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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88) 거지와 중국문화(6)

송대 위경지(魏慶之)가 편찬한 『시인옥설(詩人玉屑)』 10권 「한걸(寒乞)·걸아상(乞兒相)」에 「만수시화(漫叟詩話)」가 수록돼 있다.

 

“강위(江爲)가 시로 읊었다. ‘사찰의 단향목 누각에 올라 시를 읊고 귀족의 대모로 장식한 자리에서 취했네.’ 어떤 사람이 ‘집안에 있는 축장 곡보에 있는 글자 모두 금도금했고 정원의 화초수목의 표기도 옥을 재료로 하고 위에 전자로 썼다’(거지의 모습이다, 부귀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라고 평하며 거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였다. 호자(胡仔)가 ‘『청상잡기(靑箱雜記)』에도 그 일이 쓰여 있다’고 말했다.”

 

안원헌(晏元獻)이 말했다.

 

“이 시는 거지 형상이다(궁색한 형상이라는 의미). 그래서 말했다. ‘부귀를 얘기하면서도 금옥이나 비단에 놓은 수는 언급하지 않는다. 오로지 기상을 말할 뿐이다.’ ‘누대 가장자리에 버드나무 뻗어있고 발 가운데에 제비 날아가네.’ ‘배꽃이 정원에 떨어지고 교교한 달, 버들개지 연못에 담담한 바람’의 부류가 그것이다. 공이 말했다 : 가난한 집안에 이런 풍경이 있는가? 『운재광록(雲齋廣錄)』에 근래 시인의 시 한 련이 수록돼 있다. ‘주렴과 수놓은 창문에 느릿느릿한 해, 버들개지와 배꽃에 적적한 봄.’ 비록 주렴의 ‘주(珠)’, 수놓을 ‘수(繡)’가 있기는 하지만 어찌 부귀하지 않다고 하겠는가. 아름다운 구절을 해치지 않는다.”

 

좋은 시인지 그저 그런 시인지, 시의 고하를 품평하면서 거지의 형상을 가지고 좋지 않는 시라 단언하고 있다. 거지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거지가 재상이 되다”, “거지가 작은 수레를 타다” 등과 같은 고대 성어도 사인들의 거지를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그해 북제(北齊) 후주가 궁에 황촌 궁사를 지어 친히 거지로 분장한 후 걸식하는 것을 유희로 삼았고, 당대 한희재(韓熙載)가 거지로 분장해 기원에서 걸식하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은 것 모두 일종의 변태심리로 가난한 사람을 가지고 희롱하면서 쾌락을 얻으려했던 것이다. 그들은 영화부귀나 주지육림에 싫증이 나서 자신들과 신분이 천양지차의 차이가 나는 빈천한 거지로 분장해 공허하고 비정상적인 심리를 보충하였다.

 

송 태종은 거지를 죽이는 계략을 꾸며서는 자신의 대단한 위세를 밖으로 드러내려고 거지의 생명을 희생하였다. 그들에게는 거지는 그야말로 개미보다 못한 존재였다.

 

역사상 거지가 황제가 된 경우도 적지 않고 사인이 구걸하면서 공부한 경우도 많으며 사인이 곤궁해져 거지로 전락한 경우도 많았지만, 털고 일어나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치기만 하면 여전히 거지들을 멸시하였다. 이중인격자들이 이럴진대 하물며 사림에 줄곧 은거해 살았던 사인이야 일러 무엇 하겠는가.

 

 

거지와 중국 사회의 건달(부랑자) 의식

 

청대에 북장(北莊)선생이라 불린 왕유광(王有光)이 『오하언련(吳下諺聯)』에서 거지 사회연상에 대해 두 곳에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논술하였다. 첫째는 4권에 ‘원숭이가 도망치니 거지가 노래하지 못한다’는 속담을 해석하였다.

