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밤늦게 글을 쓴다. 이 작품은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제작되었던 작품으로 미발표작이다. 아내가 임신하고 나서 서울 장모님집에 있을때 2층에 있는 빈방을 작업실로 쓰면서 수묵으로 제작했던 소품 25점 가량의 군상(群像) 시리즈 중 하나다. 가로 세로로 얽히고 설키게 표현된 군상들 가운데 작품 우측 아래 약간 진하게 표현된 형상이 곧 나의 모습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는 그림이다. 이 많은 가운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 화두처럼 끈임없는 질문을 던지던 시절... 방황의 시절, 술과 자학의 시절, 객기와 방탕의 시절, 때늦은 결혼을 하고 막막한 현실에서도 희망의 꿈을 꾸던 시절. 그 또한 젊음이었으리라. 지나보니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의 나는 준비되지 않은 아빠이자 남편이자 자식이었다. 그리고 자아의 교만과 아집, 객기와 방탕을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줄도 모르면서 한편으로는 고고한 도(道)를 좇는 어리석고 어두운 무명(無明)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또한 폭음으로 자학을 일삼고 그것이 어둠이 되어 향후 가족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되어, 잘못된 인과와 과보가
▲ 공즉시색색즉시공/ 162.2×130.3㎝/ 장지에 채색 아크릴/ 2008 봄이다. 이번 소개할 작품은 2008년 9월19일부터 9월28일까지 홍대 근처에 있었던 지금은 교수가 된 후배가 운영했던 대안공간인 ‘갤러리꽃’이라는 곳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전시는 한동안 못했지만 지금도 활동중인 ‘정글’이라는 이름의 아티스트그룹 창립전시 출품작이기도 하다. 지금은 엄마보다 더 훌쩍 커버린 우리 애들이 오래전 3살, 5살이었을 때 서울에 있는 용산 가족공원에 봄 나들이 갔을 때의 추억이 있는 그림이다. 개나리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는 봄날을 만끽하려 가족과 함께 간 용산가족공원에서 봄꽃 하나를 꺽어 식물채집하듯 스케치북 안에 스크랩한 것이 소재가 됐다. 그 화사했던 꽃은 내 스케치북 안에서 속절없는 시간이 지나 마르고 바스러져 그 영광스러운 봄날, 봄기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 처연한 모습으로 말라 비틀어져 접혀 있는 모습으로 남아 어느날 어느순간 내게 오히려 강렬하게 다가와 그 순간 내 그림의 모티브가 되준 것이다. 그림의 배경에는 추사 김정희가 쓴 반야심경을 임서해 놓았고
▲ nowhere2022-1/ 켄트지에 연필/ 65㎝× 48㎝/ 2022 이번 소개할 그림은 현재 전시중인 작품 3점이다. 2월에 전화로 전시기획을 알려온 후배의 추천과 참여 권유로 시작됐다. 이 전시는 ‘제주가치전’이라는 전시명처럼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 모임인 시민정치연대모임 제주가치의 주관으로, 그리고 여러 예술인들의 제안과 협력으로 기획되어 43인의 예술가들이 모여 그룹전 형식으로 열리고 있다. 공연과 답사기행을 포함한다. 현재 아트스페이스씨, 포지션민 갤러리에서 이달 15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많은 분들이 관람하면 좋겠다. 이 기획전시의 취지와 목적은 현재 제주의 현실을 과잉관광과 난개발에 따른 자연환경의 파괴, 도민의 일상적 삶이 개발의 과잉과 갈등으로 지역공동체 붕괴라고 보고 새로운 성찰과 대전환이 필요할 때임을 알리는데 있다. 그리고 제주가 지닌 천혜의 환경인 자원과 그 가치를 지키고 더 나은 제주를 만들어가자는 제안을 담은 전시이기도 하다. 제주의 주요 가치인 바다의 조간대, 산야의 곶자왈.오름 등을 주요테마로 전시한다. 이런 제안으로 만들어지고 그려진 나의 이그림은 제주 해산물
▲ 태동/ 162㎝ x 130㎝/ 화선지에 수묵채색/ 2003 운명처럼 귀하고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다. 사랑하는 아내를 그린 그림이다. 지금은 없어진 홍대 동양화과 출신으로 이루어진 ‘묵의형상회’라는 그룹에서 활동할 당시 2003년 묵의형상회 정기전(백악미술관)에 출품했다. 2001년 조금은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1년이 지나 아내가 임신을 했다. 당시 경기도 일산에서 신혼살림을 하던 10평도 안되는 원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한 편이었고, 적지않은 나이에 임신을 한 상태라 불안했다. 친정의 보호도 필요할 거 같아 서울 수유리에 있던 장모님 댁에서 잠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지금도 그렇지만 타고난 체질상 몸이 약한 편이다. 결혼 전 연애시절 날때부터 몸이 약하게 태어난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식을 낳는걸 기대는 안했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임신을 하게 되어 사랑과 결혼, 임신과 출산이라는 축복의 날들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부양의 책임도 지게되어 당연히 잘 살아야겠다는 의욕도 앞서던 시절이었다. 당시 장모님댁은 2층 단독
