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의 사진미학 '섬에 온 이방인의 시선, 사유하는 영혼'
제주국립박물관에서는 고 김영갑의 기증 사진전이 ‘찰나와 영원, 제주를 담다’라는 제하로 2026년 6월16일부터 2027년 3월1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글은 고 김영갑 사진가를 기리는 글임을 밝힌다(편집자).
우리는 모두 인생의 나그네다. 나그네는 한곳에 머물지 않기에 언제나 이방인이 되고, 우리가 어딘가에 머물더라도 그것은 잠시일 뿐 인생이란 흐르는 바람처럼 어딘가로 떠나간다. 우리는 이방인으로 세계를 보고 그것을 느끼면서 몸으로 표현한다.
인생이란 언제나 그런 나그넷길이다. 세계는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이며 만일 내가 없다면 나의 세계도 없는 것이다. 세계는 자기가 보고, 상황에 따라 느끼고, 시시각각 새로 만나는 감각의 세계다. 그러므로 내가 있어야 세계가 있으며 내가 없다면 세계도 없는 것이다.
필자가 사진가 김영갑을 만난 것은 1986년 여름날 어느 전시장이었고 당시 그가 찍어준 흑백사진이 몇 장 남아 있다. 김영갑은 차림새가 늘 그랬듯 검은색 등산모에 낡은 야전잠바를 입고, 35mm 니콘 카메라 한 대가 든 검은색 사각형 가죽가방을 메고 다녔다. 사는 곳은 제주대학 아라 컴퍼스 앞 과수원의 창고를 개조한 방에 임시로 산다고 했다.
당시 나는 복학한 3학년 학생이었는데 그가 산다는 창고 입구 쪽에 있었던 임시 건물 식당인 ‘골때리아’라는 라면집에서 종종 만났고, 전시장 오픈식에 나를 따라 몇 번 다니다가 그러던 11월 어느 날 온다간다 없이 조용히 그곳을 떠나 성읍리로 옮겼다는 소문을 후에 들어 알았다.

김영갑은 늘 말이 없었고,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김영갑은 1987년 여름 제주시 중앙로에 있었던 동인 미술관에서 제주도 중산간 들판을 찍은 목이 잘린 문석인, 산담 안 새(茅)에 묻힌 동자석 등 20여 점의 흑백 사진전을 열었는데 전시장 중앙에는 향을 꽂은 쌀 대접이 작은 상 위에 놓여 있었지만, 그는 전시 기간 내내 만날 수가 없었다.
필자 또한 김영갑을 내 일상에서 잊으면서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한참 후에야 알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화가 임현자 선생으로부터 김영갑에 대해 저간의 사정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임 선생에게 들은 바로는 그는 야생마처럼 온통 중산간의 들판을 누비고 오름을 올랐고 특히 세상이 열리고 지는 박명(薄明)의 시간까지 한 곳을 떠나지 않았다.
시간은 마치 시간이 그를 기다리는 듯 어느 때고 아랑곳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우주의 신비로운 색깔을 보여주었고, 바람의 기운과 하나가 되거나, 구름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그의 집착은 광적이어서 자신이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한 곳에 수십 번의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배고플 때는 주위의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거라도 좋았고, 빛이 주는 황홀한 맛에 길들어 그럴수록 몸은 점점 근력을 잃어갔으나 이상하게도 정신만은 또렷하게 정화되면서 집념의 힘만 더 커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임 선생은 그러는 그가 안쓰러워 식사라도 할 겸 돈을 주면 몸을 추스리기는 커녕, 그대로 중형필름을 사는데 써버렸다.
몸은 정신을 속이지 않는다. 들판의 경험은 사진미학에 대한 깊은 통찰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것은 탐미주의(眈美主義)였다. 필자는 오래 전에 김영갑의 사진을 유토피아를 찾는 탐미주의자라고 말한 적 있다.
그 탐미주의는 제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토피아를 세우는 독특한 이방인의 관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볼 것만을 보고, 그것을 보고 나면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다. 집착은 필요한 것만 취하는 방식이다. 김영갑은 시간에서 색을 찾고 있었다. 색을 원하는 그의 몸은 다시 공간에 스민 색의 몸을 찾고 있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