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홀로 아리랑 동업 하려다 의만 상하겠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카페를 열기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기에 적힌 날짜도 내 기억과 엇비슷했다. 아버지는 마냥 쉴 수만은 없다며 여기저기 가게를 알아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메일로 내게, ‘아들만 없다면 난 더 쉬어도 되는데...’ 라며 잠시 나를 우울하게 했다. 옹종해져 답했다. ‘이 아들, 돌아갈까요?’ 아버지는 계산을 해본 게다. 따져본 게다. ‘그냥 거기 있거라. 여기 와도 그 돈은 써얄 테니까. 남들 다 해주는 것, 안 해 줄 수도 없고.’ ▲ 커피로 그린 그림, 좋을 호(好). 그림=오동명 사교육비, 그러니까 과외비를 염려한 게 분명하다. 이런 뒤 서울의 아파트를 팔고 훌쩍, 정말 뜬금없이, 유일한 가족인 나와 상의 한 번 없이 제주도로 이사했다. 팔고 이사 간 후 서울의 아파트 값은 훌쩍 뛰기 시작했다. 더 올랐다는 제주도에선 집이나 땅을 사지 않고 세 들어 사니... 아버지는 돈과도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는, 아버지를 이렇게 말하면 불효자식에 호로자식이란 말을 들을 테지만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으니,
1. 봉숭아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 우선 나를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직선거리로 서울에서 400km로 떨어진 제주도 제주공항에서도 30여 km 남쪽으로 한라산 동쪽언덕 오름들을 지나 물영아리오름 근처에 있는 <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카페 이름 같지 않은, 카페 이름으론 좀 긴 듯한 자그마한 라이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올해 21살의 휴학생이 바로 나다. 정식 휴학계를 내놓고 쉬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입대를 앞두고 공부를 쉬고 있으니 휴학생이다. 대학에 적을 둔 대학생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학원엘 다니는 재수생도 아니다. 정체성 상실의 그냥 쉬는 학생이다. 좋게 말하면 발전성숙 과도기적 청년이랄까. 라이브 카페라고 하지만, 서울 한강변 미사리나 경춘가도, 또는 부산 달맞이고개, 또는 제주시 탑동이나 용두암 도로변의 그런 라이브 카페와는 수준이 전혀 다르다. 노래 잘 부르는 과거의 70·80 유명 가수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마이크도 갖춰놓지 않고 홀 한 모퉁이에 단지 기타와 드럼만 휑하니 놓여 있는 평범한 시골다방 같은 곳이다. 이래서 미사리의 카페처럼 문밖에 가수이름을 자기 얼굴보다도 더 크
‘기획 연재물 콘텐츠의 강자’ 제이누리가 이제 웹픽션(Web Fiction)으로 여러분에게 다가섭니다. 오동명 작가가 집필하는 신개념 수필 소설 <라이브 카페-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입니다. 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제주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상상과 즐거움을 풀어냅니다. 일상의 여유 속에 돌연 다가온 재발견의 세상, 노래에 얽힌 사연이 이야기로 풀립니다. 창간 7개월을 맞는 6월4일부터 매주 한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은 애독바랍니다. / 편집자 주 <작가소개> ▲ 오동명 작가 ☞오동명은?=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등을 냈다. 3년여 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