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상풍력 정책이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가 추진해 온 공공주도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잇따라 좌초되고 있는 반면 국내 최초 상업운전 해상풍력단지인 탐라해상풍력은 대규모 확장 절차에 돌입했다.
같은 제주 바다에서 한쪽은 멈춰 서고 다른 한쪽은 몸집을 키우는 상반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최근 탐라해상풍력발전 확장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항목을 결정·공고하고 본격적인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착수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은 현재 운영 중인 30MW 규모 해상풍력단지를 102M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3MW급 발전기 10기에 더해 8MW급 대형 발전기 9기를 추가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비는 약 6000억원 규모다. 사업 대상 해역은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앞바다다. 건설은 오는 2030년부터 2032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확장 규모는 상당하다. 사업 면적은 기존 51만5000㎡에서 786만3402㎡로 약 15배 늘어난다. 새로 설치되는 발전기는 블레이드(날개) 길이만 100m, 전체 높이는 230m에 달한다.
환경영향평가 협의회는 해상교통과 어선 통항 등을 고려해 발전기 간 이격거리를 설정하고 조류 충돌과 수중소음, 해양생태계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주문했다.
특히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와 이동 경로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한경면 연안이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활동 구역이라는 점을 들어 해상풍력 확대가 서식환경을 단절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업 면적과 발전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만큼 신규 사업에 준하는 공공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업자는 지역발전기금 확대와 주민소득사업 발굴, 지역주민 우선 채용 등을 통해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시기 제주도가 추진한 공공주도 해상풍력 사업은 잇따라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최근 '서부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재공모가 또다시 유찰됐다.
서부해상풍력은 한경면 탐라해상풍력 서측 해역에 181MW급 규모의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제주 최대 규모인 한림해상풍력(100MW)을 뛰어넘는 대형 프로젝트로 계획됐지만 참여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앞서 국내 최대 규모인 2.37GW급 추자해상풍력 사업 역시 올해 초 최종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제주 계통 연계 의무와 대규모 도민이익공유금 부담 등이 사업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공공주도 풍력개발 모델은 추자와 서부 해상풍력 모두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임기 종료를 맞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10GW 규모 해상풍력단지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에너지 기본소득 도입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공주도 사업은 경제성 문제에 막혀 있고, 민간 주도 사업은 환경성과 공공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결국 앞으로의 쟁점은 단순히 풍력발전을 확대할 것인가가 아니다. 제주가 어떤 방식으로 풍력자원을 개발하고, 그 이익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탐라해상풍력 확장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은 제주 해상풍력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면서도 해양생태계 보전과 주민수용성,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따라 민선 9기 에너지 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