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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허위종결 사이 핵심 영상 118대분 삭제 ... 제주도, 보존기간 두 배 확대 추진

 

제주에서 발생한 장기 실종자 30대 여성 장모씨 사건을 계기로 폐쇄회로(CC)TV 영상 보존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찰이 장씨의 최초 실종신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사건을 허위로 종결하면서 정상적인 수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뒤늦게 수사가 시작됐을 때는 마지막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CCTV 영상마저 대부분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재발 방지를 위해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연간 80억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단순히 저장기간만 늘리는 것이 최선의 대책인지를 두고도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도는 현재 30일 수준인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을 60일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논의의 출발점은 장씨 실종사건이다.

 

장씨는 지난 5월 실종 신고됐지만 사건을 담당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거짓말한 뒤 사건을 자체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 경장은 경찰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도 장씨 관련 자료를 허위로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에 대한 실종신고가 다시 접수된 것은 지난 7월19일이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5월15일로부터 두 달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이 뒤늦게 장씨의 행적 추적에 나섰지만 이미 상당수 CCTV 영상은 사라진 뒤였다.

 

경찰이 확인한 장씨 관련 공공 CCTV 118대의 5월12일부터 20일까지 영상은 30일의 보존기간이 지나 모두 자동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장씨가 숙소를 나선 이후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누구와 접촉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핵심 자료가 사라진 셈이다.

 

장씨는 결국 실종 104일 만인 지난달 24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장기 실종사건에서 'CCTV 30일 보존'이 충분한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졌다.

 

통상 실종신고 직후 정상적으로 수사가 시작되면 보존기간 안에 필요한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장씨 사건처럼 최초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거나 뒤늦게 실종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이미 영상이 삭제될 가능성이 있다.

 

실종자의 이동 동선을 따라 CCTV 영상을 순차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실종수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수색이 장기화될수록 30일이라는 보존기간이 수사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달 27일 경찰과 해경, 소방, 자치경찰 등이 참여한 '안전한 제주 대책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회의'에서 CCTV 영상 보존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제주도 CCTV 통합관제센터에 연계된 CCTV는 1만9000여대에 달한다. 보존기간이 60일로 늘어나면 신고가 지연되거나 실종이 장기화하는 경우 기존보다 한 달 더 과거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2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454회 제1차 정례회 의회운영위원회에서도 CCTV 영상 보존기간 확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는 CCTV 영상을 기존보다 30일 더 보관하기 위해 저장 서버 용량 등을 확대할 경우 연간 약 80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위성곤 제주지사 역시 지난달 27일 안전대책을 발표하면서 CCTV 보존기간을 30일가량 추가하는 데 8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모든 CCTV 영상을 일률적으로 60일 이상 보관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실종·범죄 취약지역이나 주요 도로, 항·포구 등 이동 경로 추적에 중요한 지점의 CCTV부터 우선적으로 보존기간을 늘리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지역의 CCTV 영상이 자동 삭제되지 않도록 즉시 별도 보존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평상시 모든 영상을 장기간 저장하는 대신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예상 이동 경로 주변 CCTV 영상을 신속하게 확보해 별도로 보관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넘어야 할 문턱이다.

 

CCTV에는 특정 사건 관계자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 시민의 얼굴과 차량, 이동 경로와 일상생활이 기록된다. 보존기간을 30일에서 60일로 늘리면 개인정보가 저장되는 기간 역시 길어진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CCTV 영상 보존기간을 일률적으로 30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정보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처리·보관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만큼 대규모 공공 CCTV 영상의 보존기간을 일괄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보존 필요성과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미 공익적 필요에 따라 CCTV를 60일 이상 보존하도록 한 분야도 있다.

 

어린이집 CCTV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영상정보를 6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장기요양기관 역시 관련 법령에 따라 CCTV 영상정보를 60일 이상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CCTV 영상의 장기 보존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장기 실종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어느 정도의 추가 보존기간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CCTV 보존기간을 60일로 늘리는 것만으로 장기 실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씨 사건에서 CCTV 영상이 사라진 근본적인 원인은 보존기간이 30일이어서만은 아니다. 최초 실종신고가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수색과 영상 확보 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최초 신고 단계에서 정상적인 수색이 이뤄지고 필요한 CCTV 영상을 확보했다면 보존기간이 30일이더라도 핵심 자료가 사라지는 상황은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었다.

 

더욱이 보존기간을 60일로 늘리더라도 신고나 수사 착수가 두 달 이상 늦어진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CCTV 보존기간 연장이 수사기관의 초동 대응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다.

 

김성권 제주도 안전정책과 주무관은 "현재까지는 일부 CCTV를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CCTV의 보존기간을 60일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뒤늦게 확인되는 실종사건에 대비한 안전망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있는 만큼 관련 부서 및 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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