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숨비소리
허유미
파도는 조용히 철썩인다
엄마는 숨비소리 작게 내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살기 위해
죽기 위해 매달리는 바다
파도가 철썩 치는 소리는 물결이 끝나는 소리일까 시작하는 소리일까? 파도마다 누군가의 몸이 잠겼다 올라왔다 한다. 물 위로 잠깐 올라와 공기를 훔치듯 들이마시고, 다시 바다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그 짧은 틈은 생존이라기보다 어떤 삶의 방식에 더 가깝다. 살아야 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방식이 바다와 함께 묶여 있는 사람의 리듬처럼 느껴진다.
숨비소리는 고요한 소리가 아니다. 겉으로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지만, 그 안에는 숨을 건 시간들이 있다. 물속에서 버티는 몸과 물 위에서 겨우 이어지는 호흡이 한 사람의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는 바다의 리듬과 어긋나지 않는다.
살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고,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을 죽어지게 가라 앉혀야 살아지는 삶. 이 문장은 역설 보이지만, 바다를 삶의 자리로 삼은 사람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방식이다
바다는 사람을 품는 동시에 시험한다. 숨을 내어주지 않으면서도 숨을 가르쳐 주는 곳. “살기 위해 / 죽기 위해 매달리는 바다”는 어느 하나로만 규정 지을 수 없다. 생과 죽음이 서로를 놓지 않은 채, 같은 물결 위에서 함께 흔들리고 있다
☞허유미는?=제주 바닷가 마을 모슬포에서 태어났다. 수평선, 물너울, 등대, 섬은 나의 첫 친구들이었다. 말문이 트였을 때 엄마라는 말보다 바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물질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바다는 파란 요람, 파란 집, 파란 놀이터였다.
청소년 시절 유난히 말수가 적어 엄마 아빠가 걱정했다. 말수가 적은 대신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고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풍경이나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시절부터 시집을 읽는 시간이 많았다. 책꽂이에 시집이 많아지면서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2016년 제주작가 신인상, 2019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한국작가회의 회원, 제주작가회의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