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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11) ... 제주개조 청사진을 기다린다(2)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해야

 

지방선거에서 도로․다리의 건설과 복지 공약은 단골 메뉴다. 일본은 거품 붕괴 이후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으나 경기부양에 실패했다. 일본은 공공투자의 53%를 도로·항만·공항에 집중적으로 쏟아 부었다. 반면 한계생산성이 높은 정보기술(IT)과 철도에 들어간 공공투자 비중은 10%에 그쳤다. 일본의 도로·항만·공항의 한계생산성은 IT·철도의 5분의 1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정치 논리와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공공투자를 왜곡한 결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이미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지방공항과 다리들은 텅 비었고, 국토면적 대비 고속도로 길이는 OECD 가입국 중 상위권이다. 지방에는 차량운행이 많지 않은 도로가 많다.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모두가 정치인과 공무원의 야합에 의한 치적 쌓기용 산물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한계생산성이 낮은 사회간접자본에 재정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이제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에 투입되고 있는 노동력과 자본을 첨단기술산업과 고부가가치서비스산업 등 생산성이 높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부문으로 자원이 원활히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이미 SOC 투자보다 IT 네트워크나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가 훨씬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판명났다. 교육과 기술 등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자본의 회임(懷姙) 기간은 길지만 더 효율적이다. 의료 관광 금융 교육 법률 분야 같은 고급 서비스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또한 평생교육을 확대하고, 대학교육과 직업교육을 손질해 급속한 기술 변화에 맞는 인력을 배출해야 중산층의 폭을 두텁게 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일본은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이용자가 거의 없는 도로 등 불필요한 시설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신도시 건설을 포기하고 교외 지역 인프라 투자를 줄이는 등 신규 건설보다는 노후 시설의 개보수와 퇴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인들은 동물만 뛰어노는 도로가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자신의 치적을 쌓기위해 여전히 도로·철도·댐 등 토목공사를 강조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른 제주 역시 인프라 정책은 여전히 인구 성장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형 확대 중심의 전시행정에 치우친 경제정책 추진을 과감히 정리하고, 인적자원 및 연구개발 강화 등 산업체질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산업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할 때다.

 

긴 호흡으로 제주 개조 위한 청사진 제시해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 개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건국 이후 지금까지 앞만 보고 빨리 달리면서 압축 성장을 통해 농어업 국가에서 공업 국가로 변신하는 화려한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교육·의료·소프트웨어 같은 두뇌를 쓰는 고부가가치서비스 분야는 아직도 취약해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개발지상주의 시대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공약에 건축물, 도로, 교량이 많이 보이는 이유다.

 

미국의 델라웨어주는 기업 친화적 제도와 정책 운영을 통해 구글·애플·포드 같은 쟁쟁한 기업들의 본사 등록을 유도했다. 기업들은 이곳에 호적만 올려놓고 실제 사업은 다른 곳에서 한다. 그렇게 델라웨어에 몰려든 기업 100만개가 델라웨어 인구 92만명을 먹여 살린다.

 

 

철강 도시였던 피츠버그는 미국 철강 산업이 쇠퇴하자 지금은 의료 산업의 중심지로 변신했다. 피츠버그대 의료센터는 병원을 22개나 경영하며 6만200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역대 시장들이 피츠버그대학에 연구비를 집중 지원한 결과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규모 확대를 기반으로 한 성장정책에 컨벤션 사업과 고급 레스토랑, 쇼핑몰, 레저기능을 복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냈으며, 룩셈부르크는 금융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 1인당 소득이 10만 달러가 넘는 부자 국가가 됐다.

 

이제 우리도 제주 사회를 먹여 살릴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제주가 저성장경로에 진입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지배구조, 스펙트럼과 제도, 시장과 경쟁, 정치와 정책이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분석과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모든 경제 문제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때가 도래했다. 그렇지 못하면 제주는 경쟁력이 무너지며 녹슨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로젝트형 개발사업에 우선해 경제의 중장기적 활력을 높이는 거시정책에 대한 혜안과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저출산‧고령화의 심화, 한‧중 FTA 체결, 복지제도의 확충에 대한 대비와 교육·의료 등 두뇌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비전과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행정 시스템과 권력을 사유화하며 사익 편취하는 퇴행적 관료 지배구조의 개선은 가장 핵심적 과제다. 제주 사회에 전방위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여러 부정적 현상들의 밑바닥에는 이들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다. 개발지상주의 시대에는 관료집단이 제주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식산업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료 중심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내며 제주 발전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들은 실력보단 담합이나 연줄에 매달리며 공정경쟁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러한 일방적 폐쇄적 수직결합 지배구조는 장기적 비전보다는 단기적 목표에 매이게 함은 물론 경제 활력과 계층 간 이동성을 크게 제약하게 된다. 결국 계층 간 갈등의 심화와 역동적·창의적인 생태계를 고사시켜 제주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따라서 새 도정은 도민의 권리와 이익을 부정하는 추악한 패거리 집단의 완전 해체와 낙후된 사회시스템의 혁파에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

 

또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탐욕을 자제하는 시민의식의 함양도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하면 제주사회는 대재앙을 싣고 서로 마주 달려오는 폭주 열차와 다를 게 없다. 사회 전반적 개혁 없이는 ‘다 같이 못 사는 포괄적 하향화(race to the bottom)’의 난관을 뚫기 어려운 상황이다.

