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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하반기 BRT 숙의형 공론화 ... 동광로 적용 여부 따라 정책 존폐 갈림길

 

제주 도심 교통체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던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의 운명이 도민 공론화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이 핵심 교통정책으로 추진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을 민선 9기 위성곤 도정이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다.

 

특히 착공을 앞두고 멈춰 선 동광로 구간이 사업 존폐를 가를 사실상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올해 하반기 BRT 고급화 사업을 대상으로 숙의형 도민 공론화를 진행해 향후 사업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삼용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14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452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사업의 효과도 분명히 있지만 도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며 "기존 사업 구간과 앞으로 추진할 구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반기 숙의형 공론화를 통해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는 동광로가 있다.

 

제주도는 당초 광양로터리에서 국립제주박물관까지 동광로 2.1㎞ 구간에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섬식정류장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사업 설계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공사비 60억원도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서광로에 먼저 도입된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를 둘러싸고 이용객 혼란과 교통 불편 민원이 잇따르면서 동광로 공사는 멈춰 섰다.

 

섬식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하나의 정류장을 설치해 양방향 버스가 함께 이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상대식 정류장이 진행 방향별로 각각 정류장을 설치하는 것과 달리 정류장 공간을 하나로 합친 구조다.

 

정류장 설치 공간을 줄여 인도 폭 축소와 가로수 이식을 최소화하고 버스 운행 속도와 정시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2024년부터 87억원을 투입해 서광로 3.1㎞ 구간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구축하고 섬식정류장 6곳을 설치했다. 섬식정류장 구조에 맞춰 차량 좌우에서 승객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양문형버스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그러나 개통 이후 상황은 순탄치 않았다. 서광로를 운행하는 모든 버스가 양문형버스로 교체되지 않으면서 일부 버스는 중앙 섬식정류장을, 다른 버스는 기존 가로변 정류장을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승객들이 같은 노선의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몰라 놓치는 사례가 이어졌고, 버스가 중앙차로를 달리다 가로변 정류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면서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광양사거리 등 일부 구간에서는 차로 구조와 노면 표시가 혼란스럽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제주도가 시설 개선과 안내 강화에 나섰지만 대책이 나올 때마다 현장 구조가 달라지면서 오히려 '땜질식 개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제주도는 서광로에 이어 동광로까지 섬식정류장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거쳐 도정의 수장도 바뀌었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선거 과정부터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를 포함한 BRT 사업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선 9기 도정 100대 정책과제에도 '제주 BRT 전면 재검토'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동광로 사업은 착공을 앞두고 다시 멈춰 섰다.

 

제주도는 동광로 인근 일도2동과 이도1·2동 주민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현재 계획대로 섬식정류장을 도입하거나 기존 형태의 상대식 중앙정류장을 설치하는 방안, 또는 현재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김 국장은 "동광로 구간은 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하반기 공론화를 통해 상대식 정류장으로 갈 것인지, 섬식정류장을 적용할 것인지, 종전처럼 가로변 전용차로를 이용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 방향을 바꾸는 데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제주도는 BRT 고급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국비 50%를 확보했다. 동광로 공사비 60억원 가운데 국비 30억원은 이미 제주에 내려온 상태다.

 

사업이 철회될 경우 국비 반납 문제와 함께 약 15억원이 투입된 설계비도 사실상 매몰비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대진 제주도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사업이 폐지되면 국비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동광로 인근 상권과 자가용 이용자들의 불편도 주요 쟁점이다. 섬식정류장이 조성되면 서광로와 동광로를 연결하는 약 5.2㎞ 구간의 버스 이동 속도와 정시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도로 폭 축소와 공사 과정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인제 일대에서는 차량 정차가 어려워지면서 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문형버스의 추가 도입 여부 역시 공론화 결과와 맞물려 있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은 제작사를 통해 3년간 양문형버스 197대를 도입했으며 올해 계약 물량은 49대다. 당초 하반기에도 추가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위 지사가 전면 재검토를 주문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양문형버스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도는 대신 52억원을 투입해 일반 저상버스 28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버스 이용자를 모니터링해 보면 개선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자가용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 어떻게 개선하고 수용성을 높일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김덕홍 제주도의원도 "행정에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도민 체감은 그렇지 않다"며 "도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 BRT 사업은 오는 2032년까지 3단계에 걸쳐 모두 43.3㎞ 구간에 고급형 BRT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만 1732억원에 달한다. 양문형버스 도입 비용은 별도다.

 

동광로에서 섬식정류장 도입이 무산될 경우 향후 BRT 확대 사업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선 8기 도정이 국내 최초라는 이름을 내걸고 도입한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 서광로에서 시작된 실험을 제주 도심 전역으로 확대할지, 아니면 한 차례 실험으로 끝낼지가 올해 하반기 도민 공론화 결과에 달리게 됐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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