▲ 바로 지금 여기 이순간/ 70㎝ x 67.5㎝/ 화선지에 수묵채색/ 2021 2021년 7월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에 제작된 작품이다. 미발표작이다. 잿빛 도시를 떠나 그리운 고향에 돌아와 푸른 하늘과 땅 바다를 마주하고 마냥 희망과 행복에 들떠 있었다. 어머니가 부재한 아쉬움과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소중하고 가까운 고향 친구들이 주변에 있어 든든했고, 삶에 치여 소식을 전하지 못해 끊어진 인연들이 다시 이어지고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나를 잊지않고 기억해주는 관심과 사랑에 감사했다. 새로운 시절,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그러한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주어진 모든 것이 감사하게 다가왔다. 그만큼 이전의 삶보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더욱 노력하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의 각성이 일었고 4년여 간의 빛에 대한 상념과 명상을 지속해 오면서 내면과 육체의 치유와 변화의 과정을 통해 고양되고 발전된 에너지를 느끼곤 했다. 그러한 마음 가운데 불현듯 생각이 일어 제작된 그림이다.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사유와 명상을 하는 자아의 모습, 인간의 모습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그림에 담아 보았다. 저멀리 희망의 무지개를 넣고….
이번 그림은 2020년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아트페스타제주2020 다섯번째 기획으로 산지천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이다. 본격적으로 제주생활이 시작되면서 입도후 제주도에서의 첫 전시여서 나에게는 뜻깊은 그림이었다. 고향에서의 첫 전시는 여러모로 설레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과거 제주일고 미술부 후배가 나보다 먼저 고향에 돌아와 4년동안 기획해왔던 전시였다. 다섯번째는 다른 감독이 이어맡아 진행하였지만 첫 기획부터 4년동안 이 전시를 기획하고 끌고온 감독이 내 후배였음을 알고 다소 놀랐다.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지만 열심히 잘 살아온 것 같아 참 자랑스러웠다. 그 후배 또한 제주고향에 늦은 나이에 입도한 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리라. 그러한 과정에서 전시기획을 할 정도로 인정받고 지금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은 참 고맙고 더불어 함께 할 수 있음에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설레이는 첫 전시는 이런저런 사연을 뒤로한채 그렇게 시작되었다. 행사명인 아트페스타는 동단위의 행사를 시(市) 단위로 전환하여 새롭게 만든 예술행사로 규모가 커졌던거 같다. 당시 기획안 내용을 보면 '아트페스타를 통해 제주 미술의 위상을 정립하고 예술가의 창작 활동에
▲ Cycle-시간의흔적/ 79㎝×54.5㎝/ 켄트지에 한지꼴라쥬/ 2021 미발표작이다. 지난번 소개한 그림과 아울러 치과의사인 친구의 집에 걸려 있다. 원래 내 작업의 컨셉중 하나인 한지꼴라쥬를 이용한 작품으로 현재도 지속되는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그림이다. 그림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사이클, 자연의 순환, 시간의 흔적 등을 내용으로 그린 그림이다. 지난회 소개된 그림이 친구 부부의 기호를 고려해 제작된 그림이라면, 이 그림은 원래의 내 생각이 반영된 순수한 나의 작업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음양오행의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계절의 순환, 생성과 소멸, 그에 따른 균형과 조화.질서를 자연인 꽃을 소재로 구체적 형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꽃 전체를 그려서 부분 부분 무작위로 찢거나 오리거나 꽃의 구성요소들을 해체해 농담과 선적요소로 표현한 것들을 무작위로 배열, 배치해 놓고 자연스럽게 포치하고 조직화 결합시키면서 외견상의 무질서를 질서로의 변화로 유도하고 새로운 상상의 형상으로 재해석되게 한 그림이다. 우리의 관습화되고 고착화된 시각을 해체하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 1장에 나오는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 생명의기운/ 54.5㎝×39.5㎝/ 켄트지에 아크릴과 수채/ 2021 이번 소개할 그림은 미발표작이다. 어느날 치과의사인 친구가 살던 집을 리모델링한다며 그 친구의 부탁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때마침 경제적으로 힘이 부칠 때여서 곧바로 두 점을 제작해 넘겼다. 그 대가로 그림값을 받았다. 다행히 작은 물질적 고비를 친구 덕분에 감사히 넘기게 됐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말도 그렇고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그렇고 아무리 힘들어도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궁극지변통!!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화는 새로운 국면, 새로운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화위복라는 것도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것처럼, 영원한 행복 영원한 불행이 없음을 뜻하며, 고진감래 역시 마찬가지 의미의 단어다. 결국 태극의 음양처럼 다하면 쇠하고 쇠하면 흥하는 것이, 태극의 순환 음양의 순환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듯이.... 그런 의미로서 친구의 그림 제안은 앞으로 더욱 작업을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나에겐 향후 왕성한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마중물 같은 고마운 계기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주문제작이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삼다도(三多島)는 그림도(圖)'라는 주제로 샛보름미술시장에 출품한 소품 4점 중 하나다. 2021년 10월 도립미술관에 전시됐던 그림이다. 