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측 협상단이 제주도가 건의한 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한국 측 협상단에 시진핑 주석이 말했던 말을 제시하며 협상카드로 활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근민 지사는 8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한·중FTA 제9차 협상장인 중국 섬서성 서안 힐튼호텔에서 한국 측 협상단과의 간담회 결과를 브리핑 했다.

 

우근민 지사는 6일 한국 측 협상단과 약 1시간 동안 한·중FTA 제주현안사항을 절충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우태희 수석대표(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와 김영무(동아시아 FTA추진 기획단장), 조수정 과장, 김재준 팀장 등이 참석했다.

 

 

우 지사는 협상단에 “제주도는 1·3차(농업·관광) 양대 지주산업이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산업이다. 특히 1차 산업의 비중이 17.6%를 차지하고 전체 인구의 19% 이상이 종사하고 의존하는 지역이다.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FTA협상에서 2차 산업으로 얻을 혜택이 제한됐다”고 강조했다.

 

우 지사는 또 “농·수산물 수입이 개방될 경우 지역경제 및 농어업인에 대한 피해가 심각한 만큼 제주 농어업인의 시름이 크다”며 “협상과정에서 더 심혈을 기울여서 제주지역 농·수산물이 최대한 보호되면서 양허제외 품목으로 선정 협상하도록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범도민 FTA특별위원회와 도민들의 합의로 이뤄진 감귤을 포함한 지역특화작목인 농산물 8개 품목(감귤·무·마늘·양배추·감자·당근·브로콜리·양파)과 수산물 3개 품목(갈치·조기·광어) 등 11개 품목에 대해 초민감 품목 분류에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양허제외 품목으로 선정되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더불어 “중국의 동·식물 수입에 따른 유해병해충(구제역·지중해과실파리·황룡병 등) 관리 상태 확인 등에 따른 SPS(동식물검역규정)제도는 지역화가 아닌 국가단위로 제한해 현행과 같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중국어선의 IUU(불법조업) 문제도 근절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줄 것”도 건의했다.

 

우 지사는 특히 협상단에 “지금 제주시장에 농협제주지역본부장 출신을 임명했다. 한중FTA가 끝날 때까지 일을 시키고 있다. 또 김해용 국제관계대사가 여러분과 일을 했던 사람이어서 외교부에 부탁해 데려왔다. FTA를 대비한 것”이라며 “인사를 하고 왔는데 농업 담당국장이 연령이 다 찼는데도 좀 더 근무해 달라고 하는 부탁을 하고 왔다. 단순하게 여기 온 것이 아니다”고 절실하게 말했다.

 

우 지사는 더욱이 협상단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 얘기를 꺼내며 협상카드로 활용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부주석으로 있을 때인 2009년 12월에 한국 방문해서 한·중FTA와 관련한 얘기를 할 때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라는 얘기를 했다. ‘양쪽에 같은 것을 하고, 다른 것은 다른 상태에 놓고 좀 더 보자’라는 뜻이다. ‘한꺼번에 하려고 애쓰지 말고 동의하는 것은 좋고, 동의 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결론을 지을지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말자’라는 것”이라며 “중국 측과 맞지 않으면 계속 우겨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우리 측 협상단 우태희 수석대표는 “가능한 제주도가 건의한 현안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중 FTA협상하는 과정에 도지사가 직접 FTA 협상장을 방문해 지역현안사항을 건의하고 협의하는 자리를 갖게 된 것은 전국 지자체 중에서 제주도지사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협상단에 힘을 실어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면담을 통해 제주도가 건의한 우려사항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됐다”며 “우 지사가 제기한 내용들을 협상에 적극 반영 하겠다. 제주도지사가 협상장을 방문해 현안을 호소한 사실을 중국 측에 전달해 협상에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상단은 SPS 지역화가 아닌 국가단위 제한에 대해서는 다소 난감한 입장을 전했다.

 

협상단은 우 지사에게 “WTO에 지역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뉴질랜드와 중국과의 FTA 수준으로 할 경우에는 한국 측 입장이 난처해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협상단이 말을 아끼고 긴장돼 있는 것 같았다. 중국과 협상을 하는데 양보를 이끌어 내거나 이런 게 상당히 힘이 드는 뉘앙스를 풍겼다. 미국과 협상할 때보다 상당히 어렵다 하는 얘기를 우리에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결과는 우리가 장담할 수 없지만 대표단을 만나 제주도 농업의 어려움을 구구절절 전달했다”며 “감귤은 제주도의 생명산업이라고 말한다. 제주도는 0.2% 쌀 외에는 감귤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식탁의 채소의 85%를 제주도가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제주도를 자그만하다는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 8일 실시된 올해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FTA협상에 대응하기 위한 FTA총괄대응팀을 설치했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