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7·8월 두달 연속 금리인상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가운데 가파른 경제성장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한은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주식에 투자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 가계부채는 6월말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수도권 집값 오름세도 여전하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로 시장에 강한 시그널(신호)을 줬다”며 “기준금리가 3%로 가면서 모든 주체가 그 여파를 점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과 수출 호조로 경기가 급반등하고 장기화한 중동전쟁 여파로 물가가 불안해지자 지난 7월 금리인상을 재개했다. 이어 탄탄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두달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과거 세차례밖에 없었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2007년 7~8월(2회)에는 과도한 대출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 때문에, 2021년 11월~2022년 1월(2회)과 2022년 4월~2023년 1월(7회)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원금이 풀리며 나타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기준금리는 연내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가 공개한 6개월 후 금리 전망인 점도표를 보면 한차례 추가 인상을 의미하는 연 3.25%에 가장 많은 점이 몰렸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0.7%포인트 높은 3.3%로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역성장했던 2020년(-0.7%)과 비교하는 기저효과로 4.7%를 기록한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2.9%로 높였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7%, 2.3%를 유지했다. 이태 연속 한은 목표 수준(2.0%)을 웃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한은 전망대로 나타나면 2023년(3.6%) 이후 3년 만의 최고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시하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4%에서 2.5%로 높였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3.50∼3.75%)의 정책금리 차이는 1.0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축소됐다. 2022년 11월 0.75%포인트에서 12월 1.25%포인트로 확대한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소치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우리 돈, 원화 가치가 높아지며 원·달러 환율과 수입물가 안정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6월 초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7월 초부터 하락해 1370원대로 내려갔다.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글로벌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올랐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각각 연 3.81%, 4.27% 수준이다. 가계의 대출 이자와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이 커지게 됐다. 취약계층 지원을 통한 가계부채 연착륙이 중요해졌다.
가계대출의 56%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관련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연간 59만2000원, 전체 이자 상환액은 3조7000억원 늘어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피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빚투’한 경우 주가 하락과 금리 상승의 두 가지 악재에 대응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확장 재정과 한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간 엇박자가 우려된다. 한은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결단했다. 이와 달리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10% 넘게 많은 약 800조원 규모로 편성할 태세다. 본예산과 별도로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로 조성하는 150조원 정도의 미래대응기금을 더하면 내년 지출 재원은 1000조원에 육박한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는데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 재정을 풀면 정책이 서로 충돌한다. 상충하는 정책 조합은 효과를 반감시키고 시장 혼란을 키운다. 반도체 초호황이 마냥 이어질 리 없다. 일시적 초과 세수를 정권의 재량적 사업이나 단발성 지출에 허비해선 곤란하다. 중복·유사 사업을 걸러내고 선심성 예산을 걷어내야 마땅하다.
이번 성장률 상향 조정을 경기낙관론으로 인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K자형 양극화와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성장세가 내수와 고용으로 고루 퍼지도록 하고, 한은은 물가 및 부채 동향을 주시하며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 [본사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