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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유통공사·도민투자공사 원안 흔들 ... 상시배출 시범운영도 무산

 

위성곤 제주지사의 공약들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사안들이지만 잇따라 암초를 만나 좌초되는 상황이다. 취임 두달여만이다.

 

후보 시절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던 제주농수산물유통공사 설립은 사실상 원안 추진이 어려워졌고, 제주도민투자공사 역시 '공사' 설립 대신 다른 형태의 기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폐지하고 상시배출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생활밀착형 공약도 시범운영 단계에서 멈춰섰다. 공유주차 정책 역시 취임 첫 추가경정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등 제동이 걸렸다.

 

◆ 핵심 공약이었는데 ...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실상 철회=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제주농수산물유통공사 설립이다.

 

위 지사는 제주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뒤 제주지역 농어민의 소득 안정을 위해 '제주농수산물유통공사'를 설립하고 판매와 유통 등을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농수축산물의 생산·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농어민의 가격 결정력을 높여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선 이후 구성된 제40대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도 한때 '핵심 공약'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취임 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인수위가 지난 6월 30일 확정한 민선 9기 100대 정책과제에서 '제주농수산물유통공사 설립'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78번 정책과제로 '제주 농산물 유통 통합관리 체계 구축 및 역량 강화'가 담겼다.

 

 

위 지사는 지난 7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농수산물유통공사 설립과 관련해 선거가 끝난 뒤 공기업 설립 방안을 고민했지만 지방정부의 공기업 설립을 가급적 허용하지 않는 것이 정부 방침이어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이 아닌 다른 형태로 추진하고 앞으로 1년간 연구와 의견수렴을 거쳐 정책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후보 시절 약속했던 '공사 설립'이라는 원안은 사실상 추진을 포기한 셈이다.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 당시 단순히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라 '농수산물유통공사 설립'이라는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방공기업 설립 가능성과 정부 정책, 재정 부담 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 '도민투자공사'도 100대 과제서 빠졌다=제주도민투자공사 설립 공약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위 지사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도민이 미래산업 투자에 참여하고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제주도민투자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재생에너지와 미래산업 등에 대한 투자에서 발생한 이익이 외부 자본에만 돌아가는 구조에서 벗어나 도민이 직접 투자하고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원안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6월 30일 인수위가 확정한 민선 9기 100대 정책과제에는 '제주도민투자공사 설립'이 빠졌다. 대신 95번 정책과제로 '투자진흥기구 설립'이 제시됐다.

 

인수위가 공약 이행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심의와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임기 내 새로운 지방공기업 설립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도민투자공사 모두 선거 당시에는 '공사 설립'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됐지만 취임을 전후해 나란히 방향이 바뀐 것이다.

 

특히 지방공기업 설립에는 타당성 검토와 행정안전부 심의, 재정 부담 등 여러 절차와 제약이 뒤따른다. 선거 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라면 왜 '공사 설립'을 전면에 내세웠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 요일별 배출제 없앤다더니 ... 상시배출 시범운영마저 무산=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개선 공약도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위 지사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폐지하고 상시 분리배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선 이후 확정된 100대 정책과제에도 '재활용품 배출체계 혁신적 개편과 고도화 개선'이 포함됐다.

 

그러나 취임 이후 제주도는 요일별 배출제를 곧바로 전면 폐지하기보다 일부 지역에서 상시배출제를 시범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선거 당시 '요일별 배출제 폐지'에서 '일부 지역 시범운영 후 검토'로 방향이 달라진 것이다.

 

이후 시범지역을 찾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제주시 동 지역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나오지 않는 등 현장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지난 11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에서 제주도는 상시배출제 시범운영 계획을 접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임홍철 제주도 산림자원국장은 이날 양 행정시와 논의하고 내부 검토한 결과 상시배출제 시범운영을 하지 않고 지역 설문과 연구용역을 통해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당시 '요일별 배출제 폐지와 상시배출'을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 '시범운영'으로 한발 물러났고, 그 시범운영마저 무산된 것이다.

 

◆ 공유주차도 첫 추경부터 제동 ... 용역비 1억7500만원 전액 삭감=공유주차 정책은 위성곤 도정 출범 첫 달부터 제주도의회 문턱에 걸렸다.

 

위 지사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도심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주민밀착형 정책 가운데 하나로 공유주차 확대를 제시했다.

 

제주도는 위 지사 취임 이후 첫 추가경정예산안에 '노상주차장 AI 공유주차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예산 1억75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용역비가 전액 삭감됐다.

 

도의회에서는 제도 변경에 따른 효과와 기존 주차정책과의 연계성 등에 대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유주차 공약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어서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해 편성한 첫 용역 예산부터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취임 두 달 만에 하나둘 변경 ... 문제는 ‘실패’보다 준비됐느냐=위성곤 도정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4년 동안 추진할 공약의 성공과 실패를 지금 판정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도민투자공사가 다른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고 재활용품 배출제 역시 용역 결과에 따라 새로운 개선 방안이 나올 수 있다. 공유주차 정책도 관련 예산을 다시 확보해 추진할 여지가 남아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도민투자공사는 선거 당시 ‘공사 설립’이라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놨지만 당선 이후 현실적인 제약을 이유로 방향이 바뀌었다. 요일별 배출제 개선은 ‘폐지’에서 ‘시범운영’으로 후퇴했다가 그마저 무산됐고, 공유주차 정책은 용역 단계부터 의회의 제동을 받았다. 

 

새로이 출범한 '위성곤 제주호'가 임기 초반부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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