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의원 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무더기 무투표 당선’ 사태가 현실화됐다. 특정 정당 후보들이 대거 경쟁 없이 당선을 확정지으면서 제주 지방정치 지형 변화와 함께 유권자 참정권 위축 논란도 커지고 있다.
15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제주도의원 선거 32개 선거구에는 모두 64명이 등록해 평균 경쟁률 2대1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8개 선거구는 단독 후보만 등록하면서 투표 없이 당선인이 결정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는 물론 민선 지방자치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다.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선거구는 △일도1동·이도1동·건입동(한권) △이도2동갑(김기환) △화북동(강성의) △삼양동·봉개동(박안수) △아라동갑(김봉현) △애월읍을(강봉직) △대천동·중문동·예래동(임정은) △남원읍(송영훈) 등이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다.
이 가운데 강성의·임정은·송영훈 후보는 3선 고지에 올랐다. 특히 송영훈 후보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무투표 당선이라는 이례적 기록을 남기게 됐다. 강성의 후보는 제주도의회 역사상 첫 여성 3선 의원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졌다.
반면 정치 신인의 ‘무혈 입성’도 눈길을 끌고 있다. 박안수 후보와 김봉현 후보는 이번 선거가 첫 지방선거 도전이지만 경쟁자가 없어 별도 선거 과정 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정당 공천만으로 사실상 당선이 결정된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무투표 당선 규모는 역대 기록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는 지금까지 6명에 불과했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신관홍 후보 1명,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김태석·이상봉·좌남수 후보 등 3명,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김경학·송영훈 후보 등 2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단 한 번의 선거에서만 8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오면서 기존 누적 기록을 넘어섰다. 반대로 2006년 제4회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상황은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무더기 무투표 당선 배경으로는 국민의힘의 대규모 무공천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제주도의원 선거에서 전체 32개 선거구 가운데 17곳에만 후보를 냈다. 나머지 15개 선거구에서는 후보 확보에 실패하거나 공천을 하지 못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 진영 지지세 약화와 조직 이탈, 후보 기피 현상 등이 겹치면서 상당수 지역에서 사실상 선거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공천 과정에서 수차례 추가 공모를 진행했지만 인물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90조 제2항은 ‘후보자가 해당 선거구 정수를 넘지 않을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275조에 따라 단독 후보는 후보 등록 마감과 동시에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수막 게시나 거리 인사, 정책 홍보, 선거공보 발송 등도 모두 제한된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유권자의 선택권과 알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정치 신인의 경우 공식 선거운동조차 해보지 못한 채 당선이 결정되면서 검증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 분위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전체 32개 선거구 가운데 16곳은 양자 대결, 8곳은 3자 대결로 치러지지만, 경쟁 없는 선거구가 크게 늘면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