 

“거지는 탐욕스럽기만 하고 의리가 없고 원숭이는 지혜롭기는 하지만 꾸준하지는 않다. 짝이 되어 기예를 판다. 개에 올라타고 주석 조각의 기장으로 손잡이를 삼아 여러 잡극을 공연한다. 거지는 소라를 치며 극에 따라 노래하고 돈을 거두는데 많이 번다. 거지는 술과 고기로 포식하나 절대 맛 좋은 음식을 원숭이에게 주지 않는다. 묶어두었다가 다그치기만 하니 원숭이는 견딜 수 없어 기회를 틈타 도망쳤다. 거지는 홀로 짝이 없어서 공연할 극도 찾지 못했고 노래할 곡도 없었다. 같이 다니던 개도 굶어 수척해지니 기장을 버리고 물러나 시중에서 걸식하였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었다. 소사씨(素史氏, 왕유광)이 말했다 : 원숭이가 떠난 것을 좋은 일이다. 일찍이 떠나지 않은 게 한스러울 뿐이다. 원래 원숭이는 산에서 살면서 과일을 채취해 자급할 수 있다. 거지에게 의지해 일을 하면 추해질 뿐이다. 원숭이가 떠나지 않으면 거지는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니 원숭이도 좋은 짝이 아니던가!”

 

‘소사씨(왕유광)’가 거지를 동정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거지가 ‘탐욕스럽기만 하고 의리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송원 이래로 강호 거지의 일반적이면서 본질적인 특징을 직시하고 있다. 불량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시대의 맹상군(孟嘗君, 전문田文)은 ‘사인을 받아들여 사귀기를 좋아하기로’ 역사에 유명하다. 『사기·맹상군열전』의 기록이다.

 

“맹상군이 설에 있을 때 제후 빈객과 망명객, 죄를 지은 자를 불러 모아 맹상군에게 귀속시켰다. 맹상군은 가산을 빼내어 후하게 대접하니 천하의 사인이 모여들었다. 식객이 수천 명에 달했으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자신과 똑같이 대접하였다.”

 

그러나 맹상군이 제왕에게 재상자리에서 쫓겨나자 식객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 바로 풍환(馮驩)이 “부귀하면 사인이 많아지고 빈천해지면 친구가 없어진다. 일의 당연한 이치다”라고 한 말처럼 되었다.

 

이점을 고려했는지 왕유광은 『오하언련』 3권 속담 ‘얻어먹던 거지 맹상군’에서 말했다.

 

“3천이나 되는 식객을 먹인 게 제나라 사인이 맹상군이다. 근세에 공밥을 아끼지 않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자나 거지를 거둬들여 먹인 자가 맹상군이다. 사람들은 진짜 맹상군을 은총을 받고 스스로 만족하며 득의양양했다고 생각한다. 잠시 이것은 논하지 말고, 당시의 진짜 맹상군은 처음에는 거지가 모이는 곳이 아니었지만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들어 모두 유개(流丐)의 잔재주(伎倆)를 부렸다. 오로지 풍환만이 그 부류에서 출중했으나 수레를 타고 검을 들어 늘 빈객의 예로 자신을 대접했다고 했어도 역시 끝내 술과 고기를 배부르게 먹는 것을 벗어나지 못했고 처와 첩 앞에서 잘난 듯이 제 자랑만 하는 꼴을 벗어나지 못했다.”

 

왕유광은 맹상군 문하의 여러 식객을 무뢰배 거지로 보았고 맹상군을 거지의 두목으로 보았다. 왕유광은 이처럼 뛰어난 점이 있다. 거지 부류의 불량배 근성에 대하여 정통을 찔렀다. “모두 유개의 잔재주이다.”

 

중국 역사의 상전벽해를 종람해보면 ‘유개의 잔재주’가 얼마나 많았던가! 세상 인정은 대하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따뜻하거나 냉담한 태도를 가지지 않던가. 시정사화부터 정치생활까지 무뢰한 근성이 잠재돼 있지 않은가. 이러한 무뢰한 근성은 ‘유개의 잔재주’로 압축할 수 있다. 예전과 지금의 사회 여러 현상 속에 숨었다 나타났다 하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는 그것 때문에 그러한 거지 근성이 역사 과정 중에 나타난 적극적인 작용의 일면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거지 사회는 사람과 귀신이 뒤섞여 있는, 어중이떠중이가 모여 있는 단체다. 금석과 찌꺼기가 병존한다. 서로 전환하는 이중인격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거지 출신이 주원장이 강호의 담력과 식견, 강호의 친구들을 기반으로 중국을 통일하지 않았는가! 셀 수 없이 많은 농민봉기가 성공을 이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하게 실패의 교훈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실패의 교훈을 총결해 불량배 근성이 훼손하는 나쁜 점과 저열한 근성을 명확히 지적해내야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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