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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 (11)... 강함은 오만으로 통한다

 

4일 도지사·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6.4지방선거가 막이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후보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는 10명에 이른다.

 

이중 일부는 각 정당의 공천경쟁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는 3~4명 선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1995년 6.27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제주도지사 선거는 6번 치러졌다. 지난 2004년의 재선거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도지사 선거는 늘 치열하다. 선거일 전날까지도 누가 당선될 지 예측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한편의 드라마다.

 

지금까지 치러진 제주도지사 선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절대강자가 언제나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는 것이다.

 

강자의 굴욕. 그렇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강자 굴욕의 역사다. 강자굴욕은 곧 오만과 자만의 굴욕과 상통한다.

 

95년 6월 27일 치러진 1회 지방선거에는 제주도지사 후보로 4명이 출마했다. 민주자유당 우근민, 민주당 강보성, 무소속 신구범·신두완후보가 그들이다. 이 선거에서의 절대강자는 집권당인 민주자유당 우근민 후보였다.

 

선거 직전까지 관선지사를 역임했던 신구범 후보는 정권으로부터 불출마 압력을 받고 있었다. 권력의 지원을 받는 우근민 후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일부 언론의 지원도 받았다. 그러나 그 언론의 지원은 독이 됐다. 선거 당일 터진 사진조작 사건은 결정적이었다.

 

결국 최대 강자였던 우근민 후보는 낙마했다. 도민들은 권력의 핍박을 받은 신구범을 택한 것이다. 신구범 40.6%, 우근민 32.5%, 강보성 24.3%, 신두완 후보는 2.5%를 얻었다.

 

3년 후인 98년 6월 4일 2회 지방선거거 치러진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였다. 집권당인 국민회의의 힘이 막강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현임종 후보가, 국민회의에서는 우근민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신구범 후보는 우 후보와의 국민회의 경선에서 패배한 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 선거에서의 강자는 현직 지사인 신구범 후보였다. 그러나 그는 국민회의 후보경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쟁자인 우 후보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해 무너진다. 국민회의를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을 때는 이미 ‘경선불복’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동력을 상실한 뒤였다.

 

우근민 52.8%, 신구범 30.8%, 현임종 후보 16.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우근민 후보의 완승이었다.

 

2002년 6월 13일 세 번째 선거.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 우근민 후보,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신구범 후보를 내세웠다. 두 후보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접전을 벌였다.

 

당초 강자는 현직인 우근민 후보였다. 그러나 선거 등록 직전에 터진 우 후보의 집무실 성추행 파문으로 강자의 역전이 벌어진다.

 

그러나 결과는 우근민 후보의 승리였다. 상대방 후보의 집무실 성추행이라는 호재를 갖고도 신 후보는 참혹한 쓴 맛을 보아야 했다. 많은 사람들은 ‘역풍’이라고 했다.

 

우근민 후보 51.4%, 신구범 후보는45.4%를 얻었다. 간발의 차이였다.

 

우근민 후보는 그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2004년 지사직을 상실한다. 이에 따라 2004년 6월 5일 제주도지사 재선거가 치러졌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서는 진철훈 후보가,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김태환 후보가 출마했다.

 

이 선거에서의 강자는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였다. 보궐선거 2개월 전 치러진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전국을 휩쓸었다. 노무현 후보에 대한 탄핵의 역풍이 거세게 불었기 때문이었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 후보의 강세가 예상됐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60%를 넘었다. 너도나도 열린우리당 공천을 거머쥐기 위해 뛰어들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출신의 진철훈 후보가 공천티켓을 따냈다.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인 한나라당 김태환 후보의 승리였다. 김태환 56%, 진철훈 44%였다.

 

한나라당이 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자 지금까지 마지막이었다. 전신인 민자당, 현재의 새누리당을 통틀어 그렇다.

 

2006년 5월 31일 4회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이 한나라당 중앙당의 지원을 받으면서 절대강자로 등장했다. 현직인 김태환 지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진철훈 후보를 내세웠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한나라당의 굴욕이었다. 현명관 41.1%, 김태환 42.73%, 진철훈 16.15%로 1위와 2위의 차가 불과 1.6%에 불과했다.

2010년 6월2일 5회 지방선거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후보가 없었다. 민주당에서는 고희범 후보, 우근민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2명의 기묘한 대결이었다.

 

그 선거에서는 막판 등장한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가 최강자였다. 거칠 것이 없었다. 우근민 후보는 민주당에 입당했으나 성추행 전력 등이 문제가 돼 탈탕,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와의 격차가 10~20%나 벌어졌다. 그러나 선거 막판 현명관 후보측의 금품 제공 동영상 파문이 터졌다. 현 후보는 힘 없이 무너졌다.

 

현 후보는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한나라당은 새 후보를 내세우지 않고 현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절대강자였던 현 후보는 이번에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우근민 41.4%, 현명관 40.55%, 고희범 후보는 18.03%를 얻었다.

 

강자의 연이은 패배는 중앙 정치권의 자만에 원인이 있다. 도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아니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이런 중안정치권의 오만한 행동에 보기 좋게 일격을 가하곤 하는 것이다. 물론 후보들의 자만도 강자의 연이은 패배 원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강한 후보는 없다. 강한 것처럼 보일뿐이다. 착시일 뿐이다.

 

결국 도민을 진심으로 섬기는 겸손한 후보가 강한 후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의 강자는 누구일까? 아니 강자처럼 보이는 후보는 누구일까?

 

선거법 논란을 무릅쓰면서 읍.면.동사무소를 누비는 현직 우근민 지사?

 

3선 관록의 민주당 김우남 국회의원?

 

새정치신당으로 입당한 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두 번째 도전하는 민주당 고희범 예비후보?

 

현직 우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새누리당 김경택.김방훈.양원찬 예비후보?

 

절대강자는 없다. 그러나 도민들이 오만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는 있다.

 

그게 누구인지 도민들은 피부로 느낀다. 

 

※ 수류운재=수류심불경(水流心不競) 운재의구지(雲在意俱遲),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고 구름은 서둘지 않노니. 두보(杜甫)의 시 강정(江亭)에 나오는 시구에서 따온 말이다.<편집자 주>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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