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세제개편안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을 늘려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들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 증가를 피하기 위해 실거주로 전환할 유인은 커졌다.
반면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소유 주택에 대한 실거주나 매도가 어려운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세 부담을 떠넘김으로써 전·월세값 상승도 우려된다. 5일 열린 한국재정학회의 세제개편안 평가 간담회에서도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세입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근 집값과 전·월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반 급등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77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지난 7월 마지막 주(7월 27일 기준)까지 누적 상승률 6.27%로 지난해 같은 기간(1.22%) 대비 5.1배 급등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세입자들은 매물 고갈과 전월세 가격 급등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전·월세 주거 비율이 높은 신혼부부와 청년층, 서민층의 한숨소리가 크다.
2024년 체결된 서울지역 전·월세 신규 계약 중 8월부터 연말까지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가 5만 가구를 넘는다. 집주인이 재계약 대신 실거주를 선택하면 전·월세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집주인의 세 부담 전가가 현실화하면 거주 불안은 커지고, 전·월세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고가 전세 물건의 월세 전환도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8·3 세제개편안의 세입자 지원책은 미약하다. 청년층의 월세 세액공제와 주말부부의 전세금과 월세보증금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를 일부 확대하는 정도다.
부동산 과세체계를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 바꾸겠다는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은 옳다. 그렇다고 과세체계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야 정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시장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세제개편안을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에 맞춰 금융정책도 손봐야 할 것이다. 현행 일괄적인 대출 규제를 선별 적용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생애 첫 주택 구입이나 신혼부부, 청년 등에 예외를 두는 식으로 정밀하게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 두면 주택 매수와 매도 모두 발목을 잡히는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
기획예산처가 지난 6월 23~29일 19세 이상 국민 1000명과 19~34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국민(25.7%)과 청년층(27.8%) 모두 ‘부동산 및 주거 불안정’을 꼽았다.
우리나라 최대 고질병인 부동산 문제, 특히 수도권 집값 상승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토 균형발전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기업·교육·의료시설 등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통한 지방주도 성장이 절실하다. 어디에 살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8월 둘째주에 주택공급 후속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번째 공급 대책이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캠프킴과 태릉골프장, 경기도 과천경마장 등 1·29 대책에 포함된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 지역 군부대를 이전하거나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본연의 임무인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진력해야 한다. 민간 임대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아파트 공급 확대가 어렵다면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제도 개선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특히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간 긴밀한 협조 체제가 요구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7·23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 이어 6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관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지지층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이벤트에 그쳐선 곤란하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인 부동산 세제는 물론 주택공급 방안, 전·월세 안정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은 세제, 금융, 공급 정책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소기의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처럼 개별 부처별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에 범정부 차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정 우선과제로 삼아 적극 실행할 필요가 있다.
입추(7일)가 지났는데도 극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손에 잡히는 주택공급 대책과 실행, 무주택 전·월세 세입자 보호 대책, 금융 정책으로 폭염과 치솟는 집값, 전·월세에 지친 국민을 보살피길 고대한다. [본사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