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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경찰·취재진 모두 철수한 야자수 농장 ... 사흘 만에 찾아온 적막

 

27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고(故) 장미란(37)씨가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야자수 농장.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이 아니라 폴리스라인이었다.

 

지난 24일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경찰과 과학수사 인력, 취재진이 몰려들었던 현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주변은 조용했다. 농장을 지키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인력도 보이지 않았다.

 

장씨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지점 주변에 설치된 노란색 폴리스라인만이 이곳이 불과 사흘 전 사건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 ‘벌써 사건이 끝난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수사가 종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찰은 장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고, 최초 실종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실종과 죽음을 둘러싸고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과 달리 현장은 이미 사건이 지나간 자리처럼 적막했다.

 

차량이 오가는 도로와 농경지, 무성하게 자란 풀과 야자수. 겉으로 보면 평범한 제주 농촌의 모습이었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흰 국화만이 이곳에서 한 사람의 죽음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위치였다. 장씨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에서 시신 발견 지점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400m다. 깊은 산속도, 차량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도 아니었다. 직접 걸어보니 지도에서 숫자로 확인했을 때보다 숙소와 발견 장소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다만 농장 내부는 사정이 달랐다. 야자수와 각종 식물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도로에서 안쪽까지 한눈에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농장에 심어진 야자수들은 줄기 둘레가 약 2m에 이를 정도로 굵었다. 줄기 곳곳에는 잘려나간 잎자루와 뾰족하게 돌출된 부분들이 촘촘하게 남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목맴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가지가 옆으로 뻗은 나무와는 외형부터 달랐다.

 

장씨의 키는 약 158㎝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부검의 구두소견과 발견 당시 시신의 자세와 위치 등을 토대로 장씨가 목을 매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까지 외력에 의한 특이 골절 등이 확인되지 않아 범죄 피해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야자수의 굵기와 형태를 마주하자 궁금증이 생겼다. ‘키 158㎝의 장씨는 이 야자수의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발견된 것일까.’

 

실제 장씨가 이곳에서 목을 매 숨졌다면 무엇을 어느 지점에 걸었는지, 지지점의 높이는 어느 정도였는지, 발견 당시 자세는 어떠했는지 등 구체적인 현장 상황은 사망 경위를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장씨가 생전 이 야자수 농장길을 무서워했다는 주변의 이야기도 있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평소 두려움을 느꼈던 장소를 장씨가 왜 늦은 밤 스스로 찾아갔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야자수의 굵기나 형태, 장씨의 신장, 주변 증언만으로 경찰이 추정하는 사망 원인을 부정하거나 타살 가능성을 제기할 수는 없다. 목맴 역시 반드시 높은 나뭇가지나 큰 낙차가 있어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추측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장 확인이다. 시신이 발견된 정확한 위치와 자세, 지지점의 높이와 형태, 주변 구조 등을 토대로 경찰이 판단한 사망 과정이 실제 현장과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망 경위와 별개로 현장에서 떠오른 또 하나의 의문은 경찰의 초기 수색이었다.

 

장씨의 연인은 지난 5월15일 오후 6시43분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은 실제 장씨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신고 접수 2시간33분 만인 오후 9시16분께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신고가 이뤄진 것은 두 달여가 지난달 19일이었다. 그 사이 장씨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던 CCTV 영상 등 상당수 자료는 보존기간이 지나 사라졌다.

 

이후 경찰은 장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신호 등을 토대로 한림항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했다. 지난 20일부터 하루 평균 140여명을 투입했고, 지난 24일부터는 수색 범위를 제주 해안가 전역으로 확대해 하루 평균 400여명의 인력을 동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날 오전 장씨는 한림항이 아닌,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에서 직선거리 약 400m 떨어진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장씨가 지난 5월12일 오후 10시15분께 숙소를 나온 이후 휴대전화 전원이 꺼질 때까지 위칫값 변화나 추가 통화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최초 실종신고 직후 숙소 주변 수색이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경찰이 이 농장까지 들어왔지만 장씨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인지, 주변만 확인했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 수색 대상에서 빠졌던 것인지에 따라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과 ‘제대로 찾지 않은 것’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장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최초 실종신고 허위 종결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고, 경찰의 초기 대응과 수색이 적절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최초 신고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숙소 주변 수색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이 농장은 당시 확인했을까. 휴대전화 위칫값 변화가 없었는데도 수색은 왜 한림항을 중심으로만 진행됐을까. 초기 수색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장씨를 더 일찍 발견할 가능성은 없었을까.

 

현재로서는 어느 하나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사건 현장은 이미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지만 장씨의 죽음과 104일간의 실종을 둘러싼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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