 

델라웨어는 큰 공장이 없어도 기업 본사를 유치하고 있고, 피츠버그는 도시의 주력 업종을 교체해 주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학습효과로 약발이 다한 무상공약에 미련을 버려야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안이 빠져 있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무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공약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무상버스' 공약이 나왔고, 전남지사 선거에서는 '100원 콜택시' '여객선 공영제' 공약이 나왔다. 전주시장 선거엔 ‘무료 콜버스’ 공약이 나왔고, 광주교육감 선거엔 초·중·고교생에게 대중교통비 현금지급 공약까지 등장했다. 구미시에선 초·중학교에까지 전면 무상급식 실시 공약이 나왔고, 대전·제주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상교복·무상교재 지급 공약이 나왔다.

 

 

공짜 공약 신드롬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무상급식’ 프레임으로 재미를 좀 본 뒤 새누리당이 뒤따라 가면서 한국 정치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공짜 공약은 주민 부담 가중은 물론 시간이 지나 다른 곳에서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치명적 유혹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어느덧 지방 부채 100조원 시대가 도래했고 지방자치 파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전 선거에서 영향력을 보였던 무상 공약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선 아직 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대표적인 무상 공약인 ‘무상버스 도입’을 들고 나온 김상곤 경기지사 예비후보의 지지율이 최근에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등 큰 선거를 세 번 거치면서 유권자들이 '무상 공약'에 대한 학습효과를 충분히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제 '무상 공약'은 정치적 수명을 다해 더 이상 선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제주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과 시민단체, 매니페스토 운동 재점화해야

 

지금과 같이 포퓰리즘 공약이 유권자와 선거를 포획해 제주 사회를 갈등과 혼란, 재정위기로 끌고 가는 퇴행적 관행을 반복하게 둬서는 안된다. 허구성 공약으로 공약이행률 전국 꼴등이란 수모를 받고 있는 지금의 제주를 보면 더욱 그렇다. 공약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다. 현실성 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결국 지키지 못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지금까지의 후보들의 공약들을 보면 대부분 단기적인 현안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집중돼 있다. 단기적 문제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특별자치도를 4년간 이끌 지사 후보들이라면 당선된 후 4년 간 변화시킬 제주 사회 위상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사의 공약은 도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민이 믿을 수 있도록 잘 설정하여야 한다. 일방적인 공약 제시가 아니라 도민의 참여를 통해 지역 사회의 관심과 몰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공동체 현실에 부합하는 실천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셋째, 후보가 공약을 내놓을 경우 그저 화려하고 솔깃한 사탕발림 청사진만 두루뭉술하게 공개할 게 아니라 자금조달 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 실천 방안이 담긴 견적서를 먼저 내놓도록 해야 한다. 그걸 토대로 언론, 학계, 사회단체 등 중립적인 전문․검증기구에서 공약 평가 및 이행 점검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언론 등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매니페스토 공약 운동’은 포퓰리즘 공약의 확산을 막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지금이라도 매니페스토 운동을 재점화하여 무지갯빛 날림공약을 차단해야 한다.

 

넷째, 명분 없는 공약 파기를 응징하는 유권자의 깨어있는 정신이 필요하다. 최근 날림 공약이 지방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지자체 파산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파산제도와 함께 도민들이 단체장의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있도록 주민소환제 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유권자의 자각에 제주의 미래가 걸려 있다

 

제주 지도자들의 공약 일탈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 있다. 포퓰리즘 공약이 흘러 넘친다. 함량 미달 패거리들의 유유상종 관행이 한몫을 하며 의기투합한 결과다. 그만큼 실효성과 예산이 검증된 공약보다는 표를 의식해 급조되거나 부풀려진 측면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도민을 호도하는 포퓰리즘 공약들은 일단 후보의 당선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환상에 빠졌던 제주 사회는 선거 이후 각종 불화와 갈등이 확산되면서 상당 기간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역 사회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제주 상황에 대한 낙관은 갈수록 줄어들며 지도자에 대한 기대 심리도 낮아지고 있다

 

제주 지도자들이 신뢰와 권위를 잃으며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다. 이제 정치 지도자는 약속을 뒤집는 상징적 존재가 돼버렸다. 법과 공약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키자고 약속한 일종의 공동 계약서이다. 그러나 이것이 잘 안 지켜질 경우 정의를 세워가기 위한 각종 사회제도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도민의 신뢰가 상실되면 제주 사회의 분쟁·갈등은 결코 풀 수가 없을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들에게 요구되는 윤리와 절제의 수준이 일반 시민과는 달리 매우 높다는 것을 깨닫고 자계(自戒)하고 또 자계하여야 한다. 이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제주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제주 사회 지도층에 대한 대대적인 경장(更張)이 추진되어야만 하는 이유다. 그 경장의 첫 출발은 6.4선거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제주 융성의 시대를 활짝 열어갈 수 있는 지도자를 찾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의 자각이 중요하다. 유권자인 도민이 철저한 검증을 통해 엉터리 후보와 가짜 공약을 가려내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제주 공동체에 제시할 미래비전과 공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의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비전이나 가치관을 묻지 않고 표를 주는 것은 신성한 주권과 미래의 포기나 다름없다. 전과기록, 체납실적, 세금납부 기록도 샅샅이 살펴보자. 일탈을 일삼는 엉터리 정치인들에게 당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지 말자.

 

“올해 38살인 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내 신장을 제공하겠다. 나는 더이상 잃을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 신장은 한 개만 있어도 살 수 있으니 38살 난 내 아들이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다면 다른 이에게 신장을 제공할 생각이다.”

 

사업에 실패한 아들을 취직시켜달라는 한 이탈리아 엄마의 인터뷰 기사 내용이다. 이러한 일이 제주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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