모든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임을, 그리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세월이 지날 수록 절로 확인되고, 확연해짐은 왜일까? 사실 이 그림에는 섬이 없었다. 원래 제작 의도는 미니멀하게 단순한 면의 붓질과 사의적이고 간결한 선으로 물결만 표현해 명상적이고 평상심 상태의 마음의 평화를 담아보려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림을 마무리하다가 실수로 커피를 흘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한방울의 커피 흔적이 섬으로 뒤바뀌고, 없던 섬이 예기치 않게 생겨나 바다에 섬이 떠있는 풍경이 돼버렸다.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실수로 벌어진 오점이 섬으로 바뀌고,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있는 그 섬이 나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바라보게 되는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인연이 돼 지금 이 순간 민감한 화선지와 예리한 붓이 만난다. 습윤한 붓질 가운데 밝은 비백이 드러난다. 적당한 속도의 붓질 가운데 붓의 결이 드러나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이 드러난다.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하늘과 바다가 만난다. 우연
▲ 하늘빛 바다빛/ 39.5㎝×27㎝/ 켄트지에수묵담채/ 2021 동양의 음양사상에서 음양은 둘이면서도 하나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중음 음중양은 밝은 가운데 어둠이 있고 어둠 가운데 밝음이 있음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를 우리 삶에 빗대어 보면 행복과 불행이라는 그 속성 또한 다르지 않다. 일상의 행복은 자신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부재나 결핍을 알고 나서야 뒤늦게 모든 것이 소중하고 귀함을 알게 된다. 주어진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 살아 있을때만이 그 의미와 가치를 향유하고 누릴수 있음을 ... 그로인해 모든 것에 감사함이 절로 일어남을 ... 그러고 나서도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망각의 시간 속에서 인간은 그 소중하고 귀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기대와 욕심, 집착으로 불행을 자초하고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가진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야만과 고집, 욕심, 집착, 번뇌, 걱정, 불안, 두려움에 휩쓸리는 것 또한 인간의 보통 삶이다. 그리고 그 어리석은 시행착오를 통해 각성하고 반성하고 뉘우치고를 반복하며 한걸음 한걸음 마음을 일으켜 성숙해 가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 마음이
▲ 자연-숨/ 54.5㎝×39.5㎝/ 켄트지에수묵담채/ 2021 지난 9~10월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삼다도(三多島)는 그림도(圖)'라는 주제로 섬아트문화연구소가 주관한 샛보름미술시장에 출품한 소품 4점 중 하나인 그림이다. 고향으로 돌아와 늘 보는 바다를 화가인 나로서는 당연히 그리고 싶었다. 입도 후 처음 그린 그림들이 제주바다였음은 나에게는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표현 소재로 제주자연인 바다와 파도, 갯바위, 더불어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하늘을 틈나는대로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많아진 것도 서울살이 때와는 많이 다른 점이다. 우울감 속에 먼지 가득한 잿빛 하늘을 멍하니 바라볼 때와 다르게 시시각각 명료하게 물감잔치를 하듯이 펼쳐지는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제주 하늘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행복감에 젖을 수 있음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늘 보는 바다도 그렇고 파도도 그렇다. 나에게는 가슴떨리고 설레게하는 제주자연의 모습들이다. 그런 고마운 자연을 남들과는 다른 시각과 표현으로 그려보고자 짧은 기간이지만 많
▲ 바람부는제주/ 69.5㎝×33.5.㎝/ 한지에수묵/ 2021 지난 9월과 10월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삼다도(三多島)는 그림도(圖)'라는 주제로 열린 섬아트문화연구소 주관 샛보름미술시장에 출품한 작품이다. 소품 4점 중 메인이 되는 그림이다. 사실 과거 고향인 제주에서의 내 삶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다. 미대를 가기위해 제주를 떠나 청년기로부터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오기 전까지 나는 제주가 고향이면서도 지금까지 고향 제주의 자연풍광을 그린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가슴 한켠에 그런 아쉬움과 회한이 늘 있었다. 이제야 과거의 기억속과는 많이 다르게 변한 고향에 돌아와 제주 천혜의 자연을 소재로 작품을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 고향의 풍경인 제주의 땅과 하늘, 바다 ,자연을 표현하고 싶어 항상 어디 나갈 때마다 핸드폰카메라로 심심찮게 눌러대곤 한다. 소개된 이 그림의 풍경과 소재는 어느 흐리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종려나무들로 기억된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 해서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 거친 바람을 맞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