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 흐림동두천 16.7℃
  • 흐림강릉 25.9℃
  • 서울 17.7℃
  • 구름많음대전 25.0℃
  • 구름많음대구 24.3℃
  • 구름많음울산 21.8℃
  • 흐림광주 22.5℃
  • 구름많음부산 21.0℃
  • 흐림고창 22.2℃
  • 흐림제주 23.9℃
  • 흐림강화 15.8℃
  • 흐림보은 23.6℃
  • 구름많음금산 23.8℃
  • 흐림강진군 20.7℃
  • 흐림경주시 23.2℃
  • 구름많음거제 20.7℃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조한필의 세상훑기(23) ··· 부적절한 아버지 덕을 보지 않았다?

  1987년 6월항쟁에 밀려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담긴 6ㆍ29선언을 내놨다. 그 과정에 전두환 대통령의 28세 장남, 전재국씨가 관여했다. 전 대통령과 노태우 민정당 대표와의 비밀회동에 참여하는 등 막바지 조율작업에 참여했다. 미국 대학 박사과정에 다니다 귀국한 때였다. 재국씨는 미국에 있을 때 4ㆍ13 호헌(護憲)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내기도 했다.(‘청와대비서실’ 3권, 1994)

 

 재국씨의 ‘정치 참여’는 1980년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대통령 취임식(9월 1일) 한 달 후인 10월 1일, 조선일보에 ‘한없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란 제목의 그의 글이 실렸다. 당시 대학 2학년인 대통령 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국지 오피니언란에 대문짝막한 글을 냈는지 궁금하다. 내용은 이렇다.

 

  80년 ‘서울의 봄’. 아버지를 향한 욕설, 화형식이 난무하는 대학가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아버지는 비장한 결심으로 12ㆍ12(79년 쿠데타)를 감행했다. 그것을 지켜 보면서 어머니와 우리 네 남매는 아버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님을 조국의 부름 앞에 바치기로” 했다. 그는 “이젠 대통령이 된 아버지가 사심없이 국가를 위하여 봉사하시고 집으로 돌아오시실 바란다. 이제는 정말, 다른 차원에서 내 어버님에 대한 진정한 비판의 소리를, 또 진정한 충고의 소리를 내 학우들을 통해 들었으면 한다”라며 글을 마쳤다.

 

 20세 초반 나이에 쓴 글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고 싶진 않다. 아버지에 대한 비난 때문에 번민도 했지만 아버지도 구국의 일념으로 결행한 일이니 지켜보겠다는 내용이다. 대학생으로서 국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은 역력하다.

 

 

 이런 재국씨가 해외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만들어, 거액의 탈세를 하고 아버지 비자금 은닉에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출판사 시공사 사무실에선 10억원대의 겸재 정선 그림 등 출처 불명의 고가 그림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온 후 대통령의 아들 재국씨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조용한’ 삶을 사는 것으로 알았는데 의외였다. 학우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않고 신문에 부친을 옹호하는 글을 쓴 그였다. 85년 대학가를 옥죄려는 ‘학원안정법’ 시도를 무산시키는 데도 한몫했다는 그다. 재국씨는 나름대로 소신있는 시국관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데 34년 전 아버지의 엄숙한 구국의 결단(12ㆍ12쿠데타)을 숙연하게 바라봤던 재국씨 형제는 모두 아버지가 모은 불법 ‘통치자금’을 은닉했거나 증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국씨는 최근 가족회의에서 미납 추징금 1600억원을 십시일반해 납부하자는 의견에 반대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부적절한 아버지 덕을 보지 않았다는 뜻일까. 스스로 모은 재산이기 때문에 아버지 추징금으로 낼 수 없다는 것일까.

 

 대학을 졸업한 그가 1983년 미 펜실베이니아대로 유학 간 후 ‘예비역 사관(석사장교)’ 병역특례법이 발표됐다. 학문 연구의 연속성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석사 학위자에게 6개월 훈련 후 소위 전역하는 특혜를 줬다. 대학가에선 대통령 아들을 위한 조치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초등학교 5학년인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입학’이 발표된 것과 비슷하다. 필자도 그 덕에 재수좋게 ‘명문중’에 입학했다. 대통령 덕을 보건지, 대통령의 아들 덕을 보건지. 여하튼 찝찝하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