • 맑음금산 11.0℃
  • 맑음강진군 13.5℃
  • 맑음경주시 9.4℃
  • 맑음거제 16.6℃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정경호의 제주풍향계(6) 예산삭감의 칼날 ... 서글픈 현실

살림살이가 그리 넉넉지 못한 어느 집에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어찌어찌해서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짱’이 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불안했다. 계속해서 오래오래 ‘짱’이 되고 싶은데 사정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동네 아이들이 자신을 ‘짱’으로 여기게 한 것은 ‘말(言) 펀치(Punch)' 하나인데, 이게 언제 ‘뻥’이라는 것이 들통 날지 모를 일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짱’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말펀치’ 이외에 동네아이들의 환심을 살 그 무엇이 필요했다. 아이가 궁리 끝에 생각해 낸 그 무엇은 동네 아이들에게 피자 같은 맛있는 군것질을 사주거나, 스케이트장 입장료를 호기롭게 대신 내주거나, 필요하다면 15금(禁)정도의 동영상 유에스비(USB)를 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는 그런 것들을 실행할 만큼의 돈이 없었다.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오래오래 ‘짱’의 자리를 누리려는 이 아이의 철부지 욕심은 급기야 부모님에게의 ‘떼쓰기’로 변모했다. ‘환심자금’을 내 놓으라는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가 글의 서두를 뜬금없이 이렇게 아이의 이야기로 풀어놓는 것은 요즘의 도의회 양태가 떼쓰는 아이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새해가 들어도 멈추지 않는 도정과 의정간의 예산전쟁의 시작은 의회가 제안한 이른바 ‘협치예산’이었다. 그런데 도정이나 의정에 몸을 담았거나 예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협치예산 = 재량사업비 = 표밭관리비’ 라는 등식이 성립함을 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표밭관리를 위한 ‘재량사업비’를 ‘협치예산’이라는 포장지에 둘둘 말아 도정에 던진 것이다. 빠듯한 집안 살림을 아랑곳 않고 ‘짱’의 자리를 오래 누리는 데 필요한 동네아이들에의 ‘환심자금’을 내놓으라고 부보님에게 떼쓰는 아이와 같은 유아적 행태인 것이다.

 

‘예산전쟁’을 벌리는 도의원들은 65만 도민의 살림을 꾸려가는 도정운영 같은 것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산삭감’이라는 칼날로 도청 각부서의 신문구독마저 차단시켜버린 것이다.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은 참으로 무섭다. 가공용 감귤수매보전사업 예산 50억 원 중 49억 원, 월동채소 수급안정지원사업 예산 8억 원 전액을 삭감함으로써 한․중 FTA 등 농산물 개방의 압박과 2014년 월동채소 가격 폭락과 감귤가격의 하락세로 시름을 겪는 농민의 가느다란 희망의 끈마저 끊어버렸다. 그리고 광복회, 상이군경회 등 도내 9개 보훈단체 회원들로 하여금 도의회 청사에 몰려가 “도민의 혈세를 가지고 표밭관리를 하는 도의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거친 항의를 쏟아내게 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은 비정(非情)하기까지 하다. 열악한 장애인단체의 운영비조차 50%를 삭감하고, 장애인가정을 돕는 장애인가정 도우미지원센터 운영비를 비롯한 재가(在家) 장애인들을 위한 예산과 다문화가족을 위한 예산, 저소득층의 안정적인식생활을 돕는 광역푸드뱅크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비정을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칼날의 휘두름이 조금의 신중함이 없는 매우 신경질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 칼질에 언제 어느 도민이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칼질이 조금의 신중함도 없다는 점은 여러 가지 정황에서 읽을 수 있지만, 다음의 두 가지의 사실에서는 더욱 뚜렷해진다.

 

그 하나는, 자신들이 이미 의결한 삭감액을 수정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2월 29일 총 삭감액 1682억 원을 의결해 놓고는, 이틀 뒤에 1636억 원으로 수정 의결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으로 어이없다. 46원을 중복 삭감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어찌해서 50명에 가까운 도의원들이 29일 의결하면서 어느 한 사람 그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무신경(無神經) 무지(無知)’가 아니면 그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또 하나는, 제주도가 편성한 제주의 미래비전 대내외 홍보 예산이 7억 2천만 원인데, 도의회가 삭감한 금액은 10억 8천만이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의회의 예산삭감 칼날이 허공(虛空)중에도 휘둘러졌다는 애기인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 역시 ‘무신경(無神經) 무지(無知)’가 아니면 그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이른바 ‘예산전쟁’에서 보여주는 도의회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악동들의 신경질’로 느껴지는 현실이 슬프다. 그 슬픔 속에서도 ‘악동들의 신경질’로 인한 도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되길 희망해 본다. 그리고 그들의 퇴진을 담담하게 기대해 